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녀문의 비밀 - 상 - 백탑파白塔派 그 두 번째 이야기, 개정판 백탑파 시리즈 2
김탁환 지음 / 민음사 / 2007년 12월
평점 :
구판절판


조선 명탐정...각시 투구꽃의 비밀

 

지난 겨울에 화제의 이 영화를 보았다.

배우 김명민에게 홀려 보러갔지만 원작이 김탁환이라니 이상한건 아니겠군. 했던거다.

그런데 생각해보니 내가 이 양반 소설을 읽은 적이 없다.

이 밑도 끝도 없는 작가에 대한 신뢰감은 어디서 비롯된 것일까?

아마도 드라마 불멸의 이순신이나 황진이 때문인가보다.

프로필을 보니 덮수룩한 수염이 있어 그렇지 68년생이다.

참 나보다 적게 살았는데 아는건 뭐가 그리 많은 것인지 괜히 약이 오르려한다.

 

책 초반부터 튀어나오는 한자어가 문장의 흐름을 톡톡 끊어 놓는다.

성균관 유생들의 나날..에서 조금 익숙해진 고어읽기가 도움은 되지만

이건 한차원 더 높게 어렵다. 한번도 구경못해본 한자가 한둘이 아니다.

작가의 스타일에 슬슬 적응이 되자 영화의 배우들과 오버랩되기 시작한다.

영화나 드라마의 원작을 함께 볼 때의 장점은

캐릭터가 살아 움직여 머릿속 상상을 훨씬  더 리얼하게 해준다는데 있다.

단, 잘 표현했을 때이지만 말이다.

그렇지 못할 떄는 원작을 망치는 수가 있는데

이번이 그 경우인 듯 싶다.

 

백탑파란 정조시대를 배경으로 서울 종로 탑골내 백탑(원각사지10츨석탑)아래 만난 서생들

대표적인 실학파 즉 북학파  박지원, 홍대용, 박제가, 이덕무, 유득공, 이서구 등등을 뜻한다.

이들중 규장각 검서관인 형암 이덕무, 규장각 서리 김진과 왕실 인척 의금부도사 이명방이

경기도 적성...지금의 파주 인근인 듯...에서 올라온 열녀문 정려 청원을 심사하던중 일어나는

살인사건을 해결해가는 역사추리소설이다.

 

읽는 동안 지적유희를 누릴 수 있을거라는 서평이 있었다...정말 그렇다.

장미의 이름에서 움베르토 에코가 드러낸 절대 범접키 어려운 천재성과는 조금 다른

부러움을 불러 일으키는 현학적 코드다.

작가의 인터뷰에 이런 말이 있다.

박지원의 열하일기를 보며 어찌 이리 글을 잘 쓸 수 있단 말인가? 생각하며 불행했단다

그래서 자기도 독자를 불행하게 하는 작품을 쓰고 싶었단다.

읽는 내내 부러워하며 감탄하며..그걸 생각하면 작가의 의도는 성공한 것 같다.

아무리 고전문학을 전공했다 해도 밑도끝도 없는 방대한 자료를 엮어 이렇게 소설을 잘쓰다니...

어찌보면 간단한 추리소설이지만 코메디로 한방에 웃으며 날리기엔 상당히 무게있는 소설이다.

그걸 김명민..을 데려다가 그렇게 각색했으니

원작을 읽고나니 김탁환씨 화나지 않았을까 싶은 마음마저 든다.

 

야소교..예수교..천주교...이땅에 서서히 뿌리내리기 시작하던 천주교의 모습

오랜 유교적 관습의 굴레를 과감히 벗어난 조선의 여성들

가문의 유지와 체면 때문에 여러 사람의 목숨을 빼앗은 사대부가의 두 얼굴

서로 적당히 눈감아주며 비호하는 기득권 양반계층

도미노처럼 물려있던 당시 사회의 부조리한 부분들을 신진개혁세력들이 바로잡아 보려했던

역사적 팩트와 버무려 멋지게 써내려가  읽는 내내 충분히 샘내며 불행했던 소설이다.  

 

우리도 선조들의 그같은 개혁의 마음을 지니고 산다면

시대의 변화는 서서히 알게 모르게 그래도 좋은 쪽으로 진화하리라 믿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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