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비 롤네스 1 - 멈춰진 삶
티모테 드 퐁벨 지음, 김주경 옮김, 프랑수아 플라스 그림 / 주니어김영사 / 2008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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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 한 그루가 전세계와 마찬가지인 종족이 있다. 이들의 키는 매우 작다. 주인공 토비의 키가 1.5밀리미터도 되지 않는다는 글을 읽으며 은근슬쩍 손가락을 벌려 키를 가늠해 보니, 상상보다 더 작은 키라는 결론이 나온다. 이들에게는 나무라는 공간이 삶의 넓은 터전이라서, 나무의 위에서부터 아래까지 가려면  머나먼 여행을 해야만 한다. 감정 이입을 통해 토비 롤네스의 세상으로 떠날 마음의 준비를 완료한 후, 이 작은 이들의 삶을 조금씩 엿보기 시작했다. 이들은 사람의 모습을 하고 있었을 뿐만 아니라, 삶 역시 인간의 삶과 많이 닮아 있었다.

책의 도입부분에서 토비는 상처를 입은 채 쫓기고 있다. 그의 절친한 친구였던 레오가 그를 잡겠다며 광기어린 눈을 빛내고 있는 것으로부터 심상치 않은 과거가 있었다는 걸 추측할 수 있다. 여기서 이야기는 다시 과거 시점으로 돌아가며 토비가 도망자 신세가 될 수밖에 없었던 과정이 이어진다.

토비의 아버지 심 롤네스는 나무를 사랑하고 연구하는 진실된 학자로서 조 미츄 일당의 나무 파괴에 저항하며, 권력을 가진 자들의 회유에 응하지 않는 결연한 의지의 소유자이다. 토비네가 낮은 가지쪽으로 내려와 살게 된 후 만나게 된 엘리샤는 당차고 정의감이 넘치며 스스로의 운명을 개척해나가는 굳센 여성상을 보여준다. 이외에 등장하는 많은 나무 식구들은 독특한 개성이 있고, 각개 가정마다의 가풍을 보여주어 아기자기한 재미를 준다.

키작은 종족의 삶은 인간사회의 축소판과 같다. 나무에 구멍을 뚫는 행위는 인간의 자연 파괴 행위를 상징한다. 또한, 조 미츄의 간약한 계략으로 살인자로 오해받고 멸시받던 흙껍질 족의 설정은 진실에서 멀어진 채로 호도되는 현실을 생각하게 한다. 우리의 삶과 비교하면서 책이 지닌 여러 상징성을 현실에 대입시킬 때마다 그들의 얘기가 곧 우리의 얘기란 걸 알 수 있었다.

이 잘못된 현상을 바로잡고 되돌리는 역할의 중심에 토비 롤네스가 있다. 조 미츄에게 잡혀간 부모님을 구출해내기까지 많은 시간이 필요했지만, 그 과정을 통해 성장하며 인격적으로 더욱 성숙해진다. 이 소설이 성장소설로 분류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성장기의 우정, 진실, 갈등, 정의 등 온갖 요소를 담고 있으면서 결국 고통을 뛰어넘은 자만이 쟁취할 수 있는 행복한 미래를 그려낸다.

수액을 타고 흐르는 나무의 생명력은 자연의 원활한 순환과정의 일부로서 가지 끝마다 생명을 움트게 한다. 이러한 흐름을 끊으려 했던 조 미츄 일당과의 싸움에서 토비가 승리한 후 나무는 다시 예전의 모습을 되찾게 된다.

'토비 롤네스'란 책을 읽으며 우리는 이 책이 상징하는 자연과 환경의 소중함이라는 주제와 부딪치게 된다. 그 정도로 이 책이 던지는 메시지는 분명하고 뚜렷하다.  암담한 현실을 개척하며 나아가는 작은 영웅 토비가 우리 현실의 삶 속 어딘가에 존재하며 살고 있기를 꿈꿔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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