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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기 없이 그림으로 이해되는 수학 개념 사전
사와 고지 지음, 히로사키 료타로 그림, 송경원 옮김 / 동양북스(동양문고) / 2025년 3월
평점 :


수학이 어려운 이유는 기본 개념을 파악하고 이해하기 어렵기 때문인데 의외로 이런 부분을 간과하기 쉽다. 보통 수학이라고 하면 계산문제를 푸는 것으로만 생각하는데 문제를 풀기 위해서는 개념을 완벽하게 이해하고 있어야만 그것을 바탕으로 무엇을 물어보는 문제이고, 어떻게 문제를 풀 것인지에 대한 견적이 나오게 된다. 하지만 학교 수업시간에는 의외로 이런 개념 정리를 알기 쉽게 철저하게 해주지 않는다. 설명을 꼼꼼하게 해주지 않는 건지 설명이 어려워서 잘 이해를 못하는 건지는 모르겠지만 결과론적으로는 어쨌건 수업시간의 설명만으로는 개념 정리가 잘 안되는 경우가 상당히 많다. 그래서 정확하게 이해는 하지 못한채 개념을 암기하려고만 한채 문제풀이로 넘어가다보니 바로 막히게 된다. 특히 수학 개념들은 하나의 개념이 쌓여서 다른 개념을 이해하는데 필요한 발판이 되기도 하는데 처음 하나가 무너지면 결국 그 뒤로는 쭉 무너지게 되므로 어느 순간 삐끗해버리면 그만 수포자가 되고 만다.
[암기 없이 그림으로 이해되는 수학 개념 사전]은 파악하기 어려운 추상적인 수학 개념을 그림으로 쉽게 풀어주는 비주얼 수학 개념 사전이다. 추상적인 개념을 직관적으로 표현한 그림을 결합해, 보기만 해도 수학 개념이 각인되도록 했다는 것이 책의 컨셉인데 솔직하게 말하면 당연하게도 그림만으로 수학 개념이 확 이해되고, 머리 속에 자연스럽게 들어오거나 하는 건 아니다. 솔직히 그림을 봐도 이것이 수학 개념과 어떤 관계인 건지 이해가 안되는 것도 많고, 반대로 설명을 읽은 후에야 그 그림의 의미가 이해되는 경우도 있고, 어떤 것은 개념과는 상관없이 그냥 상징적인 그림을 그려넣은 것도 있어서 사실 책이 주장하듯 암기 없이 그림으로 보는 순간 머리에 박히는 그런 효과를 기대하기는 조금 어렵다. 애초에 그림 자체가 많지도 않고, 각 개념마다 모두 그림이 딸려 있는 것도 아니다. 물론 처음부터 그런 걸 기대한 것은 아니었고, 그림과 연계해서 얼마나 쉽게 설명을 해놓았는가, 얼마나 쉽게 이해할 수 있게 해놓았는가가 관건이었기 때문에 그런 측면에서 책을 보기로 했다.
총 다섯파트로 선사시대, 고대, 중근세·근대 전기, 근대 후기, 현대의 시대 순으로 나누어서 각 시대의 주요한 수학 개념을 순서대로 소개하고 있다. 현대 파트에 나오는 개념들은 내가 학교 다닐 때는 나오지 않았던 것이라서 생소한 개념들이 많이 보인다. 현대 파트는 정통 수학이라기보다 철학이나 통계학, 컴퓨터공학 같은 내용처럼 느껴진다. 실제로 대학교 때 컴퓨터 관련 선택과목에서 배웠던 내용도 보이고 있다. 꼭 책에서 구분해 놓은 시대를 학교 교과 과정과 정확하게 연결시킬 수는 없지만 대락 선사시대는 초등학교 저학년, 고대는 초등 고학년, 중근세·근대 전기는 중학교, 근대 후기는 고등학교 교과라고 생각해도 되지 않을까 싶다. 솔직히 졸업한지 오래되다 보니 이걸 언제 배웠는지도 가물거린다. 최근 중학생 조카 수학문제 푸는 걸 봐준 적이 있는데 중학교 수학 문제가 너무 어려워서 지금 중고등학교 아이들의 교과 과정과 내가 배웠을 때의 교과 과정 수준이 크게 달라졌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시대별 수학 개념을 학년별 교과 과정과 연동시킬 수 있는지 잘은 모르겠다.
의외로 하나에 개념에 대한 설명은 한 페이지가 안 되거나 약간 넘는 수준으로 평균 한 페이지 정도로 말하자면 생각보다 설명이 짧은 편이라는 건데 그래서 여기 나오는 내용만으로 수학 개념을 완벽하게 이해하지는 못하겠지만 오히려 가볍게 읽고 기본 개념 정도를 이해하는데는 도움이 된다. 말하자면 여기 나오는 내용만으로 실제 교과 과정에 나오는 문제들과 연계해서 문제 풀이에 이 개념 내용들이 바탕이 될지는 요즘 수학 문제를 모르니 알 수는 없지만 적어도 교양 수준에서 수학 개념을 이해하기에는 이쪽이 더 실용적이라는 뜻. 예컨데 생소한 몇 개의 개념들을 책과 나무위키 두 가지로 비교해 보니 나무위키 쪽이 정리가 훨씬 잘 되어 있었다. 하지만 그만큼 설명이 길고 어려웠는데 본격적으로 "공부"를 하려고 생각하는 게 아니라면 나무위키의 설명들은 너무 장황하고 좀 어렵게 느껴졌다. 긴 설명을 다 읽고 있는 것도 부담이고, 그걸 다 꼼꼼하게 읽는다고 내용을 전부 이해할지도 의문이고 또 그렇게까지 자세히 알고 싶은 마음도 없다. 하지만 책은 핵심적인 내용만으로 개념정리를 딱 해놓아서 오히려 교양적으로 가볍게 접근하기엔 이 책이 훨씬 좋았다.
수학의 모든 개념은 서로 연결되어 있어서 중학교 때 배우던 개념들이 고등학교로 올라가면 조금 더 복잡한 개념과 이어지며 한단계 높은 수준의 내용을 배우게 된다거나, 고등학교 때 배우게 되는 어떤 개념은 그 이전 과정에 나왔던 개념이 깔려 있어야 이해할 수 있는 식이다. 그래서 여기 나오는 개념들도 서로 관련되는 개념들을 링크시켜 놓았다. 전후로 이어지는 개념이라던지, 유사한 성질의 개념, 하나로 묶어서 설명되는 개념 같은 식으로 해당 개념을 이해하기 위해서, 혹은 그것과 연계해서 봐두면 좋은 개념들의 목록의 페이지를 적어놓아서 참고할 수 있게 배려해놓은 점은 좋았다. 개인적으로는 생소한 개념들이 소개된 근대 후기와 현대 파트에 눈길이 갔는데 많이 들어봤을 정도로 유명해서 어떤 건지 알고는 싶었지만 어려울 것 같아서 찾아보지 않았던 개념이나 분명 중요한 것임에도 알지 못했던 생소한 개념들을 새롭게 알게 되서 좋았다. 진짜 어려운 수학개념들이 그림만으로 드라마틱하게 확 이해가 되고, 저절로 암기가 될 거라는 기대만 놓고 교양으로서 접근하면 다양한 수학 개념들을 비교적 쉽게 배워볼 수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