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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2025 일본에서 유행하는 것들
이하나 지음 / 브레인스토어 / 2024년 6월
평점 :

지금은 전 세계의 문화 트랜드의 중심이 한국으로 넘어왔지만 2~30년 전만 해도 일본이 그 중심에 있었다. 일본에서 유행하던 것들이 니뽄삘, 니뽄스타일이라는 이름으로 한국으로 넘어와서 유행하고, J-pop이나 일드 같을 걸 즐기는 것이 힙한 것으로 받아들여지고, 한국의 대중 문화에 직간접적으로 엄청난 영향을 끼치기도 했다. 하지만 이제 일본의 문화는 예전처럼 대중적이고 보편적으로 소구되어지지도 않고, 잘라파고스라고까지 말을 할 정도로 틀안에 갇혀서 세계적 트렌드에 맞추어 변화하지 않는 것처럼 보인다. 한마디로 한물 간 것이 되어버린 것이다.
하지만 아무리 한류의 영향으로 문화 역전 현상이 일어났다고는 하나 아직도 일본에서 유행하는 것이 한국으로 유입되어 인기를 끄는 경우도 있어서 (예컨데 소금빵 열풍 같은) 분명 과거만큼은 아니고 비록 한물 가긴 했지만 여전히 일본의 문화나 트렌드 이슈, 동향은 참고할만 하다. 흔히 일본은 사회 구조 상 우리 한국보다 10년~20년 앞서가고 있다고 말을 하는데 그런 점에서 현재 일본에서 유행하는 것들을 알면 사회ㆍ문화적인 변화와 앞으로 한국에서 유행이 보이기도 하기 때문에 새로운 트렌드가 될 수도 있는 이슈와 아이템에 대한 아이디어를 읽어낼 수도 있을 것이다. 꼭 사업 아이디어를 얻기 위해서가 아니라도 요즘 일본에 많이들 가는데 일본에서 유행하는 것들을 안다면 일본에 여행을 갔을 때 좀더 재미있게 즐길 수 있게 되지 싶다.
[2024/2025 일본에서 유행하는 것들]에서는 현재 일본의 MZ세대들 사이에서 유행하는 트렌드를 분석해놓은 리포트이다. 문화를 선도해가는 MZ들 사이에서 지금 유행하는 트렌드와 문화들, 뜨고 있는 핫플레이스, 인물, 사회 현상 등 다양한 분야의 이슈와 트렌드를 다루고 있다. 보통 일본에 대해 말을 한다고 하면 대부분 사람들이 관심을 많이 가지는 대중 문화를 주제로 다루는 경우가 많은데 여기서는 대중 문화를 포함한 MZ들의 트렌드나 문화 등을 폭넓게 담고 있어서 조금 신선하게 느껴진다. 보통 대중 문화 이외의 문화들은 잘 다루어지지 않기 때문에 잘 몰랐던 일본의 모습을 알게 되는 것이 좋았다.
총 45가지의 유행하는 것들이 소개되고 있는데 각각의 이슈들은 두어장으로 짧게 소개되고 있어서 가볍게 읽기 좋다. 다루고 있는 주제들도 앞서 말했듯이 대중 문화나 식문화 같은 특정 분야에 편중된 것이 아니라 다양한 테마를 다루고 있어서 현재 일본 사회를 관통하는 MZ들의 문화를 폭넓게 알 수 있다는 점이 좋았다. 그리고 단순히 유행하는 그 문화나 이슈를 소개하는 것에서 그치지 않고, 그런 문화나 트렌드가 자리잡고 유행하게 된 사회ㆍ문화적 맥락을 함께 설명하고 있어서 현재를 살아가는 일본인들의 생각과 사회적 분위기를 읽어낼 수 있는 점도 유익했다.
평소 일본의 문화와 사회에 관심이 좀 있는 편인데도 책에 나오는 아이템 중에는 모르는 것들이 많았다. 사실 나이를 먹고 나니 한국의 MZ들의 트렌드도 모르게 되었는데 멀리 바다 건너 일본 MZ들 사이에서 유행하는 것이 뭔지 어떻게 알겠나 싶기도 하다. 그 중에서 10엔빵이나 뉴진스, 앤드바이롬앤 같은 한국에서 건너나 일본의 MZ들에게 인기를 끌고 있는 아이템이 포함되어 있다는 사실이 재미있었다. 과연 한국과 일본의 관계가 예전하고는 많이 달라졌구나 하고 느끼게 된다. 반대로 오타니 쇼헤이의 인기나 사카모토 류이치의 사망소식 같은 건 한국에서도 꽤 화제가 되었는데 여전히 문화 예술, 스포츠 쪽에서는 일본이 강세라는 생각도 하게 된다.
개인적으로 본 적은 없지만 최애의 아이라는 게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엄청나게 많이 회자되던데 일본 현지에서도 인기가 있는 모양이다. 또 최근 일드를 보다보면 유독 BL을 소재로 한 드라마가 많이 보인다고 생각했는데 그런 걸 보면서 그냥 어디 인기 없는 방송국에서 소수취향을 위한 인기 없는 매니악한 드라마가 방영되었나보다..라는 정도로만 생각을 했었다. 그런데 책을 보니 BL이 대대적인 히트를 하고 끊임없이 제작되며 하나의 장르로까지 자리잡았다고 하니 놀라울 따름이다. 한국에서는 나오기 어려운 주제이고, 아마 공중파에서는 절대 방송 못할텐데 일본은 확실히 뭔가 묘한 곳이긴 하다.
일단 책이 꽤 재미있다. 평소 일본에 관심이 조금이라도 있었던 사람이라면 상당히 흥미롭게 읽을 수 있을 것 같다. 일본 MZ의 소비트렌드나 문화 등을 살펴보며 한국의 MZ와는 어떤게 비슷하고, 어떻게 다른지 비교하는 재미도 있고, 그들의 생각이나 인식, 가치관, 사고방식 등을 엿볼 수 있는 것도 좋았다. 물론 꼭 뭔가를 알아보고, 일본인의 생각을 이해하고 어쩌고 하지 않더라도 단순히 일본에 놀러 갔을 때 지금 일본 MZ들 사이에서 유행하는 것들을 나도 같이 즐겨보고 체험하기 위한 일종의 가이드북처럼 활용해도 좋겠다.
이 글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협찬받아 주관적인 견해에 의해 작성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