빛이 이끄는 곳으로
백희성 지음 / 북로망스 / 2024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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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빛이 이끄는 곳으로

기억의 공간,

건축가는 자신의 가치와 철학을 담아 건물을 만들지만 정작 자신은 그 곳에 들어가지 못하게 될 수도 있다. 건축가들은 이 상실을 어떻게 이겨내는지 궁금하다. 이 책은 집이라는 공간이 단순히 재화로서 숫자로 가격이 매겨질 뿐만 아니라, 그 이상의 가치를 담고 있음을 깨우치게 해준다. 특히 건축가의 시점에서 건축물, 집이란 어떤 의미인가를 유추해볼 수 있다. 또한 사람의 기억이 얼마나 강렬하고 소중한 것이며, 살아가면서 어떻게 작용하는지에 대해서도 함께 살펴볼 수 있다.

이 책은 주인공이 프랑스에서 저택을 구매하려다가 우연히 돈 많고 나이 많은 노인에게 남겨진 유산과 과거와 얽히면서 이야기가 펼쳐진다. 주인공과 노인의 아버지 모두 건축가로, 집에 대한 저자의 많은 생각이 담겨있다. 중간 중간 지도와 도면이 등장하지만, 이것만으로는 아쉬울 정도였다. 실제로 저자가 묘사한 것 같은 건축물이 있다면 꼭 가고 싶은 생각이 들 정도로, 병원은 자연과 인공물이 조화를 이루고 있는 아름다운 곳이었다.

병원의 건물이 폐허였기 때문에 자연이 끼어들 틈(빛이 들어올 수 있는 공간)이 생겼다는 점이 참 아이러니 하다. 어쩌면 이는 현재 인간의 모습을 잘 드러내주는 대목이기도 하다. 사람들은 무언가를 만들면서 자연을 쉽게 망가뜨린다. 자연은 단순히 자원을 제공해주는 곳으로, 때에 따라 방해물처럼 여겨진다. 건축물을 지을 때도 마찬가지이다. 주변 자연 환경과의 조화보다는 건물만의 편리성과 아름다움을 추구할 뿐이다. 필요하다면 건물 주변의 경관도 바꾸어 놓는다(조경). 저자는 책을 통해 자연과 공존하는 건축물이 압도적으로 아름다울 수 있음을 표현하고 있다.

집은 어떤 의미일까? 집은 나에게 휴식이자 삶의 터전이자, 가족과 함께 살아갈 수 있는 소중한 공간이다. 사람들이 부딪히며 생활하던 집에는 그 사람들의 기억이 깃들기 마련이다. 또한 한 사람은 그 사람이 지금껏 쌓아온 기억으로 이루어져 있다. 사람의 본질은 기억인 것이다(358). 게다가 기억의 가치는 돈으로 매길 수 없다(205). 그렇다면 기억이 담겨있는 집이라는 공간은 사람에게 어떠한 의미를 지니고 있을까? 집과 사람은 어떻게 서로 영향을 주고받을까?

어떤 아파트가 가장 비싼지, 투자 가치가 있는지에 대해서만 논의되는 현실을 돌아보며, 자본주의에 매몰되어 진정으로 귀한 가치를 잊고 있던 것은 아닌지 반성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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