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자다움의 사회학 - 남자를 지배하는 ‘남자라는 생각’
필 바커 지음, 장영재 옮김 / 소소의책 / 2020년 3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최근들어 성인지감수성이 큰 사회적 화두로 떠오르고 있다. 오랫동안 이어져 내려온 가부장적 남성중심사회에 대항한 페미니즘 운동이 활발해지면서 성평등과 성차별에 대한 인식이 달라지고, 그와 함께 '남자다움' '여자다움'이라는 성에 대한 고정관념과 성역할론 그리고 성에 대한 사회적 통념에 대해서도 다시 생각해보고자 하는 시도가 많아지고 있다. 그런 차원에서 이 책에서는 남자다움을 말하고 있지만 결국 페미니즘에 대한 인식과도 맥을 함께 한다고 할 수도 있겠다.


동서양을 막론하고 우리는 어린아이들에게 성역할론을 교육시킨다. 부모는 아이와 눈이 마주치는 순간부터 성 차이에 대한 자신의 편견을 적용하여 사내아이와, 여자아이를 다르게 취급한다. 남자아이와 여자아이는 장난감부터 유아용품까지 파랑과 핑크로 남아용 여아용으로 구분해놓고, 성별에 해당하는 색상의 물건들만 아이 손에 쥐어준다. 그리고 부모는 아이들에게 이런 남자, 이런 여자가 되어야 한다고 가르치고, 그런 아이가 되도록 훈육한다. 사내아이는 여자아이보다 안아주는 빈도가 더 낮고, 보챌 때 달래는 시간도 짧다. 문제나 퍼즐을 해결하는 데도 도움을 적게 받는다. 아이의 삶에 큰 영향력을 미치는 부모가 어릴 때부터 '남자는/여자는 이래야 해'라며 남녀가 어떻게 행동해야 하는지에 대한 메세지를 주입한다. 부모에게서 받게 되는 이런 메세지는 아이의 가치관에 큰 영향을 미친다.


남아들은 어릴 때부터 파란색의 경계 안에 놓이게 되고, 남자는 울면 안된다거나 그런 행동은 남자답지 못하다는 식의 어른들과 TV등의 미디어에서 만들어낸 남자다움이라는 이미지에 전도된다. 그리고 그런 강요된 영향력을 받고 자란 아이들은 또래들과 어울리기 시작하면서 집단의식에 빠지게 되어 더욱 성역할, 성고정관념이 고착화된다. 조금이라도 다른 성향을 보이면 놀림을 받거나 따돌림을 받기 때문에 부모에게서 배운대로의 정해진 성관념을 벗어나지 못하고 고정된 성인식이 점점 강해진다.


남성들은 사회적인 통념으로 쌓여진 남성성을 어릴적부터 무비판적으로 받아들이고, 그것에 기인한 '진정한 남자'의 이미지 틀을 형성했다. 키가 크고, 강하고, 근육질이고, 이성애자이고, 지배적이고 따위의 현재의 대다수의 남성들이 원하는 진정한 남자에게 필요한 특질의 목록을 완성하고, 상자 안에 있는 항목에 속하지 않는 남자를 게이, 동성애자, 겁쟁이, 루저와 같은 혐오와 차별의 시각으로 바라본다. 남성의 집합적 사회화인 맨박스에 갖히게 되는 것이다. 맨박스의 특징은 반드시 상자 안에 있거나, 밖에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입구에 한 발만 걸치고 있을 수는 없다. 맨박스는 완벽한 실천과 함께 남들에게 계집애 같은 남자라며 손가락질 받지 않도록 끊임없이 경계를 하도록 요구한다.


맨박스는 전세계 공통으로 분명하고 일관된 남성성을 정의하는 행동과 특질의 목록을 보여주는 수단이다. 맨박스는 남성들이 스스로 남성성의 경계를 그리는 수단이기도 하지만 동시에 남성들을 얽매고 옭죄는 올가미이기도 하다. 맨박스의 기묘한 점은 우리가 그 상자 안에서 겪는 고통과 외로움, 절망에도 불구하고 필사적으로 그 상자 안으로 들어가거나 그 안에 남아 있으려 한다는 점이다. 맨박스 안에 남기 위해서는 끊임없이 남성다움을 실천해야 하는데 저자는 맨박스 안에 머물기 위한 이런 필사저인 행동에 '남자다움을 연기'하려는 경험이나 상처를 주고, 폭력적이거나, 그보다 더 나쁜 행동을 스스로도 알면서도 저지르는 경험이 있을 거라고 말한다.


저자는 청년의 삶을 정의하는 맨박스로부터 압력을 받은 직접적 결과로 나타나는 것이 남성권리운동이라고 주장한다. 극단적인 형태의 남성권리운동은 사람의 생명을 앗아가고 있다고 한다. 이들은 백인우월주의자, 극우혐오주의자, 신나치 집단과 연결이 되어있다고 한다. 그중 가장 한심한 부류는 일명 '비자발적 순결주의자'인 '인셀'이다. 영화 조커의 모티브가 되기도 했던 인셀은 실제 미국에서 총기난사로 살인을 저지른 일도 있었다. 인셀이 등장한 것은 결국 여자를 만나 섹스를 할 수 있는 기준이 되는 맨박스에 들어갈만한 남자다움을 가지지 못했기 때문이다. 이는 남성들이 남자답기 위해 여성을 타자화하는 방법으로 잘못 교육받았기 때문에 발생한다. 사회적 통념으로서의 맨박스가 남자를 얼마나 불행하게 만드는지 생각해 볼 필요가 있는 문제이다.


더 큰 문제는 인셀을 비롯한 많은 극단적 남성권리운동가들이 이런 문제를 맨박스의 폐해가 아닌 페미니즘을 탓하고 여성의 잘못으로 돌려 여성혐오를 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진보적이고 페미니즘을 지원하는 남성을 혐오하고 공격하기도 한다.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이들은 페미니스트를 혐오하고 공격하면서 스스로는 남자다움을 선동한다. 남성의 인권을 신장해야 한다고 주장하는데 그것은 결국 가부장적 남성우월의식에 기인한 남성중심주의 사회로의 귀환을 뜻한다. 맨박스가 자신을들 외롭게 만드는데 그 박스 안으로 들어가야 한다고 주장하는 셈이다.


저자는 성역할은 사회가 주입한 남자다움을 '일그러진 자화상'이라고 표현하며 이를 가정폭력, 자살, 성폭력, 여성혐오를 비롯한 거의 모든 사회 문제의 근원이라고 주장한다. 우리사회에 심각한 문제를 유발하는 뿌리 깊은 권원이 '진정한 남자'라는 허울 뒤에 숨겨진 '남자다움'에서 비롯된 것이란 뜻이다. 저자는 '남자다움'에 관한 전통적인 관념이 우리 자신과 주변에 있는 사람들을 해친다고 확신하며 이 같은 관념에서 벗어나 '남자다움'이라는 것의 정의를 다시 세우자고 한다. 저자는 미래에는 남자다움이 통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한다. 과거와 같이 가족을 부양하고, 생계비를 버는 일이 남자의 도전 과제가 아닐 것이라고 한다. 4차 산업혁명 시대에 필요한 창조성, 독창성, 비판적 통찰력, 공감, 예지력 등은 맨박스에 속하지 않는 특질들이다.


남자들이 미래에 대처하고 자신이 하는 일에서 보상과 기쁨, 의미를 찾기 위해 일자리를 빼앗아가는 기술에 대한 사고방식을 바꿔야 한다고 조언한다. 그러면 우리는 행동을 지배하는 사회적 규범에서 해방되어 더 이상 '남자다움'을 가장할 필요도 없을 것이다. 미래의 기술이 우리에게 창조적이고 개방적이며 공감하고 소통하는 사람이 되기를 요구하고 있다. 그러기 위해서라도 맨박스를 벗어나야만 하는 것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언어의 유혹 - 유혹하는 언어는 설렘과 떨림과 끌림이 있다
도명수 지음 / 렛츠북 / 2020년 1월
평점 :
품절



산다는 것은 자기만의 언어를 갖는 것이다
자신만의 언어를 갖기 위해서는
자신을 유혹하는 언어를 찾아야 한다


언어의 유혹. 유혹하는 언어라고 하길래 상대를 유혹하고 마음을 끄는 언어를 말하는 것으로 생각했습니다. 상대를 설레게 하고, 떨림을 주고, 유혹하는 언어들. 그런 언어들을 써놓은 책이라고 생각을 했는데 읽어보니 전혀 다른 내용이었어요. 저자는 책에서 유혹하는 언어는 누구에게나 있고, 산다는 것은 자기만의 언어를 갖는 것이라고 말합니다. 자기만의 언어를 갖기 위해서는 자신을 유혹하는 언어를 찾아야 하는데 마음을 설레게 하고 가슴을 떨리게 하며 영혼을 끌리게 하는 언어가 바로 유혹하는 언어라는 것이죠. 그러니 유혹한다는 건 상대를 유혹하고 마음을 훔치는 언어를 말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마음을 유혹하는, 내 마음을 이끄는 언어를 말하는 것이었어요.


책 속의 글은 저자의 생각을 담은 언어에서 출발합니다. 책이 우리를 변화시키는 이유는 저자의 생각이 담긴 지식 뿐만 아니라 저자의 언어 선택에 있다고 주장합니다. 책이 말하고자 하는 지식과 함께 저자가 선택한 유혹의 언어로 독자의 마음을 끌어들임으로써 책을 읽는 사람을 변화시킨다는 의미입니다. 이런 발상이 어떤 언어를 사용해야 하는지를 일깨워주는 것이었습니다. 이를테면 말하고자 하는 메세지 뿐만 아니라 메신저의 태도 그 자체가 메세지라는 의미와 같은 맥락인 것입니다.


저자는 가장 먼저 3000페이지가 넘는 국어사전의 16만 개의 언어 중에서 7,648개의 유혹하는 언어를 추려내어 '행복어사전'으로 편찬하였습니다. 소수의 지도자가 많은 사람을 이끌듯이 전체의 5%도 되지 않는 이 유혹의 언어들이 다른 언어 전체를 이끌고 있다고 합니다. 저자는 행복어사전을 편찬하면서 인간과 언어관계의 세 가지 특성을 발견합니다. 첫째 언어는 인지할 수 있어야 살아남을 수 있습니다. 인지할 수 없는 언어는 아무리 유혹적이라도 곧 사라져버립니다. 둘째, 언어는 늘 소지할 때 탁원한 효과를 발휘합니다. 주변에 머물며 감정과 정서를 느낄 때 빛을 발휘합니다. 셋째, 언어는 개성이 있어서 언어에 대한 선호도에 따라 유혹의 온도가 달라집니다.


저자는 자신만의 언어를 갖기 위해 이러한 ‘유혹하는 언어’라는 개념을 상정하고, 자신이 직접 사전을 뒤져가며 찾아낸 말들을 엮은 결과물들을 내놓습니다. 저자가 만든 결과물인 언어 5단계는 ‘행복어사전’ ‘한글삼천리’ ‘한글천어문’ ‘365행복수첩’ ‘핵심열어’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언어의 유혹의 출발점이라 할 수 있는 행복어사전은 사전에서 찾은 유혹하는 언어 7,648개로 편찬한 저자만의 사전입니다. 이중 인지 가능한 언어 3,000개를 찾아 제작한 것이 한글삼천리입니다. 실제 유혹하는 언어는 3000개의 언어만으로도 충분합니다. 한글천어문은 한자의 천자문에서 영감을 얻어 만든 것으로 1,000개의 언어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365행복수첩은 언어 5단계의 핵심으로 오늘을 소중히 여길 수 있는 유혹의 언어로 채워진 오늘의 언어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마지막 5단계는 핵심열어로, 가장 자신을 이끌어줄 언어입니다. 산다는 것은 자기만의 언어를 갖는 것임을 일깨워줍니다. 단계를 더해 갈수록 유혹의 정도는 더해갑니다.


저자는 언어 5단계를 통해 인지할 수 있고 소지 가능하며 유혹의 정도가 높은 365행복수첩과 핵심열어를 소지함으로서 많은 변화가 생겼다고 합니다. 행복수첩은 인생에 비유하여 유혹의 언어를 배치합니다. 어려운 일이 닥치더라도 극복할 수 있는 희망의 메세지가 담기고, 어떤 난국도 극복 가능하다는 깊은 뜻이 담겨 있어야 합니다. 365개의 단어들을 인생의 초년, 중년, 장년, 말년에 대입하여 유혹의 언어를 할당하고, 하루하루를 채운 유혹의 언어는 운세를 개척하는 선도자로서 생애 전체를 아우를 수가 있습니다. 저자의 핵심열어는 '가족, 감사, 사랑, 스승, 열정, 자유, 책, 친구, 행복, 희망'입니다. 핵심열어 10개와 365행복수첩 속 오늘의 언어는 자신을 지키는 파수꾼이 됩니다. 이 언어들은 인생의 나침반이 되어 어제를 검색하고, 오늘을 사색하며, 내일을 탐색할 수가 있습니다. 그리고 마침내 태어난 의미를 깨닫고 삶의 목적을 향해 끊임없이 나아가게 합니다.


우리도 자신만의 유혹의 언어를 찾아서 365행복수첩과 핵심열어를 만든다면, 삶의 목적과 의미를 깨닫고, 하루를 유혹의 언어로 채워서 인생의 나침반으로 삼을 수 있게 될 것입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감정 때문에 마음이 시끄러운 나에게
김연희 지음 / 메이트북스 / 2019년 1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살다보면 흔들리는 감정에 힘들어하는 날이 많이 생깁니다. 흔히 걱정 없어 보이는 돈 많고, 인기 많은 연예인들 조차 극단적인 선택을 할 정도로 마음의 짐이나 고민은 누구나 한두개씩은 가지고 있죠. TV에서 우울증이나 조울증으로 인한 범죄 소식을 듣는 것도 더이상 드문일이 아니구요. 살기 힘든 사회가 되어가면서 감정에 흔들리고 마음이 시끄러운 날은 많아져만 가지만 그런 마음을 어떡해야 할지 몰라서 그대로 방치하거나 모른척하는 경우가 많은 것 같아요. 혹은 그런 감정들이 잘못된 것이거나 나쁜 것이라는 생각을 해서 혼란한 마음이 된 자신을 미워하고 자괴감에 빠지기도 합니다. 그동안은 나도 내 마음을 알지 못했고 생각을 해본적도 사실 없어요. 불안하고 네거티브한 감정들이 생겨날 때마다 그걸 없애고 분출해야겠다는 생각만 했지 도대체 감정들은 무엇이고 어디에서 왔는지, 나의 내면 속 감정들을 어떻게 대해야 하는건지에 대해선 도무지 깊게 생각해 본 적이 없었어요. 나의 감정이지만 정작 내 감정에 귀를 기울인 적은 없었던 것이죠. 그저 휘몰아치는 감정의 소용돌이 때문에 힘들어하고, 자신을 괴롭히기만 했었습니다. 이 책을 통해  감정이란 무엇인지 제대로 알고, 내 감정이 하는 말에 귀를 기울이는 법을 배울 수 있었어요

 

사람들은 항상 감정을 다스리고 통제하려고만 합니다. 감정적인 사람보다 이성적인 사람이 더 우월하다는 인상도 있고, 감정적이란 말이 동물적이라는 뜻처럼 느껴지기도 하기 때문에 감정적인 것을 부정적으로 생각합니다. 감정을 이성의 대극으로 생각하기 때문이겠죠. 그래서 감정을 이성으로 통제하려고만 합니다. 하지만 감정이 섞이는 데도 이성적으로 행동할 수 있다면 그걸 감정이라고 부르지도 않겠죠. 그래서 많은 사람들이 감정에 휘둘리고, 감정 때문에 마음이 시끄러워지게 됩니다. 사람들은 감정을 다스리고 통제하려고 하지만 감정은 통제의 대상이 아니라고 합니다. 감정은 이해해야 하는 것이라고 하네요. 통제가 아닌 이해의 대상으로 바라볼 때 감정에 휘둘리지 않고 자유로워질 수 있습니다. 감정을 이해하기 위한 첫걸음은 바로 감정이란 무엇이고 어디에서 왔는지 아는 것이라고 합니다.

 

그렇게 감정에 대해 이해하고나면 본격적으로 감정의 여러 부정적인 단면들을 심층적으로 고찰합니다. 슬픔과 분노, 불안, 질투와 시기, 열등감 그리고 외로움까지.. 한번쯤 나를 힘들게 했던 많은 부정적 감정들을 하나하나 살펴보며 그 각각의 감정들의 의미와 감정이 외치는 마음의 소리에 대해 알아봤습니다. 마음을 시끄럽게 하는 감정들의 근원과 원인을 알아본 후 그 감정들을 어떻게 대하면 좋을지 감정의 대면법에 대해 자세히 기술해 놓았어요. 여기서는 '감정소화법'이라는 용어를 사용하던데 감정을 솔직하게 표현하고, 그를 통해 건강한 마음 정신을 챙기는 방법을 제시해 놓았습니다. [감정 때문에 마음이 시끄러운 나에게]을 통해 나도 모르는 내 마음을 들여다보고 내면의 힘을 탄탄하게 만들어 감정 때문에 힘든 시간을 줄여나가는 계기가 될 것 같습니다

 

"슬픔, 삶의 깊이를 헤아리고 어른이 되는 과정"

 

슬픔은 삶의 깊이를 헤아리고 어른이 되는 과정이라고 하는 인식의 발상이 좋았습니다. 슬픔에 빠져있는 것을 감정의 낭비나 인생에 불필요한 과정쯤으로 생각하게 되는데 슬픔을 통해 삶을 알고 성숙하게 된다는 인식이 필요한 것 같아요.

 

 

 

"외로움, 누군가와 친밀해지고 싶은 마음
외로움에 스스로 갇히다
밀어내는 걸까, 멀어지는 걸까?"

 

 "사랑에 능숙한 나이란 없다"


외로움은 누군가와 친밀해지고 싶은 마음이란 말이 너무 공감이 가더라구요. 사람에 상처받고 사람에게 실망하면서 점점 주위에 벾을 쌓고 사람들을 단절하여 스스로 외로움에 갇히는 때도 많이 있거든요. 사람을 밀어내면서 스스로 만든 외로움에 갇혀 살다보면 끝없는 고독감에 빠져 힘들어하게 됩니다. 그럴 때면 입버릇처럼 외롭다는 말을 되뇌이게 되는데 그 말속엔 누군가와 함께 친밀하게 지내고 싶다는 의미가 숨어 있는 것 같아요. 너무 공감이 가는 말들입니다. 사랑이 고파요. 사랑은 참 힘든 일인 것 같네요. 사랑에 능숙한 나이란 없다는 말.. 공감이 됩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내가 나라서 네가 너라서
강희주 지음 / 42미디어콘텐츠 / 2019년 12월
평점 :
절판


 

 

강희주 작가의 감각적인 북스타그램.

이런류의 에세이가 모두 그러하듯 이 책에 공감할 수도, 그렇지 못할 수도 있다. 너무 유치하다고 느낄 수도 있고, 감동을 받을 수도 있다. 만약 글이 유치하다고 느껴진다면 어쩌면 그건 너무 뻔한 이야이기기 때문일 것이다. 책을 읽는 사람도 이미 다 알고 있는, 너무나 일상적이고 평범한 이야기라서 유치하고 특별하게 느껴지지 않을수도 있다. 하지만 반대로 그렇기 때문에 그것은 바로 우리의 이야기가 되는 것이다. 특별한 누군가의, 특별한 이야기가 아닌 너와 나의 평범한 사람의 평범한 이야기. 그런 우리의 이야기 속에서 공감하게 되고, 공감은 가장 큰 치유를 준다.

공감은 가장 큰 치유이다. 공감을 위해선 많은 말이 필요하지 않다. 구구절절한 설명과 묘사보다 짧은 한 구절이 심금을 울린다. 짧기 때문에 빠르게 반응하고, 부담없이 소비되고, 여운은 오래 남는다. 그래서 어깨를 툭 치듯 가볍게 던지는 위로의 한 마디에 위안을 얻고 공감하게 된다. 온라인에 인스타 감성의 글이 넘처나는 이유이기도 하다.


손글씨에는 인쇄한 활자가 가지지 못하는 따스함이 있다. 말 그대로 사람의 손길이 느껴진다. 한땀한땀 눌러 쓴 사람의 숨결이 느껴지고, 정성도 느낄 수 있다. 그래서 캘리그라피를 보고 있으면 아날로그적 감성이 느껴진다. 특히 화면으로 보는 것보다 책의 촉감으로 전해지는 글씨는 한층 캘리그라피 특유의 맛이 더 묻어난다. 이런 캘리그라피와 감성글이 만나면 글의 감동은 극대화된다. 따뜻한 글과 캘리그라피 그리고 평범하고 소소한 사진이 어울어져 일상의 위로가 된다.


여전히 나는 당신이 좋습니다
가끔은 냉정함도 필요해
지금은 내 인생을 사랑할 시기
책은 세가지 챕터로 되어 있는데 형식은 크게 다르지 않고 각각의 주제에 맞게 아름다운 글귀들이 펼쳐진다. 작가의 일기처럼 써내려간 솔직한 감정과 일상의 그림들로 가득 채워져 있어서 책을 읽다보면 작가의 일상을 엿보는 듯한 기분도 든다. 글이 짧기도 하고, 중간중간 캘리그라피와 메모형식의 글들도 들어가 있어서 지루하지 않게 읽을 수 있다. 이런 류의 글들은 그날의 감정이나 기분에 따라 다르게 받아들여지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가볍게 읽은 후 언젠가 다른날 다시 한번 내용을 곱씹으며 읽으면 놓쳤던 부분을 캐치하게 되거나, 다른 면으로 읽혀질 수도 있으므로 시간을 두고 다시 읽어보면 좋을 것 같다. 혹은 위로가 필요한 날 책의 아무 페이지나 펼쳐서 글을 읽다보면 공감되는 말들과 그 따스함에 위안을 얻을 수 있을 것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눈물은 쇄골뼈에 넣어둬
김이율 지음, 구광서 그림 / 새빛 / 2020년 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보통 힐링 에세이에는 아기자기하고 알록달록한 감성적인 예쁜 그림이 그려져 있다. 아픈 곳을 어루만지고 위로가 되는 따뜻한 언어들은 그런 감성적인 그림이나 삽화와 잘 어울리기 때문이다. 아니, 감성적이고 따스한 이미지가 시각적으로도 편안하고 안정감을 주기 때문에 그런 분위기가 힐링이라는 책의 목적에 부합되어서 당연히 모든 힐링북들은 그런 식의 컨셉을 차용한다. 그런데 이 책은 조금 다르다. 다리털이 삐져나온 깍두기 머리의 깡패아재가 책의 커버에 떡하니 드러누워 있다. 일명 이 감성깡패 아재가 이 책의 호스트 되시겠다. 힐링이 아니라 킬링을 할 것 같은 깡패라니 우리가 줄곧 보아왔던 컨셉과는 거리가 멀어 보인다. 게다가 눈물을 쇄골뼈에 넣어두라니.. 이렇게나 쌩뚱맞다니 ㅎㅎ


책은 깡패 아저씨의 눈물이라는 컨셉으로 되어 있다. 왜 하필 깡패인가? 우리는 헬조선이라 불리는 이 지옥같은 한국 땅에서 살아남기 위해 억척스럽게 그리고 필사적으로 하루를 버티며 살아가고 있다. 마치 순정을 짖밟힌 깡패처럼 처절하게 말이다. 그런 깡패같은 우리들에게도 눈물 짓는 날들도 있고 위로가 필요한 날도 있다. 나이를 먹어갈수록 많이 흔들리고, 많이 넘어지고, 많이 외로워져서 눈물 흘리는 날도 많아진다. 흔들리는 날이 많아질수록 외로운 마음을 달래줄 따뜻한 말 한마디가 그리워진다. 이 책은 여리지만 억척스럽게 살아야만 했던 우리들의 마음을 달래주는 위로의 선물이다

작가는 스스로를 감정이 정체된 사람이라고 말한다. 감정기복이 심하지도 않고, 슬픈 상황에도 소리내어 울지 않고, 기쁜 일이 생겨도 환호하지도 않는다고 한다. 인생을 겪다보니 감정을 안으로 삭히는게 익숙해지고 표현하지 않게 되면서 감정이 정체되고 안으로만 파고 들게 된 탓이다. 생각해보면 우리도 크게 다르지 않다. 언젠가부터 우린 자신의 감정을 숨기고 강하고, 냉정하고, 괜찮은 척 살게 되었다. 아이처럼 감정을 드러내어선 안된다고 배웠다. 그렇게 하면 정글같은 이 험한 세상을 헤처나갈 수가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강하기만 한 나무는 부러지기 쉽다. 그래서 우린 그 많은 시간을 부러지고 무너지고 힘들어 했었나보다.

작가는 우리에게도 순정이 있었음을, 얼마나 예쁜 꽃이었는지를 기억해내라고 말한다.
강한 척 하지만 한없이 여린 사람
냉정한 척 하지만 눈물이 많은 사람
괜찮은 척 하지만 마음 쓰린 사람
우린 그런 사람이었다. 나를 돌아보고, 나를 사랑하고, 나를 이해하고, 나를 응원하면서 이제 감정을 안으로만 삭히지 말고, 있는 그대로를 보여주고, 힘들면 힘들다고 하고, 울고 싶으면 실컷 울고, 내가 행복해지는 선택을 하라고 조언한다.

작가가 책에서 계속 강조하는 것은 오늘을 살아라는 것이다. 지금 이 순간을 중요하게 여기고, 아끼지 말고 오늘의 행복을 소진해야 한다. 우리네 삶은 머물지 않고 계속 흘러간다. 오늘의 행복 역시 흘러가버리기 때문에 행복을 저축하지 마라. 오늘의 행복이 흘러갔다고 다가올 날이 절망과 슬픔이 있다는 것은 아니다. 그러니 다가올 내일에 미리 아파할 것도 없고, 지나간 행복에 안주해서도 안된다. 오늘을 살고, 이 순간을 받아들이며 아끼는 것이 우리 인생에서 가장 중요하다. 힘들고 아픈 일이 있겠지만 그것 또한 우리의 인생이고 삶의 과정일 뿐이다. 미쳐 쓰지 못한 오늘의 행복이 흘러가버리듯 힘들고 아픈 일도 거침없이 흘러가버릴 거니 걱정하지 말자. 그것이 책 전반에 흐르는 작가의 메세지이다.
카르페디엠.

책의 문구들은 감탄하며 공감하게 되는 것도 있고, 아재개그로 너무 유치하다고 느껴지는 것도 있다. 또 어디선가 들어본 문구나 식상한 맨트도 있으며, 미소짓게 만들거나 아련해지고 가슴이 찡해지는 부분도 있다. 특히 카피라이터였던 작가의 이력에서도 느껴지듯 헤드라인 같은 짧고도 강렬한 문구는 긴 문장보다 오랜 여운을 남긴다. 감성깡패라는 재미있는 주제와 웃음과 감동이 있는 즐거운 에세이북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