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가 숨쉬는 보물섬 강화도 이야기 아이세움 배움터 19
권정언.최춘자.홍은경 지음, 이샛별 그림 / 미래엔아이세움 / 2007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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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 오래전 친구와 1박 2일의 강화도 여행을 한 적이 있다. 인터넷은 커녕 pc통신도 전무했던 시절, 도착하면 모든 것이 우릴 기다리고 있기나 한 것처럼 무작정 떠났던 여행은 바가지 요금에 대한 불쾌한 기억과 함께 석모도와 보문사가 거의 전부인 관광을 하고 왔을 뿐이었다. 그러다 아이의 사회 교과서에서 초지진이나 광성보와 같은 강화도 관련 내용을 접하며, 부실한 여행의 기억만 남긴 강화도를 다시한번 가봐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이 책은 여행갈 때 갖고 다녀도 좋은 책이지만, 여행서처럼 강화의 현재 모습 위주로 다룬 책은 아니다. 강화도의 역사와 지리와 유적 등 모든 것을 통털어 기술하므로, 역사적 사건과 함께 강화도의 과거에서 현재까지를 통털어 생각하게 한다. 특히, 몽골의 침입과 항쟁의 역사 부분은 역사책을 읽는 듯 자세하여 공부가 절로 되었다. 외적이 침입할 때마다 왕실의 피난처 구실을 한 강화도는 그때문에 전쟁의 상처가 많이 남아있는 곳이다. 큰 포탄구멍이 난 채, 푸르름을 자랑하고 있는 소나무의 사진이 강화의 역사를 대변해주는 듯하다.

책을 펼치면, 강화도에 무수히 많은 고인돌에 대한 설명부터 시작하여 마니산과 참성단, 전등사, 정족산 사고에 대한 이야기가 이어진다. 분명 전등사는 나도 가본 적이 있는데, 차근차근 읽어보면 확실히 아는 만큼만 보인다는 말이 실감된다. 충렬왕과 정화궁주의 전해 내려오는 이야기 중 정화궁주가 절에 옥등을 전한 이래로 진종사라는 이름에서 전등사로 바뀌었다는 일화, 그리고 대웅보전 지붕을 떠받들고 있는 벌거벗은 여인상의 유래는 흥미로웠다. 

조선왕조실록의 사고 이동 경로를 정리해 놓은 표는 알기 쉽게 한눈에 들어왔다. 다행히 복사본을 만들어 저장 장소를 달리하여 보관해 놓은 덕분에 전쟁의 와중에서도 오늘날까지 전주사고만이 유일하게 보존되어 서울대 규장각에 보관되어 있다는 사실이 얼마나 다행인지 모르겠다. 소실된 다른 실록들은 시련의 역사를 그대로 내보였지만, 한편 전쟁의 와중에서도 기록을 지키기 위해 여기저기로 장소를 옮기며 애썼던 선조들의 노력이 빛났다.

유네스코 세계기록 유산이 팔만대장경인지 대장경판인지 헷갈리는 사람들이 많을 것이다. 2년 전 딸아이의 사회 시험문제에 이러한 문제가 주관식으로 출제되었고, 정답은 팔만대장경이었다. 그중, 한 아이가 정답을 대장경판이라고 써서 틀린 답으로 처리되었다가 뒤늦게 대장경판이 맞다고 수정하는 일이 있었다. 이 책을 보면 그 정확한 이유를 알 수 있다. 세계문화 유산은 유적만 인정하므로 대장경이 아니라 경판을 보관하는 판전이 등재된 것임을. (팔만대장경은 올해 6월 14일 유네스코의 세계기록유산으로 선정되었다고 한다.) 뿐만 아니라, 나무에 들기름을 먹이며 대장경을 만드는 과정까지 그림으로 나타나 있다. 학교에서도 대장경을 만들었다고만 하지 만드는 과정까지 설명해주진 않았는데, 이 책을 보니 감탄이 나온다.

강화도의 역사를 따라가면 그것이 곧 우리의 역사이기도 하다. 호란과 병인양요, 신미양요를 거쳐 불평등했던 일본과의 조약인 강화도조약으로 얘기는 이어지고, 동시에 강화도령 철종이 농사짓던 곳이면서 연산군의 유배지였음을 짚어낸다. 이 책은 석모도, 교동도, 강화 특산물까지 망라하며, 우리 지도의 한 쪽을 차지하고 있는 보물섬과 같은 강화도의 현주소를 일깨워준다.
좋은 책을 대할 때마다 출판사의 노력을 엿보며 뿌듯해지는 감정이 생기는데, 이 책도 여지없이 내게 그런 감정과 또다시 만나게 해준 알찬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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