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나 어린 시절은 추억으로 다가오기 마련일게다.
지난 어린 시절은 마치 끊어진 영화 필름을 보는 것처럼 띄엄띄엄 생각난다. 계단에서 떨어져 머리에서 피가 나던 기억조차도 왜 흐믓한 것인지, 이건 마치 어린 시절의 마법과도 같다. 조금 더 기억을 깊이 파고 들면 마음 아팠던 순간이 떠오르기도 하지만, 나쁜 기억은 좋은 기억 속에 꽁꽁 포장되어 있어 골똘히 생각하지 않는 한은 재미있고 신났던 기억이 먼저 난다. 무지개빛 베일을 두른 듯 아스라하게 빛나는 시절은 선명하지 않아 더 그립고 예뻐보이는 건지도 모르겠다.
그래도 에스메이 라지 코델만큼 신나는 어린 시절을 보낸 것 같지는 않다.
작가는 시카고의 저소득층 임대아파트에서 부대끼며 살아가던 가족과 이웃의 얘기를 생기발랄하게 털어놓는다. 자주 가던 구멍가게와 셀프세탁소, 버스정류장 등 추억의 장소에 대한 기억들은 재미있는 이야기 소재가 되어, 어린 시절 동네 친구들과 놀던 골목길을 떠올리게 만든다.
제목인 '참치 노래를 불러라'는 피아노 강습에 관한 추억 회상 중 나온다. 레슨이 싫어도 부모의 권유로 어쩔 수 없이 배우러 다니던 기억을 갖고 있는 아이들은 국적을 불문하고 마찬가지인가보다. 레슨을 받기 싫어 작전을 세우고 친구에게 때려달라고 부탁을 했지만, 입에 피난 것쯤이야 눈도 꿈쩍 안하는 아버지에 의해 수포로 돌아간다. 힘들게 때려 피를 내고, 의기양양한 마음으로 함께 놀 생각에 바빴던 친구의 당황스러운 순간과 미안한 마음을 생각하면 웃음이 나온다.
남자를 낚는 비결을 가르쳐 준다던 독일 친구의 엉뚱하고도 귀여운 가르침은 흔히 친구들 중에 감초로 껴있는, 좋게 말해 애정전선쪽으로 성숙이 빠른 아이들을 생각나게 한다. 어른이 되어서 생각하면 얼마나 말도 안되는 얘기들을 호기심에 눈을 반짝이며 했었던지...그 시절에 흔히 있는 덜익은 풋사랑의 추억도 다른 일들처럼 그렇게 어깨를 툭 건드리고 지나갈 뿐이다.
에스메이는 일종의 대안학교를 다녔던 것 같다. 수업시간에 무엇을 해도 자유이고, 배우는 것보다는 활동하는 것이 주인 그런 학교. 어쨌거나 학교 교육이 필수이기보다는 선택이라 생각하시는 부모에 의해서 자유로운 교육방식을 체험할 수 있었다. 이런 기억들이 장래 작가의 자유로운 상상력의 토대가 되었을지도 모르겠다.
지난 시절을 파고 들었을 때 저마다의 흐뭇하고도 재미있었던 기억이 있다면, 회상만으로 풍성한 한때를 즐길 수 있을 것이다. 나의 아이는 이런 기억들을 차곡차곡 심어가며 자라고 있는 걸까? 사실, 생일파티나 크리스마스 트리 꾸미기도 아이의 추억을 위한 행사의 하나이다. 하지만, 아이의 기억은 특별한 기간의 특별한 일보다는 생활 속의 자잘한 일로부터 나올 것 같다는 생각을 에스메이의 책을 읽으며 해본다. 어느 볕 따뜻한 겨울날, 툭툭 던지는 즐거운 농담 하나도 추억거리가 될 수 있는 것이고보면, 삶의 건강함과 활기참이말로 즐거운 추억들을 만들 수 있는 밑받침이 될 거라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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