죄와 벌 - 완역본 하서 완역본 시리즈 1
도스토예프스키 지음, 유성인 옮김 / (주)하서 / 2008년 5월
평점 :
절판


 문학은 자본주의의 도입과 산업사회의 발달로 더럽혀진 우리의 자아에 대한 반성과 앞으로의 방향을 제시해주는 것이라는 소리는 귀가 닳도록 많이 들었지만, 그 방대한 양과 문학이라 하면 떠오르는 근접할 수 없는 아우라 때문에 막상 읽기가 부담스러운 것이 사실이었다.

그 와중에 읽게 된 책이 도스토예프스키의 ‘죄와벌’ 이다. 이 작가의 작품은 카르마조프의 형제들 이후로 두 번째 읽는 작품이다. 카르마조프를 읽을 때도 느꼈지만, 도스토예프스키의 작품은 단순히 어려운 주제를 논하기 보다는 소설처럼 흥미를 돋울 수 있는 사건 속에서 무언인가 의미를 부여하는 구도로 소설이 진행된다. ‘죄와벌’ 의 경우도 주인공이 전당포 노인을 죽이고, 점점 압축해오는 예심판사의 의심, 주인공의 심리묘사, 범죄진행과정 등은 추리소설과도 맞먹을 수 있을 정도로 흥미로웠다. 하지만, 무엇보다도 가장 큰 재미는 주인공의 독백과도 같은 말들을 통해 범죄 후의 범죄자의 심리, 범죄 후의 불안감, 형사들이 범인을 잘 못 짚을 때의 오만감, 예심판사의 의심이 그를 향할 때의 두려움 등을 너무나 자세히 느낄 수 있다는 점이다.

 

 소설을 읽는 동안 크게 세 가지 정도로 내용이 정리되는 듯한 느낌이었다.

첫째, 죄와 벌이라는 제목처럼 일단 죄를 저지르고 난 후에는 인간인 이상 그 죄책감 때문에 스스로에게 벌을 주게 된다는 것이다. 이 책의 주인공 라스콜리니코프 또한 살인을 계획할 때부터 불안감을 나타내다가, 살인 후에는 병까지 앓게 된다. 주위에서는 정신병을 앓고 있는 듯한 갑작스러운 감정변화와 사람들과 어울리지 못하고 혼자 고민하고 괴로워하는 모습은 성악설을 주장해 오던 여러 학자들의 주장을 의심하게 되는 대목이다.

 

 둘째. 도스토예프스키의 작품에서는 기독교적인 냄새가 많이 난다. 기독교신자는 아니라서 잘 아는 것은 아니지만, 성서에 따르면 인간은 타고난 죄, 즉 원죄를 가지고 있다고 한다. 라스콜리니코프는 우리 인간을 대표하는 듯한 느낌이 강하다. 주인공의 살인죄는 예수를 죽는 것을 방치한 죄를 나타내며, 라스콜리니코프가 자신의 죄를 고해성사하는 고백하는 대상은 ‘소냐’ 라는 황색감찰을 받은 창녀이다. 소냐는 가족을 위해 자신의 몸을 파는 너무나 순수한 인물일 뿐 만 아니라 수형소의 죄수들에게 사랑과 관심을 받는 존재이다. 소냐의 희생정신과 소설 마지막 수형소 장면에서 죄인들의 마음을 바로 순화시켜 그들의 관심을 바로 얻게 되는 장면 등에서 소냐는 예수의 모습을 나타내는 듯하다. 주인공의 고백에 대해 소냐는 바로 신고하기 보다는 자수를 독려하고 수형소까지 따라가게 된다. 또한 이 소설에서  소냐를 만나기 전까지는 무신론이었던 주인공은  수형소 생활을 하면서 소냐의 희생과 사랑에 점점 정신적인 정화를 이루는 모습이 묘사되면서 이 소설은 끝을 맺게 된다. 다시 말해, 우리 인간의 원죄는 주의 사랑을 통해서만 정화될 수 있다는 것이다.

 

 셋째, 소냐의 어머니는 자신이 지위 높은 대위의 딸이라고 수시로 강조하며, 자신의 사회적 지위가 높다는 것을 알린다. 하지만, 소설에서는 그 사회적 지위라는 것이 과연 인간성을 대표할 수 있는지 의미를 제기한다. 소냐의 아버지 장례식때 주위의 사람들과 저녁을 먹는 자리에서 사회적 지위가 있는 루진은 소냐에게 돈을 훔쳤다는 혐의를 들며 그녀의 잘못을 인정한다면, 없던 일로 하겠다고 한다. 자신이 얼마나 인간적이고, 자비심 넘치는 인물인지를 나타내는 동시에 소냐라는 창녀가 그녀의 신분처럼 얼마나 더럽고 악녀인지를 나타내려고 한다. 하지만, 진실은 루진이 자신을 돋보이기 위해 소냐를 이용한 자작극임이 들러나면서 사회적 지위가 인간성을 대표하지는 않는다는 것을 강하게 보여주고 있다.

 이 소설이 쓰여질 당시 러시아의 시대상, 다시 말해 유럽의 새로운 이념과 러시아의 중세적인 이념의 대립과 그로 인한 신분의 이동 등의 모습에서 나타나는 사회 문제를 나타내고 있지 않아 짐작해 본다.

 

 문학이라는 장르가 역시 시대를 초월하는 이유는 거기서 다루는 문제들이 단순히 한 시대를 반영하기 보다는 인간이 살아가는 동안 안고 가야할 문제들을 담고 있기 아니까 생각해 본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