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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리를 깨우치는 영문법 - 딱 한 권으로 암기 없이 영문법 완성하기
이동현 지음 / 넥서스 / 2024년 3월
평점 :

영어의 문법은 한국어와는 완전 달라서 거기 익숙해지는 것도 어렵고, 기본 문법을 알지 못하면 사실상 문장을 읽고 이해하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 그래서 영어를 처음 시작하게 되면 일단 문법부터 공부하게 되는데 여러가지를 암기하는 것으로 시작한다. 보통 8품사의 용어의 정의를 외우는 것부터 시작하게 되는데 나와 같은 대다수의 영포자들은 벌써 이 단계에서 힘들어한다. 그러니까 품사 그 자체가 실제 문장에서 어떤 역할을 하고 어떻게 쓰이는지를 익히는 것이 아니라 그것이 무엇인지 품사의 뜻과 해석을 단어 외우듯이 암기하려고 하다보니 언어를 암기과목처럼 접근하다가 포기하게 되는 것이다. 특히 과거 학교에서 배웠던 영어는 수능문제를 풀기위한 영어로 마치 수학 공식이나 계산문제 풀이하듯이 문법을 암기해야했는데 이런 식의 공부법이 영어를 어렵게 느끼게 한다는 것이다.
가령 to부정사의 경우 명사적 용법, 형용사적 용법, 부사적 용법으로 나뉘며 문장 속에서 to부정사의 역할이 무엇이냐에 따라 용법이 달라지고, 해석도 달라진다.. 맞는지는 모르겠는데 하여튼 예전에는 이런 식으로 실제 to부정사를 공부할 때는 이런 이론적인 공식을 먼저 외워야만 했고 이딴 것에 집착해서 공식만 외우다가 실제 문장에서 어떻게 쓰이는지 익히는 것은 뒷전이 되기 일쑤였다. 즉, 원리가 아닌 암기에만 집중해서 공부를 하였고 이런 어려운 공부법 때문에 수많은 영포자가 양산되었다는 것이 저자의 주장이다. [원리를 깨우치는 영문법]은 이런 불필요한 암기는 빼버리고 실제 원어민들이 사고하는 방식으로 품사와 문장 구조를 이해할 수 있는 문법의 원리를 통해 영문법을 쉽게 이해할 수 있게 해준다. 암기가 아닌 이해. 이것이 이 책을 관통하는 핵심 목표이다
보통의 문법책은 명사로 시작해서 형용사 동사의 순으로 진행되는데 이 책은 특이하게 전치사로 시작한다. 명사 형용사 같은 것은 아무리 영포자라도 기본적인 개념은 잡혀있을테니 그런 건 빼버리고 누구나가 어렵게 생각할, 하지만 가장 핵심적이고 중요한 문법에만 집중하는 것이다. 우선 처음에는 문장의 구성 원리와 구성 요소에 대해 설명한다. 아무래도 영어는 한국어와 문장 구조가 다르다보니 어떻게 다르고, 우리식으로 생각하면 문장이 어떻게 틀려지는지 예시를 통해 쉽게 설명해준다. 한국식 문장에 익숙한 사람들은 이 부분을 통해 영어의 기분 뼈대와 구조를 파악하고 품사의 기본 개념에 대해 이해할 수 있게 된다. 그리고 바로 전치사로 넘어간다. 영어를 조금만 공부해보면 문장 내에서 전치사가 차지하는 부분이 상당히 크고, 의미에도 많은 영향을 줄 뿐만 아니라 시험에서도 단골로 나오는 부분임에도 좀 가볍게 생각하는 경향이 있는 것 같다. 이런 전치사로 시작한다는 것이 일반적인 영문법책과는 많이 다르다는 느낌이다.
다음으로 문제의 to부정사가 나오는데 앞서도 말했던 과거 학교에서 배웠던 공식같은 용법이나 그런 것은 싹 빼고, to부정사가 만들어지는 원리를 설명하며 그것의 개념을 이해시킨다. 일단 to부정사는 방향과 도착의 이미지를 가지는 to에서 파생된 개념으로 시간의 흐름을 가진다. 저자는 이것에 기인해서 시간의 흐름만 알면 굳이 문장의 5형식 같은 것을 외울 필요도 없이 바로 문장을 구성할 수 있다고 말한다. 문장의 5형식으로 말할 것 같으면 주어, 동사, 목적어, 목적격보어 어쩌고 하면서 공식처럼 이것만 외우다가 정작 실제 영어 문장에서는 이게 목적어인지 간접목적어인지 직접목적어인지 구분도 못 하고 허우적거리던 아픈 기억이 있는 영어공부에서 첫 좌절감을 맛보게 한 녀석이다. 그런데 저자의 설명대로 원리를 이해하고, 개념을 잡으니까 신기하게도 이런 공식을 암기하지 않고도 문장의 구조가 눈에 들어온다. 오히려 그런 공식이 없으니 더 쉽게 눈에 들어온다.
책의 초반부터 이 to부정사가 나오고 꽤 많이 강조를 하는데 이후 나오는 약간 고급 수준문법인 사역동사나 지각동사 같은 것들도 기본적으로는 이 to부정사의 개념으로 바로 설명을 해버린다. 형식은 약간씩 다르지만 기본적으로는 시간의 흐름에 기반한 to부정사의 기본 개념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기 때문에 이 개념만 완벽하게 이해한다면 의외로 긴 문장도 쉽게 구조를 이해하고 해석할 수 있게 된다. 현지들은 예전 우리가 배웠듯이 이론적 문법을 배우지 않고 문장의 구조를 개념적으로 이해하고 사용하는 것일텐데 바로 현지인들의 그런 사고방식으로 영문법을 이해하게 훈련하는 것이다. 책에는 연습용으로 많은 예문이 나와있고 문제풀이 형식으로도 복습을 할 수 있게 해놓아서 차근차근 따라하다보면 충분한 연습이 될 것 같다.
이 책의 가장 큰 특징은 암기하라고 강요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예전에 학교 수업 때는 무작정 외우고 딸딸 암기해야 했던 문법을 하나씩 분해해서 규칙성을 찾아내거나 그 속에 담긴 원리를 이끌어내며 딱히 외우지 않고도 자연스럽게 이해할 수 있게 해준다. 물론 전혀 외우지 않을 수는 없지만 암기를 위한 암기, 문제풀이를 위한 이론 외우기가 아니라서 외울 것이 그리 많지도 않고, 그리 어렵게 외울 필요도 없다. 영어 문장을 어려운 문법에 대입시켜서 분석하고 해석하려다보니 답이 안 나오는데 오히려 과거의 문법을 지우고 개념만으로 생각하니까 바로 의미가 보이고, 쉽게 이해가 되는 것이 참 재미도 있고 신기하게만 느껴진다.
아직 책을 완벽하게 마스터한 것은 아니지만 이정도의 수준이라면 영포자인 나도 해볼만하다는 생각이 든다. 무엇보다 이해도 안되는 문법을 외울 필요가 없다는 점이 너무 좋다. 영문법이 어렵게만 느껴진다면 그건 실제로 영문법을 어렵게 공부했기 때문이다. 암기를 위한 이론이 아닌 개념과 원리를 파악하면 이론적 문법은 암기하지 않아도 저절로 영어 문장이 눈에 들어오는 신기함을 경험하게 된다. 영문법을 포기한 사람이라면 한번쯤 도전해보면 생각보다 쉽게 영어 문법에 접근할 수 있게 될 것 같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