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망한 사랑만 골라서 하지
사랑좋아해적단 지음 / 모티브 / 2026년 7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이 글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협찬받아 주관적인 견해에 의해 작성했습니다


우리는 누구나 사랑을 한다. 그리고 그 사랑 속에는 높은 확률로 망한 사랑도 함께 있다. 너무 아픈 사랑은 사랑이 아니었다고들 하는데 그렇다면 우리가 했던 그 수많은 아픈 사랑은 도대체 무엇이었을까. 온라인 커뮤나 카페에 올라오는 고민글을 보면 연애 이야기가 유난히 많다. 그리고 신기하게도 그 사연들을 읽다 보면 망한 사랑에는 몇 가지 익숙한 패턴이 반복되는 걸 알 수 있다. 망한 사랑은 나만 한 게 아니었고, 내가 겪었던 그 더럽고 아픈 순간들 역시 많은 사람들이 비슷하게 겪었던 실패의 한 형태였다. 같은 이야기의 다른 판본. 분명 처음에는 행복해지려고 시작한 사랑인데, 왜 우리는 비슷한 사람에게 끌리고 비슷한 상처를 반복할까. 사랑은 미쳐야 한다고 말하면서도 정작 미친 사랑은 하지 말라고 한다. 참 예쁘게 사랑하기에도 짧은 인생인데, 우리는 왜 자꾸 사랑이라는 이름의 불구덩이로 걸어 들어가는 걸까.


[우리는 망한 사랑만 골라서 하지]는 연애를 하며 한 번쯤 겪게 되는 망한 사랑의 유형을 모아 놓은 백과사전 같은 책으로, 온갖 더럽고 추악하고 도파민 터지는 사랑이라는 이름의 재앙을 이야기하는 에세이다. 작가 사랑좋아해적단은 작가의 이름이자 계정명이기도 한데 연애 상담을 해주는 곳인 듯하다. 여기에 사람들이 보내온 여러 더러운 연애 경험들을 모아 몇 가지 망한 사랑의 카테고리로 정리해 놓은 것 같다. 책은 총 4부로 구성되어 있으며, 출항 : 호르몬이 만든 착각, 심해 : 집착과 구속의 늪, 폭풍 : 파국으로 치닫는 항해, 난파 : 망해 버렸지만 나의 전부라는 각 단계는 사랑의 시작부터 사랑이 점점 일그러지고 결국 파국을 맞이하는 그 과정을 하나의 항해처럼 묘사한다. 각 단계마다 그 단계에서 피어나는 사랑의 악의 꽃을 하나씩 소개하며 사랑이 시작되고 변해가는 과정 속에서 드러나는 다양한 망한 사랑의 모습을 단계별로 살펴본다


읽다 보면 개인적으로도 경험해 본 이야기가 있고, 주변 친구들이 비슷한 일로 고민하는 모습을 봤던 내용도 적지 않아 묘하게 공감하게 된다. 직접적인 경험은 없지만 커뮤니티나 카페의 연애 고민글에서는 수도 없이 봐왔던 내용들이라 낯설기보다는 오히려 현실감 있게 다가왔다. 개인적으로 커뮤나 카페에 올라오는 연애 고민글에 나름의 조언이랍시고 댓글을 쓰곤 하는데, 내가 그 사안에 대해 생각했던 부분과 책의 내용을 비교해 가며 읽는 것도 좋았다. 비슷하게 생각했던 부분도 있었지만, 내가 미처 생각하지 못했던 방향으로 이야기를 끌고 가거나 문제의 포인트를 다르게 바라보는 부분도 있어서 두가지 관점을 비교하고 해석하면서 생각의 확장이 일어나고 사고의 폭과 시야를 넓힐 수 있다는 것도 좋았다. 새로운 시각을 하나 더 장착했으니 다음에 비슷한 고민글을 보게 된다면 이전과는 조금 다른 관점에서 생각하고 댓글을 달 수도 있을 것 같다.


어설픈 연애 조언이나 자기 잘난 맛에 늘어놓는 훈계가 아니라, 약간 매운맛의 공감대 토크에 가깝다. 설마하니 모든 내용이 작가 본인의 경험담을 기반으로 한 것은 아닐 것이고 아마도 일반론적인 이야기인 것 같은데 꾸미거나 미화하지 않고 자신의 생각을 솔직하게 까발리다보니 그런데서 오는 재미와 공감이 있다. 무엇보다 글이 상당히 발랑 까져서 재미있다. 괜히 고상한 척하거나 전문가인 척하지 않고, 유튜버가 사람들을 앞에 앉혀 놓고 거침없이 자기 생각을 쏟아내는 듯한 말투라 읽는 재미가 있다. 다만 이런 직설적이고 거친 화법이 익숙하지 않은 사람이라면 다소 가볍거나 거리감 있게 느껴질 수도 있겠다. 근데 이런 말투는 친구끼리 술자리에서 거침없이 이야기하는 느낌이나 유튜브에서 직접 이야기를 듣는 듯한 느낌이라서, 거리감 없이 편하게 읽힌다.


망한 사랑이라는 건 내가 피해자이기도 하지만 때론 내가 가해자일 때도 있다. 그간 내가 항상 망한 사랑의 피해자라고만 생각했는데 책을 읽다보니 내가 망친 사랑도 있었다는 걸 깨달았다. 침묵, 단절 : 아무말도 하지 않기로 했다를 보다가 많이 반성하게 됐는데 할 말이 없어서, 말을 할 수 없어서, 하기 싫어서. 여러 이유로 침묵했던 그 시간은 결국 진정으로 연애를 X되게 만들었다. (X됐다는 책의 그 생생한 표현을 가져온 것일뿐이다) 침묵은 침묵을 부르고, 관심이 줄고, 질문이 줄고, 그렇게 알 필요가 없는 사이가 된다는 것. 진정으로 X된 연애는 싸우는 연애가 아니라 싸우지 않는 연애란다. 싸움을 피하려 침묵한 것이 싸울 힘이 사라진 연애가 되버렸고, 말대신 정리를 하게 되었구나. 사이가 더 나빠지지 않게 하기 위해 침묵한다고 생각했지만 결국 침묵은 나를 살리기 위한 것이었다. 침묵은 평화가 아니다는 말이 가슴에 꽂힌다.


그저 바닥을 보고 헤어졌던 더러운 기억을 소환하고, 망할 놈들을 떠올리며 욕하기 위한 책은 분명 아니다. 각자의 망한 사랑에 대한 기억을 꺼내 그때의 관계를 다시 바라보게 만들고, 옛사랑은 왜 망했는지, 왜 그렇게 망할 수밖에 없었는지, 나는 왜 망한 사랑에 목을 매고 있었는지, 왜 계속 망할 놈들만 만나게 되었는지, 혹은 내가 사랑을 망쳐버린 적은 없었는지까지 여러 가지 질문을 던진다. 결국 이 책은 남의 추악한 사랑 이야기를 구경하는 책이 아니라, 지나간 관계 속에서 나 자신을 돌아보고 앞으로 어떤 사랑을 해야 할지 생각하게 만드는 자기반성적인 기록이다. 페이지에 적힌 글보다 더 많은 것을 생각하게 만드는 책이 있다. 이 책이 그런 책이다. 책에 나온 수많은 망한 사랑의 이야기를 읽다 보면 자연스럽게 나의 연애사를 떠올리게 되고, 그때는 미처 생각하지 못했던 감정이나 행동들을 다시 돌아보게 된다. 단순히 남의 이야기를 읽는 것이 아니라, 어느 순간 내 기억과 경험을 대입하며 이런저런 생각을 하게 만든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