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 딜레마의 모든 것 - 알아두면 잘난 척하기 딱 좋은 잘난 척 인문학
이용범 지음 / 노마드 / 2021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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딜레마란 두 가지의 선택 사항 중 하나를 골라야 하는 상황에서 어느 것도 받아들이기 어려운 상태를 말하는 용어이다. 그야말로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진퇴양난의 처지를 이르는 것인데 이런 딜레마는 보통 그렇게 주어진 상황이나 환경 때문에 딜레마에 빠지게 되는 것이라고 생각했다. 내가 어느 하나의 옵션을 선택하기 어려운 상황에 마주했기 때문에 발생하는 환경적 요인, 외부적 요인에 의한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오히려 딜레마는 인간의 성향이나 내부적인 요인에 기인한다고 한다. 말하자면 상대에게 피해를 주지만 개인적으로 이익을 얻을 수 있는 일을 해야할지 하지 않을 것인지 고민을 한다면 그건 상황의 문제가 아니라 인간의 내면에 가지고 있는 이기적 성향과 이타적 성향의 갈등으로 봐야 한다는 것이다.


어느 하나의 옵션을 쉽게 결정하지 못하고 딜레마에 빠지는 것은 그 선택지를 취하지 못하게 만드는 심리, 내면의 장벽 때문인 것이다. 책을 읽기 전까지는 단순히 딜레마는 상황적인 문제라고만 생각했는데 결국엔 상황을 유도하는 인간의 심리와 내면의 문제였던 것이다. [알아두면 잘난 척하기 딱 좋은 인간 딜레마의 모든 것]에서는 인간은 왜 딜레마에 빠지는지, 딜레마에는 어떤 것들이 있는지를 딜레마를 불러일으키는 인간의 본성 중심으로 딜레마의 모든 것을 알려주고 있다. 책은 크게 도덕적 딜레마, 선과 악의 딜레마, 남자와 여자의 딜레마로 나누어서 인간이 겪게 되는 여러가지 딜레마를 소개하고 있다. 도덕적 딜레마와 선과 악의 딜레마는 근본적으로 같은 개념에서 출발하지만 선과 악의 경우가 조금 더 심각하고 중한 문제를 유발하는 딜레마처럼 보인다.


책에서 계속 강조하는 것이 인간의 딜레마는 인간의 마음 속에 공존하고 있는 이기적 성향과 이타적 성향 때문이라는 것이다. 인간이 보이는 여러가지 잔인함이나 폭력적인 면 때문에 생물학적으로 이기적이라고 해석을 하는 경우가 많은데 그럼에도 인간은 여전히 이타적인 성향도 보이고 있다. 저자는 이 이타심이 생존에 이익을 주는 행위이고, 이익이 있기 때문에 이타심이 사라지지 않을 것이라고 말한다. 특히 언어를 통한 의사소통으로 인해 상호 거래를 통해 이득의 기회를 확대시켜왔고 그런 협력이 이기주의자들에 맞서서 이타적인 성향을 인간 사회에 뿌리내릴 수 있게 할 수 있었다고 말한다. 조금 삐딱하게 보면 이타심이란 결국 전체주의적 이기심에 다름 아닌 것이다. 어쨌건 이런 공동의 이익을 위해 인간의 감정은 다양하게 진화하고, 선악 개념에 기반하여 도덕적인 것을 공유하고, 공동의 이익을 추구하며 지금까지 온 것이다.


1부 도덕적 딜레마에서 만날 수 있는 여러 딜레마는 이런 인간의 이기심과 이타심을 잘 느끼기 어렵지만 2부 선과 악의 딜레마에서는 앞서 말한 내용들을 잘 이해할 수 있게 된다. 인간 본성의 딜레마를 보여주는 것 중 루시퍼 이펙트라는 것이 있는데 여기서는 인간이 사악한 존재라는 것을 보여주는 실험을 소개한다. 이미 많은 사람들이 알고 있을 스탠퍼드 대학교에서 실행된 교도소 실험인데 모의 감옥에 두 그룹의 대학생 지원자를 넣어놓고 한 쪽은 교도관 역할을 다른 한 쪽은 수감자 역할을 시켰다. 시간이 지날수록 교도관 역할을 맡은 사람들은 가혹하게 변했고, 수감자들은 점차 수동적으로 변해갔다. 서로가 심리 실험에 지원한 같은 대학생이라는 것을 알고 있음에도 실제상황처럼 인식하고 그렇게 행동한 것이다. 단 5일 만에 성추행을 하는 등 가혹행위는 도를 넘었다고 한다.


또 하나의 유명한 실험이 소개되고 있는데 스탠리 밀그램 교수의 소위 복종 실험이다. 처벌을 통해 학습과 기억을 향상시키는 실험을 한다고 하며 지원자가 맞은 편 공간에 있는 학습자를 연기하는 연기자에게 문제를 내게 한다. 문제를 틀리면 지원자에게 전기 충격을 주는 버튼을 누르게 하는데 문제가 틀릴 때마다 전기의 강도는 점차 높아진다. 실험을 하기 전에는 버튼을 누르는 것을 거부하고 그런 부당한 실험을 하는 연구자에게 항의할 것이라고 에상했으나 놀랍게도 많은 사람들이 연구자의 지시에 따라 버튼을 눌렀다. 심지어 연기자는 고통스러운 연기를 하다가 의식을 잃은 듯한 모습을 보였음에도 계속 전기 충격을 주는 버튼을 눌렀다. 재미있게도 연구자가 교수가 아닌 연구 보조원이었을 때는 지시에 따르는 지원자의 수는 크게 줄었다고 한다. 연구자는 연기자의 고통을 보며 버튼을 누를 것을 거부하는 것과 권위에 복종하는 두 가지 마음 사이에서 딜레마에 빠지게 된다. 이때 많은 사람들은 다른 누군가에게 크나큰 고통이 가해진다 하더라도 권위자의 말에 순순히 따를 것을 선택했다.


이런 심리는 실험이 아니라 실제 역사 속에서도 찾아볼 수 있는데 선한 독일인의 딜레마라고 불리는 유대인 학살의 지시에 따른 독일군의 이야기이다. 독일군 병사에게 1800명의 유대인 중 일할 수 있는 사람을 골라내고 나머지는 사살하라는 명령을 내린다. 임무에 투입되기 전 거부하거나 회필할 수 있는 기회를 주었지만 500명의 병사 중 12명 만이 주어진 임무를 맡지 않았다. 이들은 강성 나치 당원도 아니고, 평범하게 가정을 꾸리고 살아가던 보통사람들이었다. 이들은 1년도 안되어 3만 8000명의 유대인을 학살했는데 왜 평범한 이웃집 사람이 전쟁이 벌어지자 극악한 범죄를 저지를 수 있게 된 것일까? 아돌프 아이히만은 나치의 친위대 중령으로 유대인을 학살하는 임무를 맡았던 사람이다. 전쟁 후 숨어지내던 아이히만은 모사드에 의해 체포당해서 법정에 서게 되는데 거기는 아이히만은 상부의 명령만을 지시했을 뿐이라고 주장했다.


사람들은 그럼에도 아이히만을 비난하고, 잘못된 지시를 거부하지 않았다는 것도 잘못이란 말을 했다. 하지만 만약 내가 이런 상황에서 그런 명령을 받았을 때 어떠한 선택을 할 수 있겠는지 생각해보자. 민간인 학살이라는 명령을 거부할 것인지, 자신의 임무를 수행할 것인지. 그야말로 딜레마에 빠질 수 밖에 없다. 전쟁은 살인을 하지 않으면 내가 죽게 되는 특수한 상황이다. 그러나 저자는 꼭 전쟁이 아니더라도 사람들은 자신의 행동이 인류에게 어떤 영향을 끼치는지 생각하지 않는다고 말한다. 이 말대로라면 인간은 딜레마에 빠질리가 없다. 앞서 살펴본 권위에 복종하는 실험과 독일군의 홀로코스트의 상황만 보더라도 자신의 행동이 끼칠 영향을 생각하지 않고, 권위에 복종한다면 딜레마에 빠질 이유가 없다. 그저 아무 생각없이 시키는대로 하면 되니까 말이다.


반면 책에는 이에 반하는 병사의 딜레마라는 것도 소개하고 있다. 영화를 보면 젊은 군인들은 눈을 번뜩이며 상대의 심장에 아무 거리낌 없이 총알을 박아넣는다. 실제로도 전쟁이 발생하면 자연스럽게 그런 상황이 벌어질 것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실제로는 예상과 달리 병사들은 전쟁터에서 총을 제대로 쏘지 못한다고 한다. 내가 죽이지 않으면 죽는 상황임에도 총을 쏘지 못한다고 한다. 물론 영화를 보면 그런 고문관들이 한두명씩 나온다. 용감하지 못한 찐따 같은 나약한 병사들 말이다. 마셜 준장은 2차 세계대전 이후 수천명의 병사와 개별 면담을 하고 '총 쏘기를 거부하는 남자'라는 보고서를 작성했는데 여기에 따르면 전쟁 중 적과 맞닥뜨렸을 때 적을 향해 제대로 총을 쏜 미군 병사는 15~20%에 불과했다고 한다. 80~85%는 일부러 다른 곳에 쏘거나 아예 방아쇠를 당기지도 않았다고 한다. 인간은 천성적으로 살인자가 아니라는 결론을 내렸다고 하는데 앞서의 권위에 굴복해서 아무렇지도 않게 사람을 죽이는 상황과는 정반대의 내용이다. 이렇게 인간의 마음에는 이기심과 이타심, 도덕적 본성과 악한 마음이 서로 공존하고 있고 이런 것들이 어느 한쪽을 쉽게 결정할 수 없는 딜레마를 만들어낸다.



이 글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협찬받아 주관적인 견해에 의해 작성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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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블로지 - 히어로 만화에서 인문학을 배우다
김세리 지음 / 하이픈 / 2021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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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업적이고 오락적인 슈퍼히어로라는 영화장르를 신화와 철학으로 읽어내며 인문학적으로 고찰한다는 설정은 흥미롭고 재미있다. 하지만 그것이 완전히 새로운 시도는 아니다. 애초에 마블의 히어로에는 신화적인 요소가 많이 있다보니 마블영화를 신화나 철학적 맥락으로 읽어내려는 시도가 없었던 것은 아니다. 하지만 기존에는 영화가 개봉할 때마다 한 편씩 단편적으로 영화를 분석하고 비평하는 것에 그쳤는데 [마블로지]는 마블 영화를 통털어서 거의 모든 영화 속 캐릭터를 신화적인 상징으로 읽어내고, 하나의 영화를 여러 등장 캐릭터의 시각에서 철학적으로 풀어가거나 소위 마블 유니버스라 불리는 일련의 마블 히어로 영화들이 하나씩 출시될 때마다 슈퍼히어로의 위치와 영화 속에서 중요하게 다루어지는 '정의'라는 개념은 어떻게 변화해 갔는지를 인문학적으로 풀어간다.


지금이야 마블이 대세지만 마블 이전 태초에 DC가 있었다. 1938년 슈퍼맨이 처음 등장하며 슈퍼히어로의 시대가 막을 열었다. 1년 뒤 배트맨이라는 또 하나의 불멸의 영웅이 나타났고 그 후로 원더우먼, 아쿠아맨 같은 DC 히어로가 차례로 등장하며 슈퍼히어로의 인기가 높아지며 코믹스의 황금시대가 도래했다. 마블은 DC의 후발주자로 시작했지만 캡틴 아메리카 등의 히어로를 선보이며 인기를 끌었고, DC와 마블은 경쟁관계 속에서 발전해오게 된다. 코믹스의 양대 메이저 브랜드인 마블과 DC는 기본적으로 신화의 이야기로 마블은 신이 된 인간의 이야기이고, DC는 지구로 내려온 신들의 이야기다. 각각 토르와 배트맨 정도만 예외로 하면 이런 공식이 딱 들어맞는다. 이렇다보니 DC와 마블 캐릭터를 신화적으로 해석하는 것은 어쩌면 자연스러운 일처럼 보인다.


아이언맨은 미국의 현실을 상징하는 히어로이며, 미국 정부의 행태를 대변한다고도 한다. 시대에 따라 코믹스의 설정이 조금씩 바뀌는데 1963년 원작에서는 토니 스타크가 베트남전에서 부상을 당하지만 1990년대에는 1차 걸프전이고, 2000년대에는 아프가니스탄에서의 전쟁으로 부상을 당하는 것으로 바뀐다. 이것은 당시의 미국 국내외 상황을 감안한 시대보정이기도 하지만 전체적으로는 2차 세계대전 이후 냉전을 거치며 미국의 현실을 대표하는 아이언맨이 미국의 적국들로 인해 심장을 다친다는 공통된 맥락으로 그들로 인해 미국 정부의 중심부가 타격을 받았다는 것을 뜻하는 것이라고 한다.


아이언맨에 담겨있는 신화적 상징은 한 가지가 아니라 복합적이다. 그리스 신화에는 여러 공학자들이 나오는데 대장장이의 신 헤파이스토스와 이카루스의 날개를 개발한 다이달로스가 아이언맨의 기원이 되었고, 말하는 헤라 여신상은 자비스의 모티브가 된 것 같다. 못 만드는 것이 없는 만능의 헤파이스토스는 아이언맨 뿐만 아니라 앤트맨 행크 핌이나 판타스틱4의 리드 리처드에도 모티브를 주고 있다. 코믹스의 천재 발명가는 모두 헤파이스토스에서 가져온 설정이라고 보면 된다는 뜻. 하지만 외형적/성명학적으로는 부아고베의 소설 철가면이 아이언맨과 가장 잘 부합된다. 소설의 제목인 아이언 마스크는 아이언맨을 바로 연상시킨다.


팀의 구심점이 되는 캡틴 아메리카는 비실비실한 약골이었는데 슈퍼솔저의 약물주입으로 강한 히어로로 거듭난다. 온몸을 성조기로 두르고 있는 캡틴 아메리카는 미국의 이상을 상징화한 인물로 슈퍼히어로의 정의와 윤리관에 가장 부합하는 인물이다. 캡틴의 가장 큰 무기는 애국심과 정의감, 선한 마음, 의지라고 하겠다. 캡틴의 신화적 기원은 방패를 가지고 있다는 점 때문에 페르세우스를 연상시킨다. 페르세우스는 방패를 이용해 메두사의 목을 벤 영웅이다. 캡틴은 레드스컬이 이끄는 히드라와 싸우는데 히드라는 머리가 아홉개 달린 괴물로 메두사와 비슷한 이미지를 가진다.


마블 영화 중엔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를 좋아하는데 이 영화는 딱히 신화적인 맥락으로 해석할 것이 없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책에는 가오갤을 신화적 하이브리드 유전자로 캐릭터를 설명하고 있다. 그리스 신화만큼 신과 인간의 혼혈, 하이브리드가 많이 나오는 것도 없다. 제우스는 천하의 바람둥이에 강간범으로 인간 여성을 수없이 강간하고 반신반인의 자녀를 많이 낳았는데 피터 퀼은 반은 지구인, 반은 외계인인 하이브리드이다. 라쿤을 닮은 로켓도 유전자 조작으로 인간과 동물의 형태로 태어났으며 그루트도 나무의 인간의 모습을 한 하이브리드의 모습이다. 신화 속의 반인반신들이 그러하듯 가오갤 맴버들은 어느 한 곳에 소속되지 못하고 상처와 슬픔을 안고 살아간다. 그리고 퀼은 자신의 아버지를 찾아 나서는 모습도 보이는데 이 역시 신화에서 자주 볼 수 있는 내용이다.


토니 스타크가 만들어낸 비전은 프로메테우스 신화에서 발견할 수 있고, 퀵 실버는 발에 날개 달린 신발을 신고 엄청난 속도로 지상과 천상을 오가는 전령의 신 헤르메스를 떠올리게 한다. 활쏘기 능력갑인 호크아이는 아폴론이나 로빈후드 이야기와 맥이 닿아 있다. 토르와 로키는 북유럽 신화에서 따온 것이고, 블랙팬서는 기존에 없던 아프리카인들에 대한 새로운 신화로 만들어졌다. 1960년대에 처음 선보인 이런 신화적 설정은 아프로퓨처리즘이라 불리는데 흑인 고유 문화 내에서 아프리카 대륙의 미래를 전망하려는 하나의 시도라고 한다. 책에는 나와있지 않지만 블랙팬서는 라이언 킹의 블랙워싱이라고도 할 수 있겠다.


히어로 영화를 신화적, 철학적으로 읽어낸다고 하면 보통 슈퍼맨을 예수의 상징으로, 헐크를 인간의 이중성으로 엑스맨을 성소수자들의 억압 같은 것으로 말하는 정도인데 마블의 모든 캐릭터를 신화나 문화적 요소로 분석하고, 철학적 의미를 가져와서 분석해보니 생각지도 못하게 다양한 측면에서 각각의 캐릭터들을 분석하고 문화적 코드를 읽어낼 수 있어서 무척 재미있다. 캡틴마블이나 블랙위도우 같은 경우는 신화적으로 해석하기 위해 억지로 끼워맞춘 것 같은 느낌도 들지만 그럼에도 가오갤이나 비전 같은 캐릭터의 신화적 해석은 꽤 흥미롭고 볼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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똥 쌀 때 읽는 책 똥 쌀 때 읽는 책 1
유태오 지음 / 포춘쿠키 / 2021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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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엔 화장실에 들어갈 때 신문이나 잡지와 책 같은 걸 들고 갔는데 요즘은 죄다 폰을 가지고 들어간다. 게임을 하거나 뉴스를 읽거나 동영상을 보거나 하는 것은 다 다르겠지만 일단 폰을 챙겨 들어간다. 과거엔 똥 쌀 때에도 책을 읽었는데 요즘은 그 시간을 폰이 대체해서 폰을 많이 보는 만큼 책을 읽는 시간은 상당히 줄어들었다. 변명일 수도 있겠지만 보통 소설이건 에세이건 어떤 책이건 흐름이 끊기지 않을 정도의 분량을 읽으려면 어느 정도의 물리적 시간이 필요한데 일부러 책을 읽기 위해 시간을 할애하지 않으면 그만큼의 분량을 읽어내는 것이 쉽지가 않다. 틈틈히 책을 읽는다는 표현을 많이 하지만 사실상 한 페이지가 됐건, 한 단락이 됐건 지긋하게 읽어야지 몇 줄 읽다가 끊기고, 다시 몇 줄 읽다가 끊기고 하는 식으로 책을 읽으면 정리도 안 되고 내용이 머리 속에 잘 들어오지도 않는다. 그런 독서법은 좋지 못하다.


개인에 따라 다르겠지만 화장실에 들어가 앉아 있는 시간은 그리 길지가 않다. 그래서 어떤 사람들은 책을 펴고 몇 줄 읽지 않고 바로 책을 덮어야 하는 케이스도 있을 것이고, 어떤 사람들은 시간이 많이 걸려서 책을 읽은 시간은 확보가 되지만 오히려 책에 신경을 쓰느라 정작 써야할 힘을 쓰지 못해서 괜시리 앉아있는 시간만 더 길어져서 건강을 해치게 될 수도 있을 것이다. 이렇게 생각하니 똥싸면서 책을 읽는 것도 쉬운 일이 아니다. 세상 쉬운 일이 없다. 근데 반대로 생각하면 길지 않고 짧은 시간에 일정 분량을 똑 떨어지게 읽을 수 있고, 글을 읽는 것에 정신을 뺏겨서 힘주는 것을 잊지 않을 수준의 어렵고 복잡하지 않은 글이라면 화장실에서도 즐길 수 있다는 결론이 나온다.


[똥 쌀 때 읽는 책]은 제목 그대로 똥 쌀 때 읽기 좋은 책이다. 짧게 읽을 수 있는 단편 에세이 모음집으로 길지 않아서 가볍게 읽을 수 있고, 글을 다 읽기 위해 불필요하게 더 앉아있을 필요도 없고, 어렵거나 복잡한 이야기가 아니라 캐쥬얼하고 일상적인 내용이라 너무 글에 집중하지 않고도 읽을 수 있으며, 공감되고 기분 좋아지는 따뜻한 좋은 글들이라서 가볍게 읽고나서도 약간은 여운과 생각이 깊게 남는 그런 글들이다. 대다수의 글은 [좋은 생각]류의 글들이고, 그외에도 아재개그 같은 썩개도 좀 섞여 있다. 첨엔 해우소에서 몸에 쌓인 불만과 스트레스도 웃으며 비워버리자는 의미로 하상욱 시인의 시나 유병재의 글 같은 시사가 가미된 풍자나 해학 같은 내용이 있지 않을까 생각했는데 그런류의 글은 아니다.


웃자, 가벼움, 응원, 공존, 가족이라는 다섯가지 테마로 나뉘어져 있는데 웃자에 나오는 글들이 웃기지 않은 것 외에는 다른 글들은 주제에 맞게 잘 배치되어 있다. 하지만 꼭 테마별로 순서대로 읽지 않아도 좋을 것 같다. 너무 주제를 신경쓰지 말고 오늘은 어떤 글을 만나게 될지, 어떤 이야기를 들려줄지 기대하며  손가는대로 아무 페이지나 펼쳐서 읽는 것이 더 좋을 것 같다. 중간중간 모노크롬의 삽화가 삽입되어 있는데 과히 잘 그린 그림이라고는 할 수 없지만 게중엔 이상하게 눈길을 잡아끄는 그림이 몇 개 있다. 엄마의 손을 그려놓은 그림이나 어린 왕자가 소행성 b612에서 스키를 타는 그림, 그리고 피곤하고 지쳐보이는 사내들의 그림이 그것이다. 분명 웃고 있는 밝은 그림도 있지만 슬퍼보이는 모습이나 장면들이 이상하게 애잔하게 느껴진다.



시간을 들임

노력을 들임

실패를 들임

눈물을 들임

그것이

Dream


[드림]

우리는 미래를 꿈꿀 때 결과만을 머리속에 떠올린다. 그 결과를 얻기 위한 과정은 생략된채 성공한 후의 완성형의 모습을 떠올리며 흐뭇함에 젖는다. 하지만 과정이 없이 결과만을 계속 꿈꾸다보면 거기까지 이르는 과정이 더 힘들고 지루하게 느껴진다. 그러면 중도에 포기하고 좌절하게 되는 일이 많다. 시간과 노력과 실패와 피땀눈물을 들였을 때야 비로소 그 dream은 이루어진다.



결국,

돈이 존경을 만들지 않는다


[돈이 존경을 만들지 않는다]

정말 그렇게 믿고 싶다. 이 세상이 그렇게 되길 진심으로 바란다. 하지만 결국 돈이 존경을 만든다는 것이 아닌지 걱정을 하게 된다. 물론 에티튜드가 존경을 만들지만 돈은 존경처럼 보이는 그 무언가를 만든다. 그건 공포일수도 있고 때론 타협이나 굴복일 때도 있다. 그것은 돈이 만드는 존경보다 더욱 사람을 비참하게 만들고 사회를 혼탁하게 만든다.



춥고, 외로워도

견디면 봄은 온다

반드시 오고야 만다!


[봄은 혼자 오지 않는다]

봄이 와서 꽃이 피는 게 아니라 꽃이 피기 때문에 봄이 온다고 한다. 꽃은 봄이 오길 기다리지 말고 봄을 부르기 위해 꽃을 피워야 한댜. 그런데 견디기만 해서는 꽃이 피진 않는다. 차가운 북풍에도 지지않고 차가운 서리를 맞아가며 혼자인 밤을 이겨내고서야 겨우 꽃을 피울 수 있다. 봄은 오는 게 아니라 봄은 부르는 것이다. 내가 봄을 부르기 위해 노력했을 때 그 노력은 봄과 함께 많은 것을 부를 것이다.



인생은 어렵지만

행복은 쉽다


[행복은 쉽다]

소확행이란 말이 유행한 적이 있다. 지금으로부터 무려 35년이나 전에 하루키가 말했고 소소하게 화제가 되었던 말이다. 하루키는 산뜻한 면 냄새가 나는 흰 러닝셔츠를 머리로부터 뒤집어쓸 때 작지만 확실한 행복을 느끼나고 했는데 이런류의 작은 행복은 쉽고, 주위에 널려있다. 분명 인생은 어렵지만 어려운 시간 속에서도 작지만 확실하게 취할 수있는 행복이란 게 있다. 하지만 그런 행복은 휘발성이 너무 강해서 행복의 시간이 결코 길지가 않다. 그렇다면 작은 행복을 수없이 만들어서 분단위로 행복한 일을 해주면 매일이 행복해질 수 있지 않을까? 분단위의 행복감을 찾기만 하면 된다. 행복은 쉽다.



익숙함은 새로움을 동경하고

새로움은 익숙함을 그리워한다


[일상과 여행]

권태로운 일상이 계속되면 새로움을 동경하게 되고 새롭고 신선함을 느끼기 위해 평소의 루틴을 벗어나 훌쩍 여행을 떠나게 된다. 잠깐 동안의 일탈을 통해 익숙함과 권태로움을 벗어나서 활력을 되찾게 된다. 하지만 집떠나면 뭐다? 개고생이다. 몸이 고되고, 낯선 세상에 어색함을 느끼게 될 때쯤이면 집의 편안함과 포근한 이불 속으로 돌아가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익숙함과 새로움의 무한 반복. 그게 인생인 것 같다. 이번 생은 처음이라 매일 마주하는 새로움에 지쳐갈 때쯤 익숙한 친구를 찾게 된다. 그래서 익숙한 친구와 함께 하는 새로운 여행은 최고의 선물이다.



포기에는 좌절만 있는 게 아니다

포기에는 새로운 기회도 있다


[포기에는 좌절만 있는 게 아니다]

우린 어릴 때부터 포기하는 것은 나쁘다고 배웠다. 누구도 포기하는 법을 알려주지 않았고 포기하는 것은 낙오자, 인생의 끝, 실패라고 낙인찍었다. 그래서 끝내야 할 때 끝내지 못하고 답도 없고, 이루지도 못할 것을 끝까지 손아귀에 움켜쥐고 있을 때가 많다. 그렇게 시간만 헛되이 흘려보내다보면 어느새 포기할 타이밍마저 놓쳐버리게 된다. 원은 끝나는 곳에서 시작된다. 포기가 아니라 새로운 기회라는 개념을 가르쳐 줘야 한다. 성공은 넘어지지 않는 것이 아니라 넘어질 때 다치지 않게 잘 넘어지고, 다시 일어설 수 있는 사람만이 누릴 수 있는 과실이다.



잘한다와 자란다는 같은 말이다


[당근과 채찍]

칭찬은 고래도 춤추게 한다고 한다. 칭찬은 넘어졌을 때 좌절하지 않게 쿠션이 되어주고, 일어날 때 뒤에서 밀어주는 디딤돌이 되어준다. 아이는 2천번인지 3천번을 일어나고 넘어지고를 반복해야 서는 법을 배운다고 한다. 아이가 넘어질 때마다 괜찮다고 말해주고, 일어설 때마다 잘한다고 칭찬을 한다면 아이는 넘어지는 것을 겁내지 않고, 다시 일어서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게 된다. 잘한다는 말에 아이는 자란다. 아재 같은 말장난이지만 굉장히 마음에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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똥 쌀 때 읽는 책 똥 쌀 때 읽는 책 1
유태오 지음 / 포춘쿠키 / 2021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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짧은 에세이라서 가볍게 읽기 좋네요. 웃음과 감동, 여운이 남는 글들이 다양하게 담겨 있어서 정말 화장실에서 읽기 딱 알맞은 책이에요 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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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성건의 1페이지 팝 콘서트 365
박성건 지음 / 미디어샘 / 2021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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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이야 Kpop이 전세계의 문화를 주도하고 있지만 20세기 소년소녀들에겐 팝장르가 대세였다. 노래 좀 듣는다고 하는 애들은 전부 팝을 흥얼거렸고, 알지도 못하는 영어가사를 들리는대로 한글로 적어서 따라부르곤 했었다. 물론 우리의 정서를 대변하는 가요도 훌륭하지만 그 당시의 팝은 한국의 가요보다 더 우수하고 쎄련된 대중문화로 인식하는 경향이 있었던 것 같다. 하지만 이것은 비단 한국에서만의 경향이 아니라 전 세계적인 추세였던 것 같다. 그만큼 팝의 영향력은 전세계를 뒤덮을 정도로 굉장히 크고 막강했다.


그런데 사실 팝음악이 아무리 큰 인기를 끌었다고는 해도 당시엔 지금처럼 다양한 음악을 취향에 맞게 골라서 들을 수 있는 플랫폼이 없었기 때문에 대부분의 사람들은 라디오에서 틀어주는 음악을 수동적으로 들을 수 밖에 없었다. 그리고 지금처럼 편하게 음악과 음악가에 대한 정보를 취하기도 어려워서 우리가 가지고 있는 팝음악에 대한 정보는 제한적일 수 밖에 없었다. 그래서 음악사에서 그 곡이나 뮤지션이 가지는 의미, 시대적 배경, 음악적 인과관계 등 음악과 음악사에 대한 이해없이 그저 라디오에서 틀어주는 히트한 노래위주로만 소비해왔다고 할 수 있다.


좋은 음악이란 그런 배경을 모르고도 즐겁게 들을 수 있지만 이왕이면 음악에 대한 설명을 듣고, 음악을 알고 들으면 더욱 즐겁게 음악을 즐길 수 있을 것이다. [박성건의 1페이지 팝 콘서트 365]는 400곡이 넘는 주옥 같은 팝음악과 뮤지션을 소개하며 그 팝음악에 담긴 사회, 문화, 정치, 경제적 맥락 등을 살펴보는 팝음악 인문학 책이다. 매일 한 페이지에 한 곡씩 365가지 곡과 에피소드를 소개한다. 매일 하나의 곡을 테마로 이야기를 하고 있지만 그와 관련된 다른 수많은 곡들이 함께 소개되므로 실제 책에서 다루어지는 음악의 수는 1000곡이 훌쩍 넘는다.


모든 곡소개는 한 페이지로 끝내는데 한 페이지에 한 곡 혹은 두 곡을 유닛처럼 묶어서 소개하고 있고, 소개하고 있는 모든 곡들은 굳이 인터넷을 찾지 않아도 바로 직접 들어볼 수 있게 QR코드가 첨부되어 있다. 특이하게 소개하는 곡마다 해시태그를 붙혀서 가수, 곡의 테마, 장르, 곡과 관련된 여러 키워드 들을 소개하고 있어서 관심이 있는 내용을 취합해서 읽어볼 수 있게 한 것도 재미있는 구성이다. 팝이라고 해서 팝뮤직만을 다루는 것은 아니고, 영화음악, 클래식, 가요까지 폭넓게 다루고 있어서 여러 장르의 음악에 대한 상식을 골고루 넓힐 수 있다. 또 40년대의 리듬앤블루스부터 50년대 로큰롤, 80년대 신스팝, 21세기의 팝음악까지 팝음악사의 모든 시간을 톺아보고 있다.


개인적으로는 팝음악을 듣고 자라난 세대이고, 팝음악을 나름 많이 들었음에도 책에서 소개한 제목들은 생소한 것들이 많았다. 그런데 웃기게도 어떤 노래인지 궁금해서 QR코드를 찍어서 노래를 들으면 상당수가 이미 알고 있거나 익숙한 곡이었다. 그러니까 당시에는 노래 제목이나 가수도 모른채 그냥 라디오에서 흘러나오는 노래를 듣고, 따라부르고 했던 것이었다. 그땐 정확한 가사도 모른채 그냥 흘려 들으며 대충 비슷한 발음으로 따라부르기만 하다보니 정확한 원제를 보면 과거에 듣던 노래와 매치가 안되는 것이다. 혹은 TV나 영화 등을 통해 간접적으로 팝음악을 많이 접할 수 있었던 것도 한 원인이라고 생각된다.


의외로 한국과 관련된 에피소드들이 많이 나오는데 과거의 CM송이나 라디오 시그널음악, TV방송의 오프닝곡으로 쓰인 익숙한 곡들을 당시의 시대 분위기나 지나간 추억들과 함께 썰을 푸는데 옛날 생각이 나면서 재미있게 느껴진다. 익숙한 멜로디를 들으면 오래전의 기억까지 저절로 생각나게 되는 기묘한 힘이 음악에는 있는 것 같다. 또 OST도 많이 소개되고 있는데 콰이강의 다리, 닥터 지바고처럼 이전 세대의 고전영화지만 음악만은 여전히 많이 들을 수 있는 곡들도 있고, 더티댄싱, 보디가드 같은 동시대 영화도 있어서 그 음악들이 한창 인기를 끌던 시대에 함께 그것을 즐기고 소비했던 기억이 있는 곡들도 접해볼 수 있다.


90년대 까지만 해도 팝음악의 인기는 매우 높아서 그 당시 최신곡 뿐만 아니라 7~80년대는 물론 5~60년대나 그 이전의 올드팝도 굉장히 자주 들을 수 있었다. 그래서 의외로 태어나기도 전에 인기를 끌었던 올드팝도 상당히 많이 들었는데 책에는 그런 곡들도 많이 다루고 있어서 모르고 있던 트리비아를 알 수 있어서 흥미로웠다. 과거에는 정보가 제한적이라 동시대에 유행한 노래가 아니면 그 곡의 맥락을 잘 알 수가 없었는데 그 곡과 관련된 여러 정보와 재미있는 에피소드, 시대적 맥락, 의미 등을 알게 되니 재미도 있고, 음악적으로도 이해가 높아지는 것 같다. 음악을 듣는 귀가 풍성해지는 느낌이랄까?


한 가지 불편한 것은 목차나 인덱스가 없어서 원하는 키워드를 찾아볼 수가 없다는 점이다. 책의 내용은 년도순도 아니고, 곡이나 가수의 스펠링 순도 아니며 심지어 같은 아이템이나 비슷한 내용을 한데 묶어서 진행되는 것이 아니라 그냥 전부 무작위로 수록되어 있다. 그래서 가령 디스코에 대한 내용을 보고 싶어도 도무지 찾을 수가 없어서 굳이 책을 처음부터 한장한장 넘기며 찾아야 하는 식이다. 영화음악을 좋아해서 OST에 관련된 글들만 따로 떼어내서 보고 싶었지만 그럴 수 없었다. 그저 예전에 라디오에서 들려주던 음악을 수동적으로 들을 수 밖에 없었던 것처럼 저자가 책에 써놓은대로 그 내용을 따라갈 수 밖에 없는 것이다. 솔직히 이런 식으면 해시태그의 역할도 크게 줄어들어서 제 역할을 못하는 것이 아닐까 싶다.


이 글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협찬받아 주관적인 견해에 의해 작성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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