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빈 니블렛의 신냉전 - 힘의 대이동, 미국이 전부는 아니다
로빈 니블렛 지음, 조민호 옮김 / 매일경제신문사 / 2024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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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냉전

냉전과 열전 사이

1.     공급

지구화로 인하여 쉽게 접할 수 없는 것들을 동네 마트에서도 살 수 있게 되었다. 커피나 아보카도 같은 식물은 아직까지는 한국에서는 재배될 수 없었던 작물이며, 교통수단과 무역의 발전 그리고 전세계가 거대한 하나의 공급 연결망으로 엮이기 전까지는 쉽게 접할 수 없었을 것이다. 하지만 지구화와 그에 따른 거대하고 단일한 공급 체계가 형성되면서 좋은 점만 있는 것은 아니다. 재난이나 전쟁, 국가 간의 갈등으로 인해 공급 체계에서 누군가 빠지게 된다면 그 국가만 공급 체계의 혜택을 받지 못하는 것으로 끝나지 않는다. 그 국가에 수출을 하고 있던 국가들도 타격을 입게 되고, 그 국가에게서 수입을 하던 국가들도 타격을 입는다. 이는 계속해서 연쇄적으로 작용하게 된다. 연결망의 가장 끝에 위치해 있을수록 타격은 미미해질 수도 있지만, 오늘날 지구 상의 모든 국가(지역)은 연결되어 있으며, 어떠한 사건(재난이나 전쟁부터 각종 경제 위기, 전염병 등)에서부터 결코 별개인 국가는 없다.

저자가 근 10-15년간의 상황을 신냉전 국면으로 접어들고 있는 것으로 지적하면서, 무엇보다 긴급 상황에 돌입했을 때의 공급이 염려되었다. 한국은 천연자원도 심지어는 식량까지도 수입에 의존하고 있다. 우크라이나와 러시아의 전쟁만 보더라도, 무력충돌은 기술의 발전에 따른 예측과는 다르게 단기간에 끝나지 않을 수도 있다. 그렇게 된다면 다시 가장 중요한 것은 공급이다. 적어도 비상시에서 만큼은 한 국가 내에서 모든 것을 공급할 수 있는 자립심을 갖추어야 한다. 러시아, 중국, 대만, 일본이 모두 한국 바로 옆에 있다. 심지어는 가장 가까이에 북한이 있다. 왜 한국은 여전히 경각심을 가지고 있지 못하는 것처럼 보일까? 이 또한 저자가 지적한 대로 오늘날 국력의 핵심은 군사력이 아닌 경제력이다. 다른 국가에 비해 경제 지수가 높은 것도 중요하지만,신냉전이 우려되고 있는 현실에서 핵심은 독립적인 공급 체제를 작동시킬 수 있는 힘이라고 생각된다.  

2.     대의

이 책을 통해 결국 국제 기구도 회원국의 이익을 위한 곳일 뿐이며, 대의는 그저 허울 뿐이라는 것을 다시 느낄 수 있었다. 하지만 우리에게는 기후변화라는 지구적 진실이 점점 더 빠르고 무자비하게 다가오고 있다. 기후변화는 국경도 초월하지만 종 간도 초월한다. 기후변화는 모든 지구상의 존재에게 예외가 되지 않으며, 지구 자체에게도 예외는 없다. 저자는 신냉전 상황이 기후변화에 대한 공동 대응에서 멀어질 것을 염려한다. 세상이 더할 나위 없이 평화로워도 기후변화 대응과 같은 대의가 과연 진정으로 힘을 발휘할까? 얼마나 많은 사람들의 참여를 이끌어낼까? 저자는 20-30년 전만 해도 인류가 대의를 향해, 지구적인 문제들을 해결해 나가기 위한 움직임을 보였다고 하였지만, 냉정하게 바라보자. 당시에도 국제 기구에 모여 수많은 회의와 협약만을 문서로 남겨두었을 뿐 아무것도 실제로 해결된 것은 없었다. 그러니까 이데올로기, 패권과 대의는 서로 큰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 전쟁, 재난이 기후변화 대응과 같은 대의에 반한다는 것은 지금까지 인류가 수도 없이 늘어놓았던 기후변화 대응에 대한 또다른 핑계일 뿐이다. 인류는 과연 지구를 위한 (지구에 속한 스스로를 위하기도 한) ‘지구적(사회적) 합의를 이끌어낼 수 있을까?

3.     냉전과 열전 사이

최근의 여러 전쟁을 통해, 냉전이라는 개념 자체에 대해 회의감이 든다. 2차 대전 이후에도 세계 곳곳은 전쟁에 휩싸였으며 절대 끊이지 않고 지금 이 순간에도 계속되고 있다. 그런데 대체 어떻게 직접적인 무력 충돌이 없는 냉전시기가 존재했다는 것인가? 당시의 세계는 연결되어 있지 않았기 때문에? 미국과 소련을 주축으로 한 각각의 동맹국 정도까지만이 세계였단 말인가? 저자를 비롯하여 많은 정치인, 학자들이 중국과 미국의 점점 심화되어 가는 듯한 대립을 두고 신냉전이라 부르며 염려하는 것에는 상당 부분 동의한다. 하지만 나는 냉전이라는 개념 자체가 가져오는, 이 땅에는 전쟁이 없다는, 죽어가는 사람들이 없다는 착각에 쉽게 빠질 수 있게 만들며, 이는 다시 내 눈 앞에서 당장 일어나는 일이 아니면, 나의 전쟁이 아닌 것처럼, 아주 먼 이야기로 여기게 되는 인간의 본성이 걱정스럽다. 오늘날 세계는 연결되어 있다. 절대 나에게는 영향을 미치지 않을리 없다. 게다가 저 멀리서 일어나는 일은 곧 내 눈 앞에서도 일어날 수 있다는 의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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