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기만의 방 쏜살 문고
버지니아 울프 지음, 이미애 옮김, 이민경 추천 / 민음사 / 2016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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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마음속을 샅샅이 뒤져 보아도, 나는 남성의 동료라든가 남성과 대등한 사람이 되고자 하는 고귀한 감정을 찾을 수 없고 더 높은 목적을 위해세상에 영향을 끼치려는 생각도 없습니다. 나는 그저 다른 무엇이 아닌 자기 자신이 되는 것이 훨씬 중요한 일이라고 간단하게 그리고 평범하게 중얼거릴 뿐입니다. 다른 사람에게 영향을 미치겠다는 생각은 꿈도 꾸지 마시오, 하고 나는 말할 겁니다. 그 말을 고귀하게 들리게끔 표현할 수 있다면 말이지요. 오로지 사물을 그 자체로 생각하십시오. - P16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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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원의 밤
이소민 지음 / 엘릭시르 / 2020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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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가 재밌게 읽었다고 빌려준 책.

예술고등학고 무용과에서 교사로 근무하는 동생 은지가 사고를 당하고 그 오빠인 은호는 어딘가 수상쩍은 사고의 진상을 밝히기 위해 학교에서 잠입 취재를 한다는 내용이다. 폐쇄적이고 배타적인 분위기 속에서 발레 지젤 공연을 준비하는 학생들과 하나하나 인터뷰하며 과거와 현재, 죽은 자와 산 자 사이의 간극이 점차 좁아지는데…

장르는 추리형식 호러 쯤? 되는 것 같다. 추리는 형식적이고 신비로운 분위기와 발레 공연 지젤의 이미지가 겹쳐진 흥미로룬 과거 이야기로 풀어가는 소설이다. 은호는 어느 누구도 환영해주지 않는 학교에서 이름이 없는 A부터 Z까지(F, G 결번) 총 24명의 윌리들을 인터뷰하며 학교의 비밀을 파해친다.

자세한 내용은 너무 스포니 패스. 전체적으로 허술한 부분이 많지만 크게 걸리지 않도록 이끌어나가는 힘이 있는 작품이다. 으스스하면서 예쁘고 감성적인 분위기를 낸다. 결말도 전혀 예상 못하고 있다가 놀라고 재밌었다.

어딘가 겉도는 문장이 많은 것과 화자인 은호가 스토리에서도 꽤 중요한 역할을 하는 것에 비해 캐릭터가 지나치게 허술한 건 아쉬운 점. 이럴 거면 왜 기자로 설정한 건지 모르겠다. 동생 은지를 향한 감정도 몰입이 안 됐다.

그래도 후루룩 재밌게 읽었고 다른 사람들에게도 가볍게 한 번 정도는 읽을만하다고 추천할 수 있을 것 같다. 재밌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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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딘가 상상도 못 할 곳에, 수많은 순록 떼가 켄 리우 한국판 오리지널 단편집 1
켄 리우 지음, 장성주 옮김 / 황금가지 / 202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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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쁜 책(ㅎㅎ)
책 처음 나왔을 때도 생각했지만 정말 예쁘게 뽑혔다. 이미지보다 실물이 더 예뻐서 좋음. 황금가지 책 정말 예쁘게 뽑아.

종이동물원과 마찬가지로 단편집인데 보아하니 다른 나라에는 없는, 독자적으로 엮어낸 켄 리우 단편집인 듯하다. 그래서인지는 모르겠지만 저번과는 달리 무난하게 읽히는 작품들로 이루어져 있다.

읽기가 쉬운 이유는 지역색이 강하고 참사가 주로 다루어진 종이동물원에 비해서 좀 더 인류 보편적이고(그렇게 여겨지고) 끔찍한 장면이 적어서다. 어느 특정 지역의 이야기라기보단 개인적인 감상을 불러일으키는 작품이나 미국색이 강한 미래지향적 작품이 많아서인데, 잔인한 묘사를 잘 견디지 못하는 탓에 읽기는 편했지만 약간 비겁해진 기분도 든다. 일부러 외면한 건 아니어도 쉬운 길을 찾아가는 느낌은 들었으니까.

재밌는 건 책에 실린 대부분의 화자가 여성이라는 점이다. 일부러 골라서 이렇게 실은 걸까? 여성 화자를 잘 살린 에피소드도 몇 보인다. 남자 작가가 여성 화자를 쓰면 대체로 티가 나는데 그렇지 않다는 점에서 켄 리우의 역량이나 사고의 유연함이 보였다.

< 호(弧) >
아름다운 작품이라는 말을 먼저 해야겠다. 제목 그대로 느슨한 곡선을 그리는 이야기다. 삶과 죽음이라는 거대한 주제에 걸맞지 않게 아주 개인적이고 지극히 소소한 한 여자의 삶에서 시작되어 한 여자의 삶으로 끝나는 점이 특히 그렇다.
켄 리우의 소설답게 다양한 사람이 서로 상반된 견해를 가지고 갈등을 빚지만, 그 어느 쪽도 옳거나 그르지 않고, 그저 그것이 그 사람의 인생이라고 말해주는 듯한 작품. 변화하는 세상에 맞춰 살아가는 사람들의 이야기. 이 책에서 가장 켄 리우다운 작품을 하나 꼽자면 이 작품이 아닐까.
덤. 계속해서 사람의 손을 동물에 비유하는 게 인상적이고 예뻤음.

< 심신오행 >
켄 리우의 작품에서는 곧잘 과거와 미래가 만난다. 내가 느끼는 ‘현재’는 이 작품에 존재하지 않는다. 누군가에게는 이 작품 속의 과거나 미래가 현재일지도 모르지만 내게는 그렇다.
인체에 존재하는 박테리아를 오행으로 해석하는 관점이 재밌었다. 어쩌면 현대의 과학이 향하는 방향은 인간성을 거세하는 방향일지도 모른다. 그런 생각이 들게 하는 작품이었다. 결과적으로 이야기의 주인공이 선택한 것은 과거와 미래로 갈린 두 세계의 화합이고, 나는 그 결말이 굉장히 마음에 든다.

< 매듭 묶기 >
어느 지역의 매듭 문자에서 유전자 배열을 찾아내는 이야기인데…, 핵심은 그게 얼마나 기가 막힌 과정으로 이루어졌는지다. 세상의 모든 것에 값을 매겨 마땅한 자본주의 사회에서 왜 오래된 것은 값을 치지 않아도 되는 것이 되었는가. 과거의 것은 값어치가 없는 것인가. 옛것을, 어쩌면 인간의 근본이 되는 것을 지키는 이들은 존중받을 가치가 없는가.

< 사랑의 알고리즘 >
사람을 본따 만든 인형이 사람과 동일한 것이 두려운 일인가? 인간과 인형이 같은 존재인 것이 섬뜩한가? 나는 모르겠다. 인형과 인간이 동일하다면 오히려 기뻐해야할 일일텐데 왜 두려워하는가. 인간이 인간을 창조해내는 것이 두려운가? 그게 아니면 인간이라는 존재가 만들어질 수 있다는 점이? 내 손으로 만든 것과 내가 동일하다면, 나 자신을 빼앗기는 느낌이라도 드는 걸까?

< 카르타고의 장미 >
인간의 몸과 정신을 분리한다면 그 인간의 본체는 어느 쪽일까. 이 소설의 화자는 그것을 결정하지 못한 듯하다. 중요한 것은 몸이라고 계속해서 반복하면서 정작 정신만 남은 가족을 죽지도 못했다고 말하는 걸 보면 말이다. 그게 아니라면 몸과 정신 모두가 그 사람인걸까? 그렇다면 몸과 정신 중 하나가 죽어버린 사람은 불완전한 존재인가?
화자의 비애는 공감할 수 없는 면이 너무 크다.
카르타고의 장미는 싱귤레리티 3부작의 첫 작품인데 설정은 이어지지만 이야기하고자 하는 바는 전혀 이어지지 않는 게 인상적.

< 만조 >
예쁜 작품. 물이 차오르는 지구에서 버티는 부녀의 이야기. 아주 짧고 아련하니 예쁘다.

< 뒤에 남은 사람들 >
카르타고의 장미에서 이어지는 싱귤러리티 3부작. 카르타고의 장미에서 생겨난 기술로 인해 상당수의 인류가 ‘업로드’ 되고, 인구가 극단적으로 줄어들면서 문명과 풍요를 잃게 된 사람들의 이야기다.
인상적이고 재밌었던 건 인구가 주니까 지구에 일어나는 변화 쪽. 자연이 살아나고 인터넷 망이 끊어지고 도시가 폐허가 되고….
인간답게 사는 건 무엇일까. 어떤 답이라도 선택은 ‘내’가 하는 거라고 말하는 켄 리우를 참 좋아한다.

< 곁 >
어머니를 향한 그리움을 이렇게 아름답고 감동적으로 그릴 수 있는 작가는 더 찾을 수 없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한다. 유예와 미루기가 결심과 같은 결과를 초래한다는 이야기가 진하게 와닿았다. 상실은 아름다워.

< 어딘가 상상도 못 할 곳에, 수많은 순록 떼가 >
표제작이자 싱귤러리티 3부작의 마지막 작품. 뒤에 남겨진 사람들이 업로드되지 않은 사람들의 이야기였다면, 이 이야기는 업로드된 사람들의 이야기다. 컴퓨터 속에서도 삶은 이어지고, 번식이 이루어지고 있었기 때문에 가상 세계 속에서도 사회는 발전해 나간다.
켄 리우가 그려낸 새로운 인류는 다중 차원에서 살아가며 현생 인류가 상상도 할 수 없는 삶을 구가한다. 그 모습이 얼마나 환상적인지 좀 더 자세히 들여다 보고 싶을 정도로 새로운 세계다. 그런 세상에서 태어나 살아가는 신생 인류와 한때 몸을 가지고 있었던 일명 ‘고대인’이 만나 서로를 이해하는 이야기이자, 이렇게나 다른 모양이 되어버린 미래 세계 속에서 현대의 삶과 물성이 어떻게 남아있는지를 상상해볼 수 있는 이야기.
덤으로 화자 이름에 고래 이모티콘이 들어가 있는 게 귀엽다.

< 달을 향하여 >
이 이야기를 보면서 양심적 병역거부자와 난민, 트랜스젠더의 성전환 심사에 대한 유튜브 방송을 봤던 게 생각났다. 거짓말을 할 수 밖에 없게 만드는 제도가 있고 거짓말을 하는 사람이 있으면, 잘못은 누가 했던 걸까. 약자에 대한 차별적 태도가 사람을 어떻게 몰아넣는지 새삼 되새기게 만든 작품이었다. 어차피 사람들은 보고 싶은 것만 보고 듣고 싶은 것만 듣는데 진실이 무슨 소용인지.

< 모든 맛을 한 그릇에. 군신 관우의 아메리카 정착기 >
이 책에서 가장 긴 작품이다. 중국인의 정신으로서의 관우가 미국으로 이주해온 중국인들에게 어떤 모습인지 엿볼 수 있다. 중국인들의 자문화에 대한 긍지를 느낄 수 있어서 좋았고, 근현대사에서 착취당한 나라의 국민으로서 공감과 비애를 느낄 수 있었던 작품.
‘모든 맛을 한 그릇에’란 제목의 원문은 All the flavors인데 정말 번역을 잘했더라. 삶의 모습을 맛으로 비유해 관우가 미국의 맛도 자신의 것으로 소화해내 미국인이 되었다는 귀결인데 이렇게 정확한 표현이 또 있을까 싶다. 미국은 다민족 국가인만큼 모두가 미국인이라는 자부심? 같은 것으로 뭉쳐있다는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는데 그 생각이 나서 재밌었다.
낯선 것에 원망을 떠넘기는 건 참 쉬운 일이다.

< 내 어머니의 기억 >
시한부이 어머니가 딸의 일생을 지켜보기 위해 우주여행을 한다는 이야기. 공유한 시간은 적고 최종적으로는 나보다도 젊은 어머니와 만나게 되지만, 어떻게 보면 어머니가 있으나 없으나한 삶이지만, 그 어머니를 향한 그리움과 애정만큼은 진실되다. 어머니가 아니라 어머니를 향한 사랑과 그리움을 그린 이야기.
다시 쓰지만 어머니를 향한 애정을 이보다 더 정확하고 아름답게 그리는 작가가 또 있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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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것 아닌 거 같겠지만, 정말 그게 별거더라구요. 인정받는다는 거요. 제가 계속 열심히 할 수 있는 원동력이 되고 있으니까요. 생각해보세요. 내가 제대로 살고 있다는 걸 아무도 인정해주지 않으면, 계속 제대로 살고 싶겠어요? 그게 제대로인지 아닌지 알 수도 없을 거고요. - P1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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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자책] [합본]120일의 계약결혼 (전3권/완결)
재겸 / 로망띠끄 / 2020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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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점수는요. 별 다섯 개 만점에 세 개 반이에요.

이 작가님이 참 잘 잘 쓰는 작가님이라고 생각한다. 문장은 유려하고 인물이 매력적이며 유기적이고 흥미로운 사건 전개가 시선을 잡아끈다. 그래. 그런 작가님의 소설이 이렇게 점수가 낮은 게 슬프단 말입니다.

이 책을 읽기 전에 같은 작가님의 소설 몇 개를 간잽이 해보았다. 연재처에서 주는 무료 대여권으로 짬짬히 들춰봤단 소리다. 두 개의 작품을 가볍게 읽다 중단했고, 하나에 크게 실망했다. 어떤 작품인지는 밝히지 않겠지만 그 작품에서 느낀 단점이 이 작품에도 고스란히 반영되어 있었다. 별 반 개는 이것 때문에 깎았다. 나머지 하나는 흥미로웠던 전개에 비해 결말이 많이 미흡해서 깎았다.

타고난 환경에 비해 삶이 평탄치 못했던 처녀 엘루이즈는 30대의 노처녀다. 어린 시절 어머니가 돌아가시고, 아버지는 실종되었으며, 하나 남은 가족이었던 언니는 사랑의 도피를 꾀했다가 장애를 가진 자식을 안고 돌아와 목숨을 잃었다. 그 모든 불행을 거쳐 엘루이즈는 분에 맞지 않는 거대한 저택과 제대로 대화도 나눌 수 없는 조카를 떠안고 비틀비틀 삶을 일궈가고 있었다. 그래도 운이 따라 이정도 불행에서 그쳤다고 위안하면서.
돈은 썩어나게 많지만 진정한 사랑은 찾지 못한 마커스 행어는 엘루이즈보다 세 살이 어렸다. 마커스는 계속해서 사랑을 찾아 헤매지만, 그 어떤 매혹적인 여인을 만나도 마음이 통하는 순간 불씨는 꺼져버렸다. 고생이라고는 허전한 가슴 말고는 없던 부유한 청년은 그날도 사랑을 쫓아 달리다가 우연히 마주한다. 행색은 초라하지만, 자신과 사랑에 빠지지 않을 것 같은 한 여인을.
조카 줄리엣을 위해 떠밀리듯 휴양 도시 클리프를 찾은 엘루이즈는 우연한 기회에 마커스와 마주치고, 여행 가방을 잃어버린다. 마커스는 구애하던 여인에게 차인 후, 반쯤은 충동적으로 엘루이즈를 돕게 된다. 마침 마커스가 구애하던 벨로나 공작부인은 ‘유부남’만을 꼬시는 독특한 취향을 가진 미망인이었고, 옴쭉달싹 못하고 마커스의 도움을 받아야만 하는 처지가 된 엘루이즈는 이용하기에 더할나위 없이 좋은 상대였다.
그래서 시작된, 120일의 계약 결혼.
소설에 등장하는 모든 약속이 그렇듯이 결코 사랑에 빠지지 않겠다는 약조를 깨고 두 사람은 결국 사랑에 빠진다. 그러나 길어야 2개월짜리 유효기간을 가진 사랑을 반복하던 마커스를 신뢰하지 못한 엘루이즈는 끝내….

어떻게 생각하면 전형적이지만 충분히 자기만의 매력을 지닌 이야기라서 자세한 스토리는 생략한다. 간략하게 쓰면, 그럴 줄 알았어, 밖에는 남지 않을 것 같다.
설정도 흥미롭고, 내용도 흥미롭다. 엘루이즈는 귀족이지만 작위도 팔아먹어야할만큼 가난하고 마커스는 중인이지만 작위를 사도 돈이 남아돌만큼 부자라서 신분격차는 거의 느껴지지 않는다. 장르가 로맨스판타지인데 판타지 요소가 눈꼽만큼도 없는 점은 마음에 안 들지만, 딱히 들어갈 부분도 없는 내용이다.
크게 아쉬운 건 베드씬이 나오면 지루하게 느껴질 정도로 내용 전개에 조금도 영향을 미치지 않는 점이랑 마무리가 정말 허술하다는 점. 내용과 설정이 거의 연계가 안 되는 게 아쉽다. 그래도 전반적으로 페이지가 수월하게 잘 넘어가고 아쉬운 것 없이 재밌게 잘 읽히는 점은 좋음.
다른 작품도 그렇지만 인물 구성이 좋아서 장면마다 주고받는 대화나 행동이 매력적이다. 특히나 이 작품은 주인공 커플의 합이 훌륭해 매순간 웃으면서 볼 수 있었다.

하지만 이 작가님 다른 작품에서 크게 느꼈고, 이 작품에서도 설핏 비치는데, 작가님이 신분제나 종교 같은 것에 대한 이해가 전혀 없으신 게 보인다. 설정은 공부를 하신 게 눈에 보일 정도로 섬세한데, 정작 그 세계 속에 사는 인물들에 대한 고찰이 없다는 느낌이다. 개인적으로는 어떤 시대상을 머릿속에 박아넣고 외운 것뿐, 그런 모양새가 어째서 왜 만들어졌고 그것들이 사람들에게 어떻게 받아들여지는지는 조금도 관심이 없으신 것 같아 보인다. 위에 가볍게 적은 설정과 인물이 이어지지 않는다는 것과도 이어지는 부분인데, 솔직히… 이렇게 쓸거면 시대극 안 쓰셨으면 좋겠다. 현대극 쓰시면 제가 사랑할 자신이 있는데요.
다른 로판에서도 종종 느끼는 바지만, 유난히 이 작가님께 크게 느껴지는 건 작가님이 워낙에 글을 잘 쓰셔서다. 인물을 이렇게 잘 짜는데 시대상이 조금도 녹아있지 않은 건 왜예요…. 이야기를 전체적으로 건조하게 받아들이게 되는 건 아마도 이 영향이 가장 크지 않을까 싶다. 진짜 속상해.

윗문단으로 감상을 대충 끝내려다가 그래도 마무리는 지어야겠다 싶어서 가볍게 정리하자면, 인물이 매력적이고 인물간 주고받는 대화나 행동에 박자감각이 좋아서 장면이 매력적이며 사건을 흥미진진하게 이끌어가는 좋은 작가님인데, 설정이나 시대상과 각 인물들이 긴밀히 연결되어있지 않아서 전반적으로 감동을 깎아먹는 감이 있음. 베드씬이 스토리와 동떨어진 느낌이 강하고 마무리가 허술하지만 위에 언급한 장점으로 인해 가볍게 읽기엔 충분히 재밌으며, 가볍게 읽기에 내가 언급한 단점은 큰 문제가 되지 않으니 재밌게 읽을만한 소설입니다.
앞에도 있긴 하지만 별점 5점 만점에 3.5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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