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의 이야기들
쥘 르나르 지음, 박명욱 옮김, 김연주 그림 / 문학동네 / 2008년 10월
평점 :
품절



'홍당무'의 작가 쥘 르나르가 쉬트리라는 곳에서 자유로운 시간을 보내며 쓴 책이다. 작가가 보는 자연과 동물의 세계는 어떨까, 일반인보다는 더 독특한 감성으로 받아들이지 않았을까 하는 기대감이 들었고, 한적하고 평화로운 시골의 정취도 함께 느껴보고 싶어 읽어보았다. 

역시..쥘 뤼나르가 관찰하여 그만의 방식으로 표현한 동물들의 얘기들은 하나같이 정겨웠다. 닭, 거위, 공작, 물파리, 풀뱀, 나비 등 각각의 동물과 곤충들에 대한 이야기가 형식없이 자유로이 펼쳐진다. 딱딱한 설명글이 아니라, 감성을 담은 글이다. 때로는 짤막한 이야기글의 형식으로, 또는 에세이로, 어쩔 땐 간단한 메모 형식의 글로 선을 보이기도 한다. 피식 웃음이 지어지는 유머와 함께 동물에 대한 애정과 관심이 군데군데 엿보인다. 

족제비라는 동물을 이도랑에서 저 도랑으로, 이 굴에서 저 굴로 유료교습을 하러 다니는 시간제 가정교사로 비유한 글은 매우 재미있었다. 숲 속에서 꽤나 유심히 관찰한 결과 후에 나온 생각이 아닐까 한다. 키우던 강아지였던 데데슈의 죽음이나 암소 브뤼네트에 대한 이야기는 생활 속의 실화라서 더욱 가슴이 찡한 면이 있었고, 새를 키우지도 않으면서 빈 새장에 모이와 물을 준비하는 펠리스의 얘기도 인상적이다.
--"나는 이 새장을 볼 때마다 내 관대함에 긍지를 느껴. 물론 새를 한 마리 넣어둘 수도 있겠지. 하지만 난 그냥 이렇게 비워둬. 내가 마음만 먹으면, 갈색 개똥지빠귀나 폴폴 날아다니는 멋쟁이 피리새 같은 수많은 작은 새들 중 어느 하나는 노예가 되고 말 거야. 하지만 내 덕분에, 최소한 그중 한 마리는 자유를 누리는 거지. 영원히 말이야."--(p159~160)

그러면서도 사냥을 즐기는 모습은 좀 모순적이었는데, 뒷부분의 해설에서도 그 내용에 대한 언급이 있는 걸 보면 다른 이도 그렇게 느꼈나보다. 책에는 사냥을 즐기는 자신에 대한 반성과 혐오도 담고 있다. 덕분에 사냥이란 행위에 대해 생각을 해보게 되었는데, 목적 없는 사냥은 생명이 있는 것을 죽이는 행위 이외에 아무 것도 아니다. 그 행동에 무의식적으로 숨어있는 쾌감이라도 있다면 깊이 반성해야 할 행위가 사냥이 아닐까 한다. 쥘 르나르가 사냥을 즐겼던 것은 책의 내용을 순수하게 받아들이기엔 감점의 요소가 되었지만, 그래도 솔직한 반성이 있었으니 다행이라고 해야겠다.

이 책의 역자도 동물을 매우 사랑하는 사람이다. 역자 후기에 나온 10여년간 세상을 함께 한 강아지 쎄리의 이야기는 '자연의 이야기들'의 연장선인 것처럼 가슴에 와닿았다. 사람에게 신뢰를 보내는 동물의 눈빛을 느낀 사람이라면 이 기분을 알 거다.

프랑스에서는 이 책이 받아쓰기용 교재로도 쓰이는 모양인데, 아이들은 받아쓰기를 하면서 동시에 동물에 대한 친근감과 사랑도 배우게 될 것 같다. 우리나라에서도 자연과 동물을 사랑하는 마음을 자연스럽게 키워줄 만한 내용을 아이들의 교재에 많이 넣었으면 좋겠다. 재미있고 감동적이라 아이들의 관심을 끌만한 내용으로, 잠자리나 메뚜기의 다리를 재미로 떼는 아이들을 더이상 보지 않을 수 있도록 말이다. 역사 교과서 우향우 시키기 전에 모두 어린이로 돌아가 이 책을 읽어보라고! 자연에서 태어나 자연에서 살아갈 수밖에 없는 사람들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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