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 그림 속으로 풍덩 - 조선시대로 놀러가자! 아이세움 열린꿈터 3
장세현 글, 서선미 그림 / 미래엔아이세움 / 2008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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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이 없던 조선시대에는, 다행히도 화가들이 그린 풍속화가 남아 당시의 생활상을 고스란히 전해주고 있다. 그림들을 보면 사람들의 표정과 포즈가 해학과 익살스러움을 내비치면서 생동감으로 가득 차있어, 마치 속마음까지 들여다볼 수 있을 것만 같다. 

이 책의 주인공 다빈이는 두꺼비를 타고 조선시대를 여행한다. 처음 책의 소개를 접하고 무엇인가를 타고 과거로 여행한 후 다시 돌아와보니 꿈이더라 하는 설정이 너무 고리타분한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나, 책을 읽어보니 그런 생각은 기우임을 알 수 있었다. 두꺼비라는 설정 자체가 중국의 유해라는 신선과 함께 다니던 세 발 달린 두꺼비의 이야기에서 나왔고, 이따금 말썽을 피우며 우물로 도망칠 때마다 쇠돈 다섯 개가 달린 끈으로 건져 올렸다는 내용이 그대로 줄거리의 한쪽을 장식하고 있다. 그러면서 두꺼비가 등장하는 민화 네 점을 함께 소개해주니 오래 전 설화까지 제대로 알게 되는 효과가 있는 것이다.

다빈이의 여행 속에서 그림은 더이상 그림이 아닌, 살아 숨쉬는 현실의 공간이 된다. 다빈이가 두꺼비를 타고 하늘에서 도성을 쳐다볼 때에는 그림 '궁궐도'가 펼쳐진다. 그 그림은 곧 다빈이가 위에서 도성을 바라본 모습으로 존재하는 것이다. 두꺼비는 선생님처럼 한양을 도읍으로 정한 사연과 왕십리라는 지명에 얽힌 이야기, 한양의 4대문 이야기 등을 알기 쉽게 설명해 주는데, 책이 전해주는 지식이 두꺼비의 입을 빌어 전달되는 형식이 내용과 어우러지며 자연스럽다.

다빈이가 한 마을로 들어갔을 때 물레를 짜는 아낙과 자리 짜는 선비를 본다.(김홍도의 '자리 짜기') 그때 주변에서 들리는 다급한 소리는 고양이가 병아리를 물고 가면서 일으킨 소동이다.(김득신의 '병아리를 물고 달아나는 도둑고양이') 고양이를 쫓아가는 다빈이의 눈에 비친 것은 이상한 기계 앞에 앉아 손을 놀리는 아낙과 뒤에서 지켜보는 할머니와 아이들의 모습이다.(김홍도의 '길쌈') 저만큼 가니 여럿이 열심히 일하고 있는 공사현장이 펼쳐지는데,(김홍도의 '기와 이기') 그 곳의 아저씨는 위험하다며 아이들 노는 곳에 가서 놀라고 한다.(윤덕희의 '공기 놀이')

이런 식으로 다빈이가 가는 곳마다 그림의 현장이 그대로 실물이 되어 나타난다. 그림들을 이어서 줄거리를 만들어내는 것이 쉽지 않았을 듯 한데, 책의 내용은 자연스럽게 하나의 줄거리를 이어 나가고 있다.

다빈이는 화성에 다녀오는 행차길의 정조를 만나기도 하는데, 요즘처럼 정조가 화두의 주인공이 되고 화성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는 가운데 8폭짜리 병풍 그림인 '화성 능행 병풍도'를 만날 수 있었던 것도 좋았다.

이 책을 읽은 아이들이라면 조선의 풍속화를 친구처럼 느끼며 당시의 인물과 상황을 가슴으로 받아들이게 될 것 같다. 또한, 그림을 보는 안목도 넓어질 거라는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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