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능의 역사 - 인류의 기원에서 인공지능까지
호세 안토니오 마리나 지음, 윤승진 옮김 / 라이팅하우스 / 2021년 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현생 인류를 호모 사피엔스라 부른다. 호모 사피엔스란 지혜가 있는 사람이란 뜻으로 생각, 지능이라는 개념이 동물과 인간을 구분하는 가장 핵심적 요소라고 볼 수 있다. 흔히 인류가 존재하는 영역을 문화라고 일컫고, 그 반대 급부를 자연이라 말한다. 자연은 무질서하고 규칙이 없는 혼돈의 세계인 반면 문화는 혼돈에 대항하여 질서를 향해 움직인다. 물론 자연은 혼돈상태처럼 보이지만 그 자체로 논리적 법칙이 존재하는 카오스 이론으로 자연은 혼돈이 아니라고 말할 수도 있겠지만 개념적으로만 생각하자. 어쨌건 문화란 자연을 거스르는 행위인데 혼돈을 탈피하고 질서에 도달하기 위해 인간은 '정의'와 '규범'을 만들어내었다. 인간의 삶의 터전인 문화란 사피엔스가 자신의 필요와 기대를 충족하기 위해 만들어낸 발명의 총체이고 문화가 발전할수록 자연에서 멀어지게 된다.


지능은 이런 모든 문화를 생산하고, 문화는 다시 지능을 재창조하며 인류는 발전해왔다. 지능은 문자를 발명해 내고, 문자는 다시 지능을 설계하는 식인데 이런 메커니즘은 인간의 사회화라고 달리 부를 수도 있겠다. 저자는 이 지능의 메커니즘을 알아야 인간을 이해할 수 있다고 말한다. 지능과 문화는 하나의 루프처럼 상호작용하며 공진화하는 것이다. 이를 통해 인류는 몇 차례 위대한 진보를 이뤄냈다. 책은 역공학의 개념을 대입하여 인간이 창조한 언어, 도구, 놀이, 종교, 예술, 과학, 법, 건축 등의 문화의 계보를 연구하여 인간의 지능과 인간을 이해하고자 한다. 인간이 만들어낸 여러 문화를 4가지 핵심 키워드로 정리하여 인류의 시대의 변화를 구분한 후 인간의 지능을 분석하고, 사피엔스이 신비를 파악하고자 한다.


인류의 변화의 그 첫번째 축은 수렵생활에서 농경생활로의 이전이다. 9만년 전 아프리카에서 탄생한 사피엔스는 세계로 퍼져나갔지만 이때만 해도 사피엔스는 선천적으로 DNA에 새겨진 생성지능에 따라 움직였다. 말하자면 아직 사회화에 따른 공진화가 이뤄지지 않았던 시기다. 그러다가 더 잘 살고, 편하게 살고자 하는 사피엔스의 욕망에 의해 수렵생활에서 농경생활로 옮겨갔고, 저자는 이 사건을 인간의 모험사에서 매우 중요한 변화로 보며 첫 번째 축의 시대라고 부른다. 이 과정을 통해 사피엔스는 큰 집단을 이뤄서 사는 법을 배웠고, 그에 따라 생각하고, 느끼고, 행동하는 방식을 재정비하게 되었다. 공진화를 통한 공간과 네트워크의 형성과정에 사피엔스는 자연스럽게 사회화를 이룩하고 문명을 쌓아올려가게 되었던 것이다. 앞서 말했듯 사피엔스와 동물의 가장 큰 차이점은 문명과 자연이라는 경계로 나눠지는데 농경생활의 시작이 문명을 만들어가는 출발점이었다는 점에서 매우 중요한 변화라고 보는 것이다


사피엔스의 두 번째 축의 시대는 종교의 탄생으로 시작된다. 첫 번째 축의 시대에서는 도시라는 외부 관계에서 공유된 사회적 지능의 확장이었다면 두 번째 축의 시대에서는 종교를 필두로 한 정치, 경제적 영역에서 자성에 관한 자신에게 회귀하려는 움직임이 그 특징으로 지혜의 축이 사회에서 내면으로 이동하고 있다. 테스형은 '성찰하지 않는 삶은 살아낼 가치가 없다'라고 말했다. 현재 많은 종교가 공통적으로 추구하는 가치들은 사회화와는 다른 형태로 인간이 서로를 이해하는 방식으로 작용하고 있다. 종교는 경제와 정치라는 방면으로 확장되어 성찰과 보편성, 추상적 관념을 한 단계 끌어올리게 된다. 철학과 정치가 어떤 상관관계가 있는지 의아했는데 예컨데 정치의 보편적인 확실성을 확립하는데 철학적 이성이 활용되는 식이라고 한다. 철학적 성찰의 문제를 해결하고 자기 내면을 탐험하는데서 한발 더 나아가 이성적 보편성을 추구하며 법의 개념을 만들어내었고, 강력한 상징성을 부여한 집단적 창조물이 돈이라고 한다.


세 번째 축은 창조자로서의 변모이다. 이전까진 종교와 정치적 가치에 따라 신과 군주에 대한 복종이 가장 큰 미덕이었지만 신의 피조물이었던 사피엔스는 스스로 자유롭고 자주적인 존재로 자신을 인식하며 스스로를 창조자로 생각하게 되었다. 저자는 이를 두고 반항심이 가져온 축의 전환이라고 말하는데 신에 의해 인간의 마음 속에 새겨진 자연법이 인간의 이성으로 대체되며 지능의 해방 운동이 일어난 것이다. 그래서 카뮈는 현대의 인간을 반항하는 인간으로 정의했다. 그런데 여기서 창조라는 것이 기계나 장치를 만드는 것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신과 군주 중심이었던 사고에서 벗어나 인간 중심의 사고로 전환하여 인간, 자신을 중심에 두고 사고하고 지식적 진화를 해나간다는 의미이다. 창조적인 생성지능을 가지는 것에는 그러한 생각을 선택하는 관리지능이 필요하고, 관리지능이 행동을 제어한다면 선택 기준은 가장 높은 차원의 지식 능력이라고 한다. 결국 지능의 역사는 선택 기준이 진화로 귀결된다.



이 글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협찬받아 주관적인 견해에 의해 작성했습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