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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각본 살인 사건 - 하 - 개정판, 백탑파, 그 첫 번째 이야기 ㅣ 백탑파 시리즈 1
김탁환 지음 / 민음사 / 2007년 12월
평점 :
구판절판
지난번 조선명탐정..영화를 본 이후
그 원작 열녀문의 비밀을 읽고
아무래도 이 시리즈를 다 봐야겠다고 마음 먹었다.
영화와 달리 정말 탐정같은 빈틈이라곤 찾아볼 수 없는 젊은 서생 김 진
나이 19세..그 나이에 상상할 수 없는 놀라운 지식과 관찰력, 추리력, 예지력
소설의 화자는 20세의 의금부 도사 이명방
이 두사람이 벗이 되어 살인사건을 해결해 나가는 모습을 그리고 있다.
다분히 셜록 홈즈와 왓슨을 떠올릴 수 있지만
이 두사람은 그 보다 훨씬 더 멋스럽다.
꽃에 미쳐 화광..이란 호를 지닌 김 진...
중국 청나라 어느 책방에 비해도 손색없는 서가를 지니고 있다.
그 수많은 서책에서 얻어낸 통찰력과 세상을 읽어내는 능력은 가히 놀랍다.
정조시대 무예도보통지..조선의 무예에 관한 종합 전문 서책
그 책을 펴낸 야뇌 백동수에게 무예를 연마하여
뛰어난 표창 실력과 출중한 무술실력을 보이는 청전 이명방
사건을 맡는 것은 의금부 도사지만
그 옆에서 결정적인 조언을 하여 실마리를 제공하는 것은 김 진이다.
조선시대엔 우리 대학생 초년병의 나이로 이루는 것들이 많았던 모양이다.
지금 그 나이엔 수신(修身) 도 쩔쩔매며
뜻을 세우기도 쉽지 않은 것을..
당시의 세력판도에 따른 힘의 흐름과 세상 인심을 읽어내는 힘
조선의 법도와 예에 벗어난 청국의 문물을 적극 받아들이는 자세
책상머리에서 고전만을 읽어도 그런 이치를 가늠할 수 있는 안목은 생기는 것인지..
방각본...방각이란 목판에 글자를 새겨 소설을 찍어내는 방식
소설의 초고가 완성되면 거기에 따라 글을 새겨 다량의 책을 만드는 것으로
그 이전에 베껴쓰는 필사..에 비하면 훨씬 대량 유통이 신속하게 이루어진다.
장안의 유명 소설가 청운몽..당시엔 매설가..라 함(이야기를 판다는 뜻?)
연쇄살인사건마다 그의 방각본 소설이 발견된다.
그를 잡아 자복을 받고 능지처참에 처했으나
살인사건은 계속 된다.
결국 진범이 잡혔으나 그 배경이 의심되어
이명방과 김진이 배후를 밝히려하니..
그 뒤에는 백탑파( 박지원, 홍대용, 이덕무, 유득공, 이서구, 김홍도..등등 ) 서생들과
친분이 두터웠던 매설가 청운몽을 함께 엮어
정조가 신임하는 이들 서얼 출신 서생들을
정치적으로 매장하려는 음모가 있었다.
분명 소설이나 마치 역사적 사실처럼 느껴지는건
수많은 당대 고문의 고증과 해박한 지식을 풀어놓은 작가의 역량 때문이다.
추리소설은 언제 내가 이만큼 읽었나싶게 속도가 빠른게 정상인데
김탁환의 소설은 그럴수가 없다.
그 안에 담긴 엄청난 지식을 그냥 한눈으로 흘리기엔
작가가 공들였을 그 하나하나의 문장과 단어에 미안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그저 곱씹고 또 되뇌이며 한가지라도 더 마음에 머리에
새기고 싶은 것들이 책장마다 손길을 잡는다.
결말을 알고 보면 재미없는게 또한 추리소설이다.
그러나 이 책은 다음에 다시 보면
그시대를 바라보는 또 다른 시각을 제안할 지도 모른다.
그래서 애정이 듬뿍가는 소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