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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구석 식물학 - 이름은 알지만 사연은 몰랐던 105가지 꽃과 풀의 속사정
이나가키 히데히로 지음, 김수경 옮김 / 사람과나무사이 / 2026년 4월
평점 :

이 글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협찬받아 주관적인 견해에 의해 작성했습니다
집이 숲세권에 있어서 지금 이 무렵이면 아파트 화단이며 주위 공원에 온갖 풀과 나무가 어지러이 꽃을 피운다. 당장 베란다 문만 열어도 작은 제비꽃이 수두룩하게 피었는데 얼마전까진 그냥 "작고 귀여운 보라색꽃"이라고만 생각했지 제비꽃인줄도 몰랐다. 의외로 주변에서 쉽게, 자주 볼 수 있는 꽃과 풀이지만 그 이름을 아는 건 많지 않다. 그래서 평소 길을 가다 보게 되는 풀꽃을 두고 흔히 "이름 없는 잡초"라고 부르는 일도 많은데 사실 이름 없는 풀은 없다. 우리가 그걸 모를 뿐이다. 심지어 잡초도 아니다. 제비꽃을 작은 보라색꽃이라고 불렀던 것처럼 말이다. 엄마도 집 주변 길가에 흐드러지게 핀 꽃에 눈길이 가셨는지 길가에 꽃이 많이 피었다고 말을 꺼냈지만, 정작 꽃 이름을 몰라 “보라색 꽃”, “노란 꽃” 같은 식으로만 이야기를 주고받았다. 그러다 보니 그 꽃의 이름이 무엇인지, 한 번쯤은 제대로 알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방구석 식물학]은 길가나 꽃집 등 우리 주변에서 쉽게 볼 수 있는 105가지 풀과 꽃의 트리비아 모음집이다. 길고 복잡한 식물 정보 대신 우리가 매일 마주치는 식물들의 이름과 그에 얽힌 흥미로운 사실들을 일러스트와 함께 간결하게 정리해 놓아서 가볍게 읽고 식물의 이름과 식물에 관련된 재미있는 뒷이야기를 알아가기 좋다. 책은 총 3파트로 나뉘어져 있는데 각각 들판의 풀꽃, 정원의 꽃, 꽃집의 꽃이라는 테마로 구분해서 식물을 소개한다. 꽃은 개화 시기를 기준으로 정리되어 있는데, 계절 단위로 제시된 시기는 일본을 기준으로 한 것이어서 한국과는 다소 차이가 있지 않을까 싶다. 각 식물은 전부 한 장씩 다루어지는데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오는 것은 바로 일러스트다. 실제 사진이 아니라 사인펜이나 수채 물감으로 그린 듯한 느낌이라 포근하고 보기에도 좋다. 그리고 일러스트 특유의 섬세한 묘사 덕분에 오히려 사진보다 식물의 형태와 특징을 더 또렷하게 파악할 수 있어서 식물을 알아보는 데에도 도움이 된다. 식물 이름과 그 식물의 한줄평, 그리고 학명과 과(科), 개화기, 꽃말이 공통적으로 제시되고, 해당 식물과 관련된 트리비아가 가볍게 소개되는 형식으로 진행된다. 트리비아는 일정한 틀에 맞추기보다 각 식물마다 필요한 정보만 선별해 담고 있어 읽는 데 부담이 없다.
집 주변에 파란색의 작은 꽃들이 굉장히 많이 피어 있었는데, 매년 보면서도 이게 무슨 꽃인지 알아볼 생각은 하지 못했다. 크지도 않고 10센티도 채 되지 않아 보이는 키 작은 꽃들이 옹기종기 모여 피어 있었는데, 이것이 책에서 첫 번째로 소개된 큰개불알풀이었다. 이 풀의 학명은 베로니카로, 형장으로 끌려가는 예수에게 손수건을 건넨 여인의 이름에서 유래했다고 한다. 그런데 정작 궁금한 건 베로니카가 아니라 ‘큰개불알’이라는 이름의 어원이다. 솔직히 베로니카보다 이렇게 예쁜 꽃이 왜 개불알이라는 이름을 갖게 되었는지가 더 궁금하지 않나. 아쉽게도 책에는 이름의 유래가 나오지 않는다. 그래도 이름을 알게 된 것만으로도 충분하고, 이건 쉽게 잊히지 않을 것 같다. 머위의 일본 이름은 ‘후키’인데, ‘닦는다’는 뜻에서 유래했다고 한다. 예전에 이것으로 뒤를 닦았기 때문에 붙은 이름이라는 설명이다. 실제로 한국에서도 시골에서는 머위 잎으로 뒤를 닦았다는 이야기가 있어, 비슷한 생활 문화가 반영된 점이 흥미롭다.
냉이의 별명은 ‘펜펜구사’인데, 삼각형 모양의 열매가 일본 악기 샤미센의 채를 닮아 붙여진 이름이라고 한다. 또 ‘봄망초’라는 식물도 소개되는데, 이름은 낯설지만 이미지를 보니 길에서 자주 보던 꽃이었다. 한국에서는 이름이 널리 알려진 편은 아니지만, 일본에서는 J-pop 가사에도 자주 등장하고, 아이돌 그룹 노기자카46이 ‘봄망초가 피는 무렵’이라는 노래를 부를 정도로 익숙한 존재라고 한다. 계요등은 닭 오줌 냄새가 나는 덩굴이라는 뜻을 가진 이름인데, 일본에서는 ‘헤쿠사’, 즉 방귀 냄새라는 의미로 불린다고 한다. 문화는 달라도 비슷한 방식으로 이름이 붙는 점이 재미있다. 그런데 이 식물은 또 ‘사오토메바나’, 즉 아가씨꽃이라는 별명도 가지고 있다. 방귀 냄새가 난다는 이름과는 달리, 꽃의 모습은 청순하고 단아한 이미지를 떠올리게 한다는 점에서 같은 식물에 전혀 다른 이미지의 이름이 공존한다는 것이 인상적이다.
전체적으로 평소 잘 몰랐던 식물들에 얽힌 다양한 이야기를 접할 수 있어 흥미로웠다. 내용도 학술적인 정보에 치우치지 않고, 식물의 이름에 담긴 사연이나 꽃말 같은 감성적인 해설과 일상의 문화가 어우러진 이야기들로 구성되어 있어 가볍게 읽기 좋았다. 앞서 일본 문화와 관련된 내용만 일부 골라 소개했지만, 실제로는 이외에도 다양한 이야기들이 담겨 있다. 다만 일본 식물학자가 쓴 책인 만큼 일본어와의 연관성이나 민담, 문화적 배경을 다룬 내용이 적지 않아, 일본어를 공부하거나 일본 문화에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더욱 흥미롭게 읽을 수 있을 것이다. 식물에 대한 설명을 넘어 일본 특유의 정서와 언어 감각을 엿볼 수 있다는 점에서도 의미가 있다. 그리고 전체적으로 식물에 대한 서술이 짧은 편이라 한 식물에 대해 조금 더 깊이 있는 정보를 원하는 독자에게는 다소 아쉽게 느껴질 것 같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