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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것이 라멘! - 요리 코믹북
휴 아마노.새라 비컨 지음, 임태현 옮김 / 중앙books(중앙북스) / 2025년 12월
평점 :


[이것이 라멘!]은 이 책은 특이하게도 미국인이 쓴 일본 라멘 레시피북이다. 일본인의 소울푸드라 불리는 라멘을 미국인이 설명한다는 점은 다소 낯설게 느껴진다. 그러나 한편으로 생각해보면, 일본인의 라멘이 소울푸드이기 때문에 오히려 일본인은 라멘의 정답을 설명하기 어려울 것 같다. 집집마다 맛이 다른 한국의 김치처럼, 라멘 역시 만드는 사람과 지역에 따라 무수한 변주를 지니고 있어 어느 하나를 기준이라고 제시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이러한 문화 안에 있는 사람은 그 다양성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이기는 하지만 그 전체를 한 걸음 떨어져 바라보기는 쉽지 않다. 반면 문화의 외부에 있는 사람은 일정한 거리를 유지한 채 라멘을 관찰하고 비교적 객관적으로 분석할 수 있기 때문에, 적어도 외국인 독자에게 일본 라멘을 소개하는 데 있어서는 같은 외국인의 시각으로 연구하고 분석한 글이 더 유용할지도 모르겠다.
기본적으로는 식당 레멘을 가정에서 따라할 수 있게 간단하게 소개하는 레시피북이지만 영미권 독자에게 라멘의 종류와 개념, 먹는 법, 역사, 조리기구, 라멘과 관련된 문화 등을 소개하는 토탈 라멘 가이드북의 역할도 한다. 책은 총 6챕터로 1장에서는 앞서 말한 라멘과 관련된 다양한 트리비아를 소개하고 2~5장에서는 각각 육수, 면, 차슈, 토핑에 대해 설명하고, 마지막 6장에서는 기본 라멘 이외의 응용 메뉴를 소개한다. 책은 전부 일러스트로 구성되어 있어서 보는 맛도 크다. 실제 사진보다 라멘의 특징을 더 잘 살린 이미지로 설명을 하고 잇어서, 각 요소가 한눈에 들어오고 시각적으로도 편안하게 읽힌다. 덕분에 레시피북이면서도 가볍게 넘겨보는 재미가 있다. 그런데 폰트가 손글쓰 같은 폰트인데 글자가 작기도 작고 흘림체로 되어 있어서 그림에 비해 글자는 읽기가 좀 불편함 감이 있다. 역시 폰트는 정자체가 나은 것 같다.
개인적으로 라멘을 아주 좋아해서 한때 일본 사이트에 들락거리며 라멘 만드는 걸 공부하기도 했는데 그 당시에는 주로 국물 위주로 연구를 했었다. 일본은 면을 중요시하지만 한국 사람들은 국물을 중요하게 생각하고, 특히 개인적으로 국물에 대한 집착이 강한 편이어서 라멘 만들기는 곧 국물 만들기라고 생각할 정도로 국물에 관심을 가졌다. 반대로 그 외의 요소들은 소홀히 하고 넘겼는데 지금 생각해보면 역시 한 그릇의 완성된 라멘을 만들기 위해서는 국물뿐만 아니라 면과 차슈, 다양한 고명까지 전체적인 밸런스가 중요하다고 깨닫게 된다. 그래서 이 책을 통해 그때 등한시했던 면과 차슈, 그리고 여러 고명들에 대해 많은 것을 알게 되었고 라멘에 대한 이해를 높이는 데 큰 도움이 되었다. 물론 국물을 만드는 것도 당시에는 몇몇 가게들의 비법을 통해 소유나 돈코츠 육수 내는 방법을 단편적으로 엿보았을 뿐, 라멘 육수 전반의 기본적인 상식을 알고 있던 것은 아니었는데, 이 책을 통해 라멘에 대한 전체적인 이해와 육수 만드는 법까지 함께 배울 수 있어 상당히 유익했다.
책에는 수제 면 제조법이 나오긴 하지만, 간수와 제면기를 사용하는 비교적 전문적인 식당의 면 뽑는 방식이 소개되어 있어 사실 집에서 그대로 따라 하기는 어렵다고 느껴진다. 집에서 면까지 직접 만들어 라멘을 해 먹는 일은 쉽지 않을 수도 있겠지만, 적어도 라멘 면의 특징과 기본적인 제조 방식, 굵기나 모양에 대한 이해가 밑바탕이 된다면 시판 면을 고를 때도 자신이 만들고자 하는 라멘의 종류와 특징에 맞는 면을 선택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다. 그런 점에서 면에 대한 설명 역시 알아두면 충분히 의미가 있다. 또 기본적인 면 제조 방식과 과정을 이해하고 나면 냉부의 셰프들처럼 비교적 간략한 방식으로 자신만의 면을 만들어볼 수도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들지만, 현실적으로는 아마 면까지 직접 만드는 일은 쉽지 않을 것 같다. 역시 면은 마트에서 사는 걸로.. 책에서는 간수의 대체품으로 구운 베이킹소다를 만드는 방법을 소개하는데, 이는 영화 남극의 셰프에서도 등장했던 방식이라 실제로 이런 방법이 가능하다는 점이 흥미롭게 느껴졌다.
차슈와 고명으로 소개되는 것들 중에는 꼭 라멘 위에 토핑으로 올려서 먹지 않더라도, 야키토리나 고기완자, 구운 닭 껍질, 온천달걀과 달걀 장조림, 표고버섯 절임, 채소 볶음처럼 그것만으로도 밥반찬이나 술안주로 활용할 수 있는 것들이 많아 알아두면 활용도가 높을 것 같다. 그리고 맛기름이나 마늘 향미유, 라유, 마유 등의 레시피도 함께 소개되어 있어 한번 만들어두면 말 그대로 만능 양념처럼 여기저기 활용할 수 있을 것 같다. 기본이 되는 쇼유, 시오, 미소, 돈코츠 라멘뿐만 아니라 츠케멘을 비롯해 다양한 비빔면과 탄탄멘, 야키소바, 그리고 늘 궁금했던 카레 라멘이나 치킨 라멘 같은 응용 라멘 레시피까지 폭넓게 수록되어 있어 기호에 따라 하나씩 도전해볼 수 있겠다. 무엇보다 집에서 라멘을 만들 때 유용한 꿀팁들이 곳곳에 담겨 있어, 부담 없이 육수나 타레, 토핑 같은 간단한 요소들부터 시도하며 자신이 좋아하는 라멘의 맛을 찾아갈 수 있도록 도와준다. 전체적으로 꽤 볼만한 책이다. 라멘을 좋아한다고 생각해왔지만, 막상 책을 통해 접한 라멘의 세계는 내가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넓고 깊었고, 라멘에 대한 상식과 라멘 만들기에 대한 이해를 한 단계 끌어올려 주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