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건 부두로 가는 길 - 조지 오웰 르포르타주
조지 오웰 지음, 이한중 옮김 / 한겨레출판 / 2023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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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건 부두로 가는 길

근대의 부산물, 탄광 노동자

눈부신 기술 발전의 시대인 근대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탄광 노동자와 같은 프롤레타리아트 혹은 하층민들의 고된 노동과 생활이 자리하고 있었다. 오웰은 날카로운 시선으로 탄광 노동자들의 일상과 노동 생활을 짚어내며, "밑바닥 사람들로 최소한의 인간다운 삶을 누릴 수 있는 사회로 가는 길(896)"이 무엇일지에 대해 물음을 던지고 있다.

그렇다면 현재는 어떠할까? 지금의 노동자들의 삶은 과거에 비해 인간다워진 것일까? 이 책은 근대 체제를 위해 사람들이 무엇을 희생하고 있는지 깊은 성찰을 가져온다.

기술의 발전은 행복을 가져오지 못한다. 그런데 오웰의 말에 따르면 모든 광부는 새로운 기계가 도입되고 전반적으로 작업 속도가 빨라지면서 일이 더 위험해졌다고 단언했다(168).” 기술은 편리함도 안전도 가져오지 못하는 걸까? 사실 기술이 문제가 아니라 기술을 이용하는 사람들의 문제이다. 기술의 발전이 인간을 노동에서 완전히 해방시켜줄 것이라는 신화는 끝난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그럼에도 인간은 기술과 따로 분리할 수 없고, 인간과 기술이 서로 어떠한 영향을 주고받으며 나아가는지에 대해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오웰은 영국의 경제적 지표와 계층, 신분제가 결합되어 있는 미묘한 현실을 잡아내며, ‘노동자에 탄광 노동자만 속한다고 생각하지 말고, 모든 칼라의 노동자들이 하나의 목표 아래에 규합할 것을 에둘러 표현하고 있다. “어떤 면에서는 광부나 부두 노동자보다 실제로 더 열악한 수많은 사무원과 점원 중에 스스로를 프롤레타리아라 생각하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 그들에게 프롤레타리아란 칼라없는 옷을 입는 사람이다(838).” 화이트칼라는 탄광 노동자와 얼마나 다를까?

또한 오웰은 다른 계층이 노동자들을 어떻게 바라보았는지 분석하며, 비판하고 있다. “평균적인 중산층 사람이 노동계급은 무식하고, 게으르고, 술꾼이고, 상스럽고, 거짓말쟁이라 믿도록 교육받고 자란다 해도 큰 문제가 아닐 수 있다. 그러나 그들이 더러운 존재라 믿도록 교육받는다면 대단히 해로운 일이다(469).” 오웰이 말하는 악취는 인간을 인간 이하의 존재로 보는 감각을 말하는 것이 아닐까? 같은 인간을 냄새나고 더러운 것으로 여기게 되는 이유는 무엇일까? 지금 우리 사회는 어떤가? 우리는 노동자를 어떻게 바라보고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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빛이 이끄는 곳으로
백희성 지음 / 북로망스 / 2024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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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빛이 이끄는 곳으로

기억의 공간,

건축가는 자신의 가치와 철학을 담아 건물을 만들지만 정작 자신은 그 곳에 들어가지 못하게 될 수도 있다. 건축가들은 이 상실을 어떻게 이겨내는지 궁금하다. 이 책은 집이라는 공간이 단순히 재화로서 숫자로 가격이 매겨질 뿐만 아니라, 그 이상의 가치를 담고 있음을 깨우치게 해준다. 특히 건축가의 시점에서 건축물, 집이란 어떤 의미인가를 유추해볼 수 있다. 또한 사람의 기억이 얼마나 강렬하고 소중한 것이며, 살아가면서 어떻게 작용하는지에 대해서도 함께 살펴볼 수 있다.

이 책은 주인공이 프랑스에서 저택을 구매하려다가 우연히 돈 많고 나이 많은 노인에게 남겨진 유산과 과거와 얽히면서 이야기가 펼쳐진다. 주인공과 노인의 아버지 모두 건축가로, 집에 대한 저자의 많은 생각이 담겨있다. 중간 중간 지도와 도면이 등장하지만, 이것만으로는 아쉬울 정도였다. 실제로 저자가 묘사한 것 같은 건축물이 있다면 꼭 가고 싶은 생각이 들 정도로, 병원은 자연과 인공물이 조화를 이루고 있는 아름다운 곳이었다.

병원의 건물이 폐허였기 때문에 자연이 끼어들 틈(빛이 들어올 수 있는 공간)이 생겼다는 점이 참 아이러니 하다. 어쩌면 이는 현재 인간의 모습을 잘 드러내주는 대목이기도 하다. 사람들은 무언가를 만들면서 자연을 쉽게 망가뜨린다. 자연은 단순히 자원을 제공해주는 곳으로, 때에 따라 방해물처럼 여겨진다. 건축물을 지을 때도 마찬가지이다. 주변 자연 환경과의 조화보다는 건물만의 편리성과 아름다움을 추구할 뿐이다. 필요하다면 건물 주변의 경관도 바꾸어 놓는다(조경). 저자는 책을 통해 자연과 공존하는 건축물이 압도적으로 아름다울 수 있음을 표현하고 있다.

집은 어떤 의미일까? 집은 나에게 휴식이자 삶의 터전이자, 가족과 함께 살아갈 수 있는 소중한 공간이다. 사람들이 부딪히며 생활하던 집에는 그 사람들의 기억이 깃들기 마련이다. 또한 한 사람은 그 사람이 지금껏 쌓아온 기억으로 이루어져 있다. 사람의 본질은 기억인 것이다(358). 게다가 기억의 가치는 돈으로 매길 수 없다(205). 그렇다면 기억이 담겨있는 집이라는 공간은 사람에게 어떠한 의미를 지니고 있을까? 집과 사람은 어떻게 서로 영향을 주고받을까?

어떤 아파트가 가장 비싼지, 투자 가치가 있는지에 대해서만 논의되는 현실을 돌아보며, 자본주의에 매몰되어 진정으로 귀한 가치를 잊고 있던 것은 아닌지 반성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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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이처 포지티브 - 기업이 알아야 할 자연을 위한 ESG 로운 known 4
오일영 외 지음 / 지을 / 2024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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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이처 포지티브

자연을 긍정하라

네이처 포지티브는 자연과 생물다양성 손실을 멈추고, 자연이 회복되며 생물다양성을 포함한 자연자본이 증가하는 상태를 의미한다. 그런데 인간은 자연과 어떤 관계일까? 그리고 인간의 경제체제는 자연과 어떤 관계가 있을까? 책에서는 이렇게 답하고 있다. “세계 총 GDP의 절반 이상은 자연에 의존하고 있다. 우리는 자원과 물, 에너지, 동식물, 생태계를 이용하고 있고 또 그 안에 의존하며 살고 있으니 자연과 경제는 불가분의 관계인 것이다(5).”

인간은 과거 두려움과 미지의 대상이었던 자연을 기술의 발전으로 점차 정복해 나가기 시작했다. 특히 근대를 지나며 자연을 자원을 공급해주는 곳, 인간에게 당연한 곳, 부산물과 같은 존재로 여기기 시작했다. 더 나아가 이러한 과정 속에서 인간은 자연(지구)의 지배자이자, 자연과 인간이 분리된 것으로 여기는 관념을 형성시키기 시작했다. 하지만 인간은 자연 밖의 존재가 아니다. 인간은 자연, 즉 지구를 구성하는 한 개체일 뿐이며, 인간은 지금까지 스스로의 터전이자, 스스로의 존재 자체를 짓밟고 부정해오고 있었던 것이다.

자연을 자원으로, 다시 말해 사고 파는 상품으로 변모시키며, 인간들은 자연을 파괴하는 것에 대해 더욱 정당화시켜 갔다. 흐르고 있던 강물은 흘러 버려지는 것으로 여겨지고, 이를 가두어 수자원으로 개발하려는 댐 사업 등이 전 세계적으로 활발하게 일어났다. 현재 많은 사람들은 자연을 보호하는 것과 경제를 발전시키는 것은 완전한 대척점에 서있다고 생각할 것이다. 이는 특히 근대 이래로 인간들이 자연을 자원의 공급처로 여기고 혹은 자연이 인간의 발전에 저해된다고 생각하여, 없애야 할 정복의 대상으로 여겨온 관념과 깊은 연관이 있다고 생각된다.

하지만 이 책은 자연과 인간의 관계에 대한 오해를 짚어준다. 빨래를 하려면 물이 있어야 한다. 세제 회사에서 이는 고려가 되지도 않을 만큼 당연한 것이었다. 하지만 이제는 모든 것들을 당연하지 않게 생각하고, 제품을 생산하고 소비하며 미치는 모든 영향(업스트림과 다운스트림)을 고려해야만 한다. “사람은 자연의 일부이며, 비즈니스는 결국 사람에 관한 것이다(342).” 자연이 존속되지 못한다면, 그 안의 작은 존재인 인간도 무사할 수는 없을 것이며, 당연하게도 많은 산업들의 몰락을 초래할 것이다. 따라서 윤리적인 문제, 기업의 이미지, 사회환원과 같은 부가적인 가치가 아닌, 지속가능성을 위해 이제는 기업 또한 나서서 자연에 대해 생각해야 한다우리는 단순히 덥고, 수위가 올라가는 기후변화를 '받아들이고' 있을 때가 아니다. 기후위기와 더불어 환경위기, 즉 지구적인 위기가 무엇인지 이해하며, 해결할 방안을 찾으며 실천해야한다.

이 책에는 기업이 자연에 대한 이해, 자연과 공존하기 위해 어떤 목표를 설정해야 하고, 어떤 방식을 거쳐야 하는 지 자세히 나와있다. 기업을 이끌어가는 사람들이나 정책입안자들 뿐만 아니라, 많은 시민들이 이 책을 통해 인식의 전환을 맞이하기를 바란다.

한편 네이처 포지티브는 그동안 주체로 부정되어온 것에 대해 반성하고, 자연을 다시금 인식하고, 자연과 인간의 관계를 제대로 이해해야 한다라는 의미이지 않을까? 더 이상 자연을 부정하지 않고, 자연과의 관계를 재인식하는 사람, 기업, 국가들이 늘어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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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학의 쓸모
로랑스 드빌레르 지음, 박효은 옮김 / FIKA(피카) / 2024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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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학의 쓸모

삶이 무료할 때, 철학

 

나는 철학은 어렵고 이해가 되지 않는 말들을 늘어놓은 학문이며, 나와는 거리가 먼 것이라고 여겨왔다. 엄청나게 유명하고 시대를 뛰어넘는 학자들이 많다는 것이 더욱 심리적으로 거리가 멀게 느껴졌다. 천재들이나 공부하고 논하는 학문이라고 생각되었기 때문이다. 그러다 점점 공부를 하면서 사람들의 일명 세계관을 정리해놓은 것이 철학이지 않을까 라는 생각이 들기 시작했고, 철학에 점점 관심을 가지기 시작했다. 『철학의 쓸모』 라는 제목을 보고 바로 책을 읽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저자는 철학이 삶의 치료제라고 설명한다.

삶은 고통스럽다. 나의 의지와 관계없이 우리는 이미 태어났으며, 계속해서 살아가는 과정에서도 나의 뜻과 전혀 관계없는 일들이 벌어지며 우리를 힘들게 한다. 이럴 때 지침이 되어줄 수 있는 것이 철학이라고 저자는 설명하고 있다. 저자는 무수히 많은 고통들을 세밀하게 챕터 별로 나누어서 설명해주고 있는데, 철학에 대해 거의 처음 접한 것이나 다름없는데도 공감이 가고, 중요하다고 생각되는 부분들이 매우 많아, 첫 회독은 밑줄만 긋다가 끝이 난 것 같다. 저자는 글을 굉장히 이해하기 쉽게 풀어서 쓰고 있지만, 모든 한 문장이 던지고 있는 여운과 그 속에서 이끌어낼 수 있는 물음들을 지니고 있어, 결코 가벼운 책이라고는 볼 수 없다.

삶은 길고 무료하다. 우리의 삶은 우리의 의지와 관계없이 주어졌고, 의지와 관계없는 일들이 일어날 것이지만, 그럼에도 우리는 자유로운 존재이며, 스스로의 의지에 따라 선택을 하며 살아간다. 선택을 하며 (그리고 책임을 지며) 우리는 스스로의 존재 가치를 결정짓게 된다. 어떤 선택을 하며 살아갈지, 그리고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그것이 나의 의지였든, 의지가 아니었든 일어난 일을 받아들일 수 있는 태도를 배워 나가기 위해 우리에게는 철학이 필요하다. 나는 이 책을 통해 철학에 대한 오해를 풀고, 철학에 첫 걸음을 내딛을 수 있었다. 계속해서 삶을 살아나가며 철학을 나의 휴식이자 지침으로 삼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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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빈 니블렛의 신냉전 - 힘의 대이동, 미국이 전부는 아니다
로빈 니블렛 지음, 조민호 옮김 / 매일경제신문사 / 2024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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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냉전

냉전과 열전 사이

1.     공급

지구화로 인하여 쉽게 접할 수 없는 것들을 동네 마트에서도 살 수 있게 되었다. 커피나 아보카도 같은 식물은 아직까지는 한국에서는 재배될 수 없었던 작물이며, 교통수단과 무역의 발전 그리고 전세계가 거대한 하나의 공급 연결망으로 엮이기 전까지는 쉽게 접할 수 없었을 것이다. 하지만 지구화와 그에 따른 거대하고 단일한 공급 체계가 형성되면서 좋은 점만 있는 것은 아니다. 재난이나 전쟁, 국가 간의 갈등으로 인해 공급 체계에서 누군가 빠지게 된다면 그 국가만 공급 체계의 혜택을 받지 못하는 것으로 끝나지 않는다. 그 국가에 수출을 하고 있던 국가들도 타격을 입게 되고, 그 국가에게서 수입을 하던 국가들도 타격을 입는다. 이는 계속해서 연쇄적으로 작용하게 된다. 연결망의 가장 끝에 위치해 있을수록 타격은 미미해질 수도 있지만, 오늘날 지구 상의 모든 국가(지역)은 연결되어 있으며, 어떠한 사건(재난이나 전쟁부터 각종 경제 위기, 전염병 등)에서부터 결코 별개인 국가는 없다.

저자가 근 10-15년간의 상황을 신냉전 국면으로 접어들고 있는 것으로 지적하면서, 무엇보다 긴급 상황에 돌입했을 때의 공급이 염려되었다. 한국은 천연자원도 심지어는 식량까지도 수입에 의존하고 있다. 우크라이나와 러시아의 전쟁만 보더라도, 무력충돌은 기술의 발전에 따른 예측과는 다르게 단기간에 끝나지 않을 수도 있다. 그렇게 된다면 다시 가장 중요한 것은 공급이다. 적어도 비상시에서 만큼은 한 국가 내에서 모든 것을 공급할 수 있는 자립심을 갖추어야 한다. 러시아, 중국, 대만, 일본이 모두 한국 바로 옆에 있다. 심지어는 가장 가까이에 북한이 있다. 왜 한국은 여전히 경각심을 가지고 있지 못하는 것처럼 보일까? 이 또한 저자가 지적한 대로 오늘날 국력의 핵심은 군사력이 아닌 경제력이다. 다른 국가에 비해 경제 지수가 높은 것도 중요하지만,신냉전이 우려되고 있는 현실에서 핵심은 독립적인 공급 체제를 작동시킬 수 있는 힘이라고 생각된다.  

2.     대의

이 책을 통해 결국 국제 기구도 회원국의 이익을 위한 곳일 뿐이며, 대의는 그저 허울 뿐이라는 것을 다시 느낄 수 있었다. 하지만 우리에게는 기후변화라는 지구적 진실이 점점 더 빠르고 무자비하게 다가오고 있다. 기후변화는 국경도 초월하지만 종 간도 초월한다. 기후변화는 모든 지구상의 존재에게 예외가 되지 않으며, 지구 자체에게도 예외는 없다. 저자는 신냉전 상황이 기후변화에 대한 공동 대응에서 멀어질 것을 염려한다. 세상이 더할 나위 없이 평화로워도 기후변화 대응과 같은 대의가 과연 진정으로 힘을 발휘할까? 얼마나 많은 사람들의 참여를 이끌어낼까? 저자는 20-30년 전만 해도 인류가 대의를 향해, 지구적인 문제들을 해결해 나가기 위한 움직임을 보였다고 하였지만, 냉정하게 바라보자. 당시에도 국제 기구에 모여 수많은 회의와 협약만을 문서로 남겨두었을 뿐 아무것도 실제로 해결된 것은 없었다. 그러니까 이데올로기, 패권과 대의는 서로 큰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 전쟁, 재난이 기후변화 대응과 같은 대의에 반한다는 것은 지금까지 인류가 수도 없이 늘어놓았던 기후변화 대응에 대한 또다른 핑계일 뿐이다. 인류는 과연 지구를 위한 (지구에 속한 스스로를 위하기도 한) ‘지구적(사회적) 합의를 이끌어낼 수 있을까?

3.     냉전과 열전 사이

최근의 여러 전쟁을 통해, 냉전이라는 개념 자체에 대해 회의감이 든다. 2차 대전 이후에도 세계 곳곳은 전쟁에 휩싸였으며 절대 끊이지 않고 지금 이 순간에도 계속되고 있다. 그런데 대체 어떻게 직접적인 무력 충돌이 없는 냉전시기가 존재했다는 것인가? 당시의 세계는 연결되어 있지 않았기 때문에? 미국과 소련을 주축으로 한 각각의 동맹국 정도까지만이 세계였단 말인가? 저자를 비롯하여 많은 정치인, 학자들이 중국과 미국의 점점 심화되어 가는 듯한 대립을 두고 신냉전이라 부르며 염려하는 것에는 상당 부분 동의한다. 하지만 나는 냉전이라는 개념 자체가 가져오는, 이 땅에는 전쟁이 없다는, 죽어가는 사람들이 없다는 착각에 쉽게 빠질 수 있게 만들며, 이는 다시 내 눈 앞에서 당장 일어나는 일이 아니면, 나의 전쟁이 아닌 것처럼, 아주 먼 이야기로 여기게 되는 인간의 본성이 걱정스럽다. 오늘날 세계는 연결되어 있다. 절대 나에게는 영향을 미치지 않을리 없다. 게다가 저 멀리서 일어나는 일은 곧 내 눈 앞에서도 일어날 수 있다는 의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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