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적 허영을 위한 퇴근길 철학툰 : 근현대 편 지적 허영을 위한 퇴근길 철학툰
이즐라 지음 / 큐리어스(Qrious) / 2024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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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적 허영을 위한 퇴근길 철학툰]은 말 그대로 어려운 철학개념과 이론을 웹툰이라는 형식으로 쉽고 가볍게 전달하는 철학서이다. 전작 고대 중세편이 나온지 3년만에 출시된 이번 근현대편에서는 데카르트부터 칸트, 니체, 헤겔, 쇼펜하우어 같은 근현대의 철학자 21명을 다루고 있다. 일단 철학 이론은 아무리 쉽게 설명해도 이해하기가 어려울 수 밖에 없는데 그래서 설명이 조금만 복잡해지거나 길어지면 철학에 관심을 가지고 책을 읽어보려던 사람조차 거부감이 생기면서 책을 덮게 된다. 또 철학이라는 게 본격적으로 들어가면 한도 없이 길어지기 때문에 그 내용을 다 이해하고 내것으로 만드는 것은 어려운 일이지만 여기서는 웹툰이란 형식으로 간략하게 내용을 정리하여 핵심적인 사상과 이론만 소개하고 있어서 개념을 잡는데 도움이 된다.


웹툰이라고 해서 그림 위주의 만화책의 형식은 아니고 삽화나 일러스트 느낌으로 중간에 만화가 있고 위아래로 설명이 들어가는 형식인데 그래서 일반 만화책보다는 글자가 많은 편이다. 아무래도 철학 개념을 그림만으로 이해시키는데는 어려움이 있을 것이기 때문에 어느 정도 설명이 가능한 수준에서의 텍스트가 들어가 있는 건데 그렇다고 설명문의 분량이 과하지는 않아서 글을 읽는데 지루하거나 어려움은 없다. 그래서 설명은 나름 촘촘한 편인데 그에 비하면 꽤나 가볍게 읽히는 편이다. 말하자면 만화를 통한 쉬운 접근성과 잘 요약된 텍스트를 통한 나름 충실한 설명으로 내용 전달력이 높다는 두 가지 장점을 모두 가진 셈이다.


총 22개의 챕터로 되어 있고, 하나의 챕터당 한명의 철학자를 소개하고 있는데 철학자의 철학 이론과 개념 뿐만 아니라 철학자 개인에 대한 이야기도 나오고, 그 철학자와 그의 이론이 당시 사람들에게 어떻게 받아들여지고, 이후의 평가나 어떤 영향을 끼쳤는지 그리고 그에 반박하는 내용이나 거기서 도출할 수 있는 작가의 감상 같은 것들까지 다양한 측면에서 철학을 이야기를 하고 있어서 하나의 웹툰을 다 읽으면 한명의 철학자와 그 철학 사상의 개념에 대해 어느정도 이해할 수 있게 된다. 책의 내용이 재미있는데 철학자들의 철학 개념을 소개하는 것이 메인이 아니라 어떤 하나의 질문, 호기심을 던져놓고 철학 개념으로 그것을 설명하는 것이 중심이 된다. 가령 철학책은 왜 읽는 것인가에 대한 대답을 데카르트의 사상을 통해 설명하거나 철학도 예술일 수 있을까에 대한 질문을 니체의 철학으로 이야기하는 식이다.


혹은 꼭 질문의 형식이 아니더라도 철학자의 철학 개념을 이론적이고 학문적으로 개념으로 설명하는 것이 아니라 그 개념과 이론을 우리의 일상 생활에 대입하거나 적용시키고 철학을 우리 삶에 녹여내서 읽어내는 형태를 취하고 있다. 일반적인 철학책은 철학 개념과 사상을 소개하고 그것을 이론적으로 설명하는데 집중하는 반면 여기서는 그 개념들을 이론으로서가 아니라 질문과 호기심을 해결하는 도구로 사용하는 것이다. 그래서 챕터 첫머리에 사상과 이론을 먼저 소개하는 것이 아니라, 우선 하나의 질문과 호기심을 제시하고 그것을 철학의 개념을 활용하여 문제를 풀어가는 형식을 취하며 철학의 효용을 직접 보여주는 형태를 보인다. 흔히 우리가 철학에 관심을 가지고 알고자 하는 이유가 삶에 대한 질문, 세상을 살아가는 지혜를 철학에서 찾고자 함인데 책의 이런 구성은 우리가 철학을 배우려는 목적대로 철학적 사고를 통해 생각의 깊이를 확장시켜가는 과정을 보여주는 것이라 할 수 있다.


하나의 챕터는 10장이 채 되지 않는 적은 분량이라 부담없이 읽을 수 있다. 일단 웹툰인데다가 분량도 적어서 술술 빠르게 읽힌다. 그러나 짧은 분량이지만 그 속에서도 나름의 흐름과 기승전결이 있어서 철학자들의 삶, 사상을 소개하고 그에 대한 해석과 마지막으로 저자가 전하고자 하는 메세지까지 깔끔하게 정리되어 있다보니 이를 통해 철학적 사유를 이어나갈 수 있을 것 같다. 저자는 책의 첫머리에서 철학을 세상에서 가장 있어 보이고, 세상에서 가장 무용한 학문이라고 소개하는데 사실 철학책을 읽었다고 바로 내 삶이 바뀌거나 인생에 어떤 영향을 주진 않는다. 어쩌면 괜한 허영 때문에 철학에 관심을 가지는 것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책을 읽고 철학을 공부하는 것이 지적 허영을 위한 것일지라도 그것을 통해 지식을 쌓고 지성을 높일 수 있다면, 그리고 잠시라도 저자처럼 일상생활에서 만나는 많은 질문들에 철학을 중심에 두고 철학적인 사유를 하게 된다면 그 삶은 깊어지고 철학이 세상을 더욱 깊게 이해시켜줄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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