빨간머리 앤과 함께하는 크리스마스
루시 M. 몽고메리 지음, 그림책 사람들 엮음, 김경희 외 그림 / 은행나무 / 2001년 12월
평점 :
품절


꿈꾸는 수다쟁이 앤을 사랑하는 나로서는 빨간머리 앤과 함께 어린 시절을 보내지 않은 사람이 있다면 뭔가 허전함을 느끼지 않을까 하는 생각까지 든다. 나의 뒤를 이어 딸아이도 앤의 골수 팬이다. 초등 4학년때부터 동서문화사의 빨간머리 앤 10권 시리즈를 읽어대자 담임선생님께서 조숙하단 말씀을 하실 정도였다. 몇 번을 반복해 읽은 탓에 일부는 외우기도 하는 친구같은 책.

이번에는 양장판에 너무도 예쁜 삽화가 함께 한 이 책을 건네자 역시 함박웃음을 지으며 좋아한다. 단, 책의 이야기들은 동서문화사의 ANNE 10권 시리즈 안에 있는 내용이란다. 만약 동서문화사의 ANNE 10권 시리즈를 가지고 있다면 내용이 겹친다는 것은 미리 알아두어야겠다. 그러나, 앤의 팬이며, 크리스마스 분위기가 물씬 풍기는 동화풍의 책을 찾는다면 이 책이 안성맞춤일 것이다.

책에는 루시 몽고메리가 쓴 10편의 단편이 소개되어 있다. 모두 크리스마스와 관련이 있는 내용이며, 그 중에서 두 편에는 빨간머리 앤이 등장한다.
첫 번째 이야기는 잘 알려진 이야기로 매슈 아저씨가 마릴라 아줌마 몰래 소매가 부풀어져 있는 드레스를 준비해 앤에게 선물하고, 그 드레스를 입은 앤이 크리스마스 학예회에서 멋들어지게 시 낭송을 마친다는 이야기이다. 아마도 이 부분에서 앤의 팬들은 말없고 과묵하지만 유행하는 옷모양에까지 신경을 써주시는 매슈 아저씨에게 뜨거운 찬사를 보냈을 것이다. 

두 번째로 앤이 등장하는 이야기는 동서문화사의 10권 세트 중 4권에 등장하는 내용이며, 따라서 시공사의 3권 세트에도 나오지 않는 이야기이다. 앤은 건방지고 차가워 그 누구도 좋아하지 않는 캐서린의 뒤에 숨은 외로운 면을 발견하고, 초록지붕의 집으로 초대하여 크리스마스 기간을 함께 보낸다. 역시 상당히 재미있으며, 앤과 함께 하는 며칠간의 생활 속에서 인생의 행복감을 처음으로 느끼는 캐서린의 변화가 전혀 어색하지 않게 그려져 있다.

그리고 나머지 여덟 편의 이야기는 주로 화해와 사랑, 나눔의 미학을 다루고 있어 마음이 따뜻해지는 이야기들이다. 크리스마스와 아주 잘 어울리며, 어린 아이들이 등장하는 내용이 많으므로 아이와 함께 읽기에도 더없이 좋다. 문체도 다른 책과 비교했을 때 아이들이 읽기 쉽게 다듬어진 느낌이며, 가끔씩 나오는 따스한 느낌의 삽화는 감성을 풍부하게 자극할 것으로 보인다.
크리스마스를 맞이하여 이 책을 함께 읽는다면, 크리스마스란 날이 선물받는 것이 다가 아닌 사랑의 날임을 아이들은 알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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