귀족의 은밀한 사생활 - 탐미의 시대 유행의 발견, 개정판
이지은 지음 / 지안 / 2006년 6월
평점 :
구판절판


제목만 보면 도발적이기 그지없다.

이 책은 16 ~18 세기 프랑스 오브제에 관한 책이다.

질 좋은 그림들을 각 장마다 곁들이고

화려한 궁중생활의 주인공들인 왕과 왕비, 귀족과 궁정인들의 소소한 생활상을 설명한다.

그러나 정작 이 책의 주인공은

생활과 밀접한 소품들..즉 오브제인 것이다.

가구..특히 의자들의 발전상을 그림과 사진을 통해 설명하고 있고

그 밖의 테이블, 장식장, 장식품 등등에 대한

제작과정과 뒷이야기

눈요기도 하면서 문화적 유희를 느낄 수 있는 교양서적이다.

 

향수산업이 엄청나게 발전한 프랑스

하지만 400여년전에는 우리가 상상도 못할 정도로

위생관념이 없었던 파리 사람들

루이 14세는 70 평생 목욕을 3 ~ 4회 밖에 안했으며

평민들은 그나마 죽을 때까지 한번도 못했다는 기막힌 이야기

세수도 하지않았다...세수나 목욕을 하면 그 물에서 오히려 세균이 피부로 침투할 것이란

궤변같은 이야기가 당시의 정설이였으므로..

아무래도 물사정이 나빠서 그런 문화가 오랫동안 이어졌겠지만

그러고보면 로마제국의 수로와 목욕문화는 대단한 것이였다.

 

식사예절로 배우는 서양의 포크와 나이프

당시엔 그저 고기를 잠깐 고정하기 위한 수단이며

식사는 손으로 했다는...특히나 수프의 고기를 건져먹다 보니

냅킨은 절대적인 필수품이였다.

수백명과 함께 식사하는 자리에서

시선이 집중되는 루이 14세 역시도 오른손 세손가락을 이용해

음식을 먹었다고 한다.

 

그 시절은 사냥을 많이 했으므로 주로 육식을 했으나

특별한 기간엔 고기를 피해야 했기에 생선도 꼭 필요한 식재료였다.

왕에게 올릴 생선이 제때에 도착하지 못해 주방장이 자살할 정도로

음식을 가리는 것에 대한 규율도 나름 엄중했던 것 같다.

 

본문에 16세기 미인의 기준이 나오는데

지금과 별반 큰 차이는 없는 듯

유난히 흰 피부에 대한 집착을 했던 것으로 보인다.

얼굴에 백분(곡물가루)을 뿌려 하얗게 만드는데

가뭄이 들어 곡물가가 천정부지로 솟자

백분으로 화장하는걸 금지했어도 여전히 그 열기는 식지 않았다는 것

대단한 열정이다.

 

눈에 띄는 기준으로는 두터운 팔뚝과 허리 그리고 다리..가 있다는 것이다.

무슨 이유인지는 모르겠다.

지금 우리 사회에 이런 기준을 도입하면

수많은 다이어트 관련 산업들이 갈피를 잡지 못할테고

너나없이 살찌우기 작전에 돌입할텐데

건강에 지대한 관심을 갖고 있는 현대인들에게

이런 아이러니는 없을 것이다.

 

이밖에도 세느강에 갖은 오물을 투척하고도

그 물을 길어다 파는 물장수에게 물을 사먹었다는 기막힌 사실과

그러다보니 전염병과 온갖 질병이 만연하고

또다시 페스트가 창궐할 수 밖에 없었던 유럽의 모습을 보여주었다.

 

화려한 유럽의 궁전을 보면서

우아하고 도도한 귀족들의 몸가짐 뒤에

기가막힌 수공품과 예술품 뒤에

향수와 화장으로 가려진 이같은 얼룩진 문화가 있으리란 생각은

이 책을 읽기전에는 상상하지 못했던 일이다.

 

하지만 현재의 눈으로 다른 나라의 역사와 문화를 근사하게 혹은 폄하해서

이해할 일은 아닌 것 같다.

각기 나름의 시대적, 환경적 배경에서 이유있는 발전을 해온 것이므로

문화의 우월을 따지기 이전에 그 다름을 인정하여야

우리와 남의 문화를 너그럽게 바라보는  눈이 생길 것이다. 

귀한 그림과 자세한 설명..저자의 세심한 열정을 느낄 수 있는  

좋은 시간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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