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똥 쌀 때 읽는 책 ㅣ 똥 쌀 때 읽는 책 1
유태오 지음 / 포춘쿠키 / 2021년 7월
평점 :
절판

예전엔 화장실에 들어갈 때 신문이나 잡지와 책 같은 걸 들고 갔는데 요즘은 죄다 폰을 가지고 들어간다. 게임을 하거나 뉴스를 읽거나 동영상을 보거나 하는 것은 다 다르겠지만 일단 폰을 챙겨 들어간다. 과거엔 똥 쌀 때에도 책을 읽었는데 요즘은 그 시간을 폰이 대체해서 폰을 많이 보는 만큼 책을 읽는 시간은 상당히 줄어들었다. 변명일 수도 있겠지만 보통 소설이건 에세이건 어떤 책이건 흐름이 끊기지 않을 정도의 분량을 읽으려면 어느 정도의 물리적 시간이 필요한데 일부러 책을 읽기 위해 시간을 할애하지 않으면 그만큼의 분량을 읽어내는 것이 쉽지가 않다. 틈틈히 책을 읽는다는 표현을 많이 하지만 사실상 한 페이지가 됐건, 한 단락이 됐건 지긋하게 읽어야지 몇 줄 읽다가 끊기고, 다시 몇 줄 읽다가 끊기고 하는 식으로 책을 읽으면 정리도 안 되고 내용이 머리 속에 잘 들어오지도 않는다. 그런 독서법은 좋지 못하다.
개인에 따라 다르겠지만 화장실에 들어가 앉아 있는 시간은 그리 길지가 않다. 그래서 어떤 사람들은 책을 펴고 몇 줄 읽지 않고 바로 책을 덮어야 하는 케이스도 있을 것이고, 어떤 사람들은 시간이 많이 걸려서 책을 읽은 시간은 확보가 되지만 오히려 책에 신경을 쓰느라 정작 써야할 힘을 쓰지 못해서 괜시리 앉아있는 시간만 더 길어져서 건강을 해치게 될 수도 있을 것이다. 이렇게 생각하니 똥싸면서 책을 읽는 것도 쉬운 일이 아니다. 세상 쉬운 일이 없다. 근데 반대로 생각하면 길지 않고 짧은 시간에 일정 분량을 똑 떨어지게 읽을 수 있고, 글을 읽는 것에 정신을 뺏겨서 힘주는 것을 잊지 않을 수준의 어렵고 복잡하지 않은 글이라면 화장실에서도 즐길 수 있다는 결론이 나온다.
[똥 쌀 때 읽는 책]은 제목 그대로 똥 쌀 때 읽기 좋은 책이다. 짧게 읽을 수 있는 단편 에세이 모음집으로 길지 않아서 가볍게 읽을 수 있고, 글을 다 읽기 위해 불필요하게 더 앉아있을 필요도 없고, 어렵거나 복잡한 이야기가 아니라 캐쥬얼하고 일상적인 내용이라 너무 글에 집중하지 않고도 읽을 수 있으며, 공감되고 기분 좋아지는 따뜻한 좋은 글들이라서 가볍게 읽고나서도 약간은 여운과 생각이 깊게 남는 그런 글들이다. 대다수의 글은 [좋은 생각]류의 글들이고, 그외에도 아재개그 같은 썩개도 좀 섞여 있다. 첨엔 해우소에서 몸에 쌓인 불만과 스트레스도 웃으며 비워버리자는 의미로 하상욱 시인의 시나 유병재의 글 같은 시사가 가미된 풍자나 해학 같은 내용이 있지 않을까 생각했는데 그런류의 글은 아니다.
웃자, 가벼움, 응원, 공존, 가족이라는 다섯가지 테마로 나뉘어져 있는데 웃자에 나오는 글들이 웃기지 않은 것 외에는 다른 글들은 주제에 맞게 잘 배치되어 있다. 하지만 꼭 테마별로 순서대로 읽지 않아도 좋을 것 같다. 너무 주제를 신경쓰지 말고 오늘은 어떤 글을 만나게 될지, 어떤 이야기를 들려줄지 기대하며 손가는대로 아무 페이지나 펼쳐서 읽는 것이 더 좋을 것 같다. 중간중간 모노크롬의 삽화가 삽입되어 있는데 과히 잘 그린 그림이라고는 할 수 없지만 게중엔 이상하게 눈길을 잡아끄는 그림이 몇 개 있다. 엄마의 손을 그려놓은 그림이나 어린 왕자가 소행성 b612에서 스키를 타는 그림, 그리고 피곤하고 지쳐보이는 사내들의 그림이 그것이다. 분명 웃고 있는 밝은 그림도 있지만 슬퍼보이는 모습이나 장면들이 이상하게 애잔하게 느껴진다.
시간을 들임
노력을 들임
실패를 들임
눈물을 들임
그것이
Dream
[드림]
우리는 미래를 꿈꿀 때 결과만을 머리속에 떠올린다. 그 결과를 얻기 위한 과정은 생략된채 성공한 후의 완성형의 모습을 떠올리며 흐뭇함에 젖는다. 하지만 과정이 없이 결과만을 계속 꿈꾸다보면 거기까지 이르는 과정이 더 힘들고 지루하게 느껴진다. 그러면 중도에 포기하고 좌절하게 되는 일이 많다. 시간과 노력과 실패와 피땀눈물을 들였을 때야 비로소 그 dream은 이루어진다.
결국,
돈이 존경을 만들지 않는다
[돈이 존경을 만들지 않는다]
정말 그렇게 믿고 싶다. 이 세상이 그렇게 되길 진심으로 바란다. 하지만 결국 돈이 존경을 만든다는 것이 아닌지 걱정을 하게 된다. 물론 에티튜드가 존경을 만들지만 돈은 존경처럼 보이는 그 무언가를 만든다. 그건 공포일수도 있고 때론 타협이나 굴복일 때도 있다. 그것은 돈이 만드는 존경보다 더욱 사람을 비참하게 만들고 사회를 혼탁하게 만든다.
춥고, 외로워도
견디면 봄은 온다
반드시 오고야 만다!
[봄은 혼자 오지 않는다]
봄이 와서 꽃이 피는 게 아니라 꽃이 피기 때문에 봄이 온다고 한다. 꽃은 봄이 오길 기다리지 말고 봄을 부르기 위해 꽃을 피워야 한댜. 그런데 견디기만 해서는 꽃이 피진 않는다. 차가운 북풍에도 지지않고 차가운 서리를 맞아가며 혼자인 밤을 이겨내고서야 겨우 꽃을 피울 수 있다. 봄은 오는 게 아니라 봄은 부르는 것이다. 내가 봄을 부르기 위해 노력했을 때 그 노력은 봄과 함께 많은 것을 부를 것이다.
인생은 어렵지만
행복은 쉽다
[행복은 쉽다]
소확행이란 말이 유행한 적이 있다. 지금으로부터 무려 35년이나 전에 하루키가 말했고 소소하게 화제가 되었던 말이다. 하루키는 산뜻한 면 냄새가 나는 흰 러닝셔츠를 머리로부터 뒤집어쓸 때 작지만 확실한 행복을 느끼나고 했는데 이런류의 작은 행복은 쉽고, 주위에 널려있다. 분명 인생은 어렵지만 어려운 시간 속에서도 작지만 확실하게 취할 수있는 행복이란 게 있다. 하지만 그런 행복은 휘발성이 너무 강해서 행복의 시간이 결코 길지가 않다. 그렇다면 작은 행복을 수없이 만들어서 분단위로 행복한 일을 해주면 매일이 행복해질 수 있지 않을까? 분단위의 행복감을 찾기만 하면 된다. 행복은 쉽다.
익숙함은 새로움을 동경하고
새로움은 익숙함을 그리워한다
[일상과 여행]
권태로운 일상이 계속되면 새로움을 동경하게 되고 새롭고 신선함을 느끼기 위해 평소의 루틴을 벗어나 훌쩍 여행을 떠나게 된다. 잠깐 동안의 일탈을 통해 익숙함과 권태로움을 벗어나서 활력을 되찾게 된다. 하지만 집떠나면 뭐다? 개고생이다. 몸이 고되고, 낯선 세상에 어색함을 느끼게 될 때쯤이면 집의 편안함과 포근한 이불 속으로 돌아가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익숙함과 새로움의 무한 반복. 그게 인생인 것 같다. 이번 생은 처음이라 매일 마주하는 새로움에 지쳐갈 때쯤 익숙한 친구를 찾게 된다. 그래서 익숙한 친구와 함께 하는 새로운 여행은 최고의 선물이다.
포기에는 좌절만 있는 게 아니다
포기에는 새로운 기회도 있다
[포기에는 좌절만 있는 게 아니다]
우린 어릴 때부터 포기하는 것은 나쁘다고 배웠다. 누구도 포기하는 법을 알려주지 않았고 포기하는 것은 낙오자, 인생의 끝, 실패라고 낙인찍었다. 그래서 끝내야 할 때 끝내지 못하고 답도 없고, 이루지도 못할 것을 끝까지 손아귀에 움켜쥐고 있을 때가 많다. 그렇게 시간만 헛되이 흘려보내다보면 어느새 포기할 타이밍마저 놓쳐버리게 된다. 원은 끝나는 곳에서 시작된다. 포기가 아니라 새로운 기회라는 개념을 가르쳐 줘야 한다. 성공은 넘어지지 않는 것이 아니라 넘어질 때 다치지 않게 잘 넘어지고, 다시 일어설 수 있는 사람만이 누릴 수 있는 과실이다.
잘한다와 자란다는 같은 말이다
[당근과 채찍]
칭찬은 고래도 춤추게 한다고 한다. 칭찬은 넘어졌을 때 좌절하지 않게 쿠션이 되어주고, 일어날 때 뒤에서 밀어주는 디딤돌이 되어준다. 아이는 2천번인지 3천번을 일어나고 넘어지고를 반복해야 서는 법을 배운다고 한다. 아이가 넘어질 때마다 괜찮다고 말해주고, 일어설 때마다 잘한다고 칭찬을 한다면 아이는 넘어지는 것을 겁내지 않고, 다시 일어서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게 된다. 잘한다는 말에 아이는 자란다. 아재 같은 말장난이지만 굉장히 마음에 든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