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화로 즐기는 미분과 적분
이재원 지음, 윈일러스트 그림 / 북스힐 / 2026년 6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이 글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협찬받아 주관적인 견해에 의해 작성했습니다


솔직히 미적분은 몰라도 살아가는 데 아무런 문제가 없다. 고등학교 시절에도 어렵게만 느껴져 외면하고 싶었던 과목이었고, 당시에는 개념을 이해하기보다 시험을 위한 문제풀이 기술만 익혔다. 대학에서 공업수학을 배우면서도 한 학기 내내 미적분을 공부했지만 이때도 문제풀이만 해서 미적분의 개념과 원리에 대해 잘 알지도 못한 채 그 시간들을 넘겼다. 그럼에도 졸업 후 살아가면서 미적분이 필요했던 시간은 없었고, 당연하다는 듯이 나와는 상관없는 말이 되었다. 그러나 졸업한 지 한참 지난 지금은 오히려 한번씩 미적분이란 말을 접할 때면 그것에 대한 순수한 지적 호기심과 지적 허영심의 그 어딘가의 마음으로 그것을 이론적으로 이해해 보고 싶다는 생각을 할 때가 많았다. 말하자면 시험에서 해방되고 상관없는 일이 되고 나니 부담 없이 다가갈 수 있게 된 셈이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이제 와서 그런 걸 알아봤자 무슨 소용이 있겠느냐는 생각과 미적분은 어렵다는 부담감 때문에 선뜻 다시 책을 펼쳐 들지는 못했다. 아마도 나같은 생각을 하는 사람이 없지는 않을 것이다.


[만화로 즐기는 미분과 적분]은 만화를 통해 미분과 적분의 개념과 원리를 쉽고 가볍게 설명해주는 기초 미적분 입문서이다. 어느날 갑자기 나도 미적분을 다시 한번 해볼까라는 미친 생각을 하게 되더라도 미적분은 그 자체로 어렵다는 인식이 있다보니 아무래도 저항감과 부담감을 느끼게 되서 선뜻 책을 펼치기가 쉽지 않다. 더욱이 대부분의 사람들은 학창 시절 내내 수학을 문제풀이 중심으로만 접해 왔기 때문에 개념과 원리를 이론적으로 이해하는 공부에는 익숙하지 않아서 수학을 읽기만 하는 것이 공부가 될지 반신반의하게 된다. 적어도 개인적으로는 그랬다. 나같은 사람들을 위해 이 책은 복잡한 공식이나 계산 대신 만화와 일상 속 사례를 통해 미적분의 개념과 원리를 이론적으로 차근차근 설명한다. 카페에서 커피가 식는 속도나 공원을 산책하며 마주치는 곡선처럼 누구나 쉽게 떠올릴 수 있는 소재를 활용해 추상적으로 느껴졌던 미적분을 최대한 직관적으로 이해할 수 있도록 구성했다.


책은 총 5장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1장에서는 함수의 정의와 종류, 2장에서는 지수함수, 로그함수, 삼각함수 등 초월함수, 3장에서는 함수의 극한과 연속에 대해 설명한다. 4장에서는 미분계수와 도함수 및 여러 가지 미분법을 마지막 5장에서는 부정적분과 정적분, 적분 기법을 통해 적분의 원리를 살펴보며 미적분의 전체적인 개념을 차근차근 이해할 수 있도록 구성되어 있다. 책의 제목처럼 본문은 전부 만화 형식으로 구성되어 있다. 만화는 언제나 옳다. 만화 컨셉은 미적분 때문에 골치를 앓는 대학 새내기 멍멍이에게 공부를 좀 한다고 잘난 체하는 고양이 양양이 카페, 공원 등 일상생활 속 다양한 상황을 미적분과 연결해 가며 개념을 쉽고 재미있게 설명해 주는 형식이다. 그리고 하나의 챕터가 끝나면 '야옹님의 미분적분'이라는 코너를 통해 양양과 멍멍이가 수학박사 야옹이와 단체 채팅을 나누는 형식으로 앞에서 다룬 내용을 정리하고 보충 설명까지 해준다.


학교 다닐 때 들어봤던 용어들이고 눈에 아른거리는 기호들이 많이 나오긴 한다. 그런데 너무 오래전에 배운 거라 그런 건지, 공부를 허투루 해서 그런 건지 아무튼 봐도 잘 기억이 나지 않았다. 솔직히 고백하자면 책을 읽는다고 해서 잊고 있던 기억이 짠 하고 되살아나지는 않았다. 그래서 처음부터 새로 공부한다는 마음으로 읽었는데, 일상생활 속 다양한 상황을 미적분과 연결해 설명한다는 컨셉 자체는 상당히 좋았다. 만화 형식인데다 생활 속 소재를 활용하다 보니 자연스럽게 관심이 가고 부담 없이 읽을 수 있었지만, 결국 설명하는 대상이 수많은 사람을 울린 악명 높은 미분과 적분이다 보니 평범했던 일상조차 괜히 미적분 문제처럼 어렵게 느껴질 정도였다. 어느 순간부터는 설명에 공식이 길어지고 그래프도 복잡해지면서 페이지를 넘기는 속도는 눈에 띄게 느려졌다. 아무리 만화라고 해도 마냥 술술 읽히는 책은 아니다. 다만 이건 책의 문제가 아니라 미적분이라는 주제 자체가 가진 난이도 때문이라고 봐야 할 것 같다. 어느 정도는 각오하고 읽는 편이 좋겠다.


하지만 연습장에 숫자를 끄적이며 문제를 풀 필요도 없고 공식을 외울 필요도 없다. 사실 책에 나오는 공식은 굳이 전부 암기하지 않아도 될 것 같다. 중요한 것은 공식을 외우는 것이 아니라 미분과 적분의 기본 원리와 각각의 개념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이해하는 것이고 이 책도 바로 그 부분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따라서 문제를 맞히기 위한 참고서라기보다는 미분이란 무엇인가, 적분이란 무엇인가를 이해하기 위한 교양서에 더 가깝다. 난 졸업한 지 오래되어 용어나 개념이 거의 기억나지 않았지만, 지금 미적분을 배우고 있는 고등학생이나 배운 지 얼마 되지 않은 대학생이라면 나보다 훨씬 쉽게 이해하고 학교 수업에서 배운 내용을 정리하는 데도 도움이 될 것 같다. 반대로 이미 졸업한지 오래된 사람이라도 예전에는 공식만 외웠을 뿐 개념은 제대로 이해하지 못했다고 느낀다면 부담 없이 다시 읽어볼 만한 책이다.


무라카미 하루키의 [노르웨이의 숲]을 보면 학교에서 배우는 지식은 당장 실생활에 구체적으로 무슨 도움이 되지 않더라도 체계적인 사고를 기르는 훈련이 될 것이라는 내용이 나온다. 흔히 "그걸 알아서 밥이 나오냐", "일상생활에서 쓸 일이 있느냐"라고 말하기도 하지만, 꼭 실용적인 이유가 아니더라도 하나의 개념을 이해하고 논리적으로 사고하는 과정 자체에 의미가 있고 그것이 하루키의 말처럼 체계적인 사고를 기르는 훈련이 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혹은 나처럼 지적 허영심을 충족시키기 위해 한 번쯤 도전해 보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 같다. 하지만 역시 어느 순간 수학을 포기해 버렸지만 끝내 완전히 놓지는 못한 사람들에게는 이 책이 미분과 적분을 조금은 쉽고 가볍게 다시 시작해 볼 수 있는 좋은 계기가 되어줄 것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