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면 다르게 보이는 일본 문화 4 - 한국 속의 일본, 일본 속의 한국 공존을 위한 네 번째 이야기 알면 다르게 보이는 일본 문화 4
강상규.이경수.동아시아 사랑방 포럼 지음 / 지식의날개(방송대출판문화원) / 2024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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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면 다르게 보이는 일본 문화] 시리즈는 가깝고도 먼 일본의 역사, 언어, 정치, 경제, 정서, 교육, 음식, 스포츠, 애니 등 다양한 방면으로 일본의 문화를 차별이나 편견없이 있는 그대로를 소개하며 일본과 인본인, 일본의 문화를 이해할 수 있게 해주었다. 이 책의 가장 큰 특징으로는 작가 한명이 책을 집필하는 것이 아니라 수십명의 일본 덕후들이 각자 자신의 전문 분야를 맡아 한꼭지씩 글을 쓰고 있다는 점이다. 아무리 공정하게 글을 쓰려고 해도 주관적인 의견이나 개인적인 생각이 들어갈 수 밖에 없고, 그런 것이 책 전편에 깔려있으면 아무래도 편파적으로 치우칠 수 밖에 없다. 하지만 다양한 분야에서 일하는 성별, 직업, 국적이 전부 다 다른 수많은 사람들이 각기 하나씩 테마를 맡아 글을 쓴 공동집필의 형태로 이루어져 있다보니 여러 사람의 다양한 의견과 각기 다른 입장을 여러 시각에서 접할 수 있고 그만큼 공정하고 입체적으로 일본에 대해 이해할 수 있게 된다. 특히 한국에 거주하는 한국인과 일본에 거주하는 한국인, 일본인이라는 구성에서부터 알 수 있듯이 어느 한 개인의 시각과 관점 그리고 국적에 의한 편견에 치우지지 않게 다양한 관점으로 균형감 있게 일본을 이야기하는 것이 이 책의 가장 큰 장점이라 하겠다.


​다만 글을 쓰고 있는 소위 일본통, 일본 덕후들이라는 사람들의 면면을 보면 대부분이 무슨 교수나 강사나 박사, 단체의 대표, 기업 대표 같은 기성세대들의 시각과 목소리에 치우쳐있는 것처럼 느껴지는 것은 좀 아쉽다. 말하자면 국적이나 직업, 성별 같은 쪽으로는 비교적 다양한 여러 목소리를 들어볼 수 있지만 상대적으로 젊은 사람들이 바라보는 일본에 대한 의견을 듣기는 어렵다는 것이다. 최근들어 과거와는 확연히 일본을 바라보고 대하는 태도나 일본에 대한 인상과 일본에 대한 이미지 또한 많이 변화했다는 것을 느낀다. 기성세대들이 경험한 일본과 지금의 MZ들이 경험한 일본은 또 다르기 때문에 한국에서도 마찬가지지만 같은 문화를 두고서도 기성세대와 젊은 세대간의 시각차는 분명 존재할 수 밖에 없다. 그런데 일본 문화를 소개하면서 기성세대의 목소리에 치우친 것은 조금 아쉬운 부분이다. 하지만 이번 4편에는 그런 젊은층의 문화나 정서를 전문적으로 다루고 있지 않아서 세대간 시각차에서 오는 오해나 편견 같은 것은 다행히 적은 편이다.


이번에는 총 8챕터를 통해 일본의 정치와 경제 그리고 역사에 대한 고찰, 카페와 사케 같은 味 그리고 애니 성지순례와 콘텐츠 투어리즘, 신세기 에반게리온 같은 美문화, 여러가지 테마의 여행문화, 한반도 속의 일본, 규칙과 예절에 담긴 공동체 의식, 한국어와 일본어의 비교, 한국과 일본을 잇는 한일관계에 대한 여러 시각들, 마지막으로 일본 역사의 변곡점이 된 역사와 문화 탐방이라는 다양한 주제로 이야기를 하고 있다. 특히 이번 4편에서는 한국과의 관계에 대한 이야기와 한일간의 공존에 대한 주제가 많은 것처럼 느껴진다. 일본의 역사나 문화를 단순히 일본만의 것으로 보는 것이 아니라 한국과의 연결점이나 한국 속의 일본, 일본 속의 한국이라는 측면에 주목하며 한일 양국의 공존을 생각하는 것이다. 서문에는 한일관계가 어려운 중에서도 이렇게 일본에 대한 시각이 유연하고 풍부해지면 한일 상호 간의 소통, 신뢰와 존중으로 이어질 수 있을거라고 말한다. 물론 우리의 일본에 대한 시각이 유연, 다양해지는 것보다 일본의 태도가 더 큰 문제겠지만.


한국에는 일본의 잔재가 많이 남아 있다. 그중에는 요즘 회자되고 있는 소위 흉한 것도 있다. 뼈아픈 과거의 역사 때문에 일본의 흔적은 아프고 화나는 것이 많을 수 밖에 없다. 때로는 너무 오래되거나 관심을 기울이지 않아서 흉한 것에 대한 분노의 감정이 거세되버린 문화도 있다. 그중 대표적인 것이 임진왜란과 정유재란 시기에 우리나라 남해안에 만들어진 20여개의 왜성이다. 영화 노량에도 이 왜성이 등장하는데 우리땅에 쌓아올려진 일본 왜성 중 울산의 서생포왜성은 임진왜란 이후 300년 동안 동남해를 지키는 요새로 활용되었다고 한다. 이 울산의 서생포왜성을 축성한 놈은 가토 기요마사라는 놈인데 이 놈은 일본으로 돌아가서 구마모토 성을 쌓았다고 한다. 구마모토 성을 쌓을 때 울산왜성에서의 농성전을 하며 힘들었던 기억에 우물을 120개나 팠고, 방바닥의 다다미를 고구마 줄기로 만들어서 비상시에 뜯어 먹을 수 있게 했다고 한다. 울산왜성은 3천의 병력으로 5만이나 되는 조명 연합군을 막아냈고, 구마모토 성도 치열한 병력을 막아냈다고 하니 이상한 지점에서 한국과 일본의 접점이 생겨버렸다.


그 외에도 일본에도 한국의 흔적이 있다고 한다. 아마 일본 속의 한국문화라고 하면 최근의 MZ세대들에게 유행하는 K-pop이나 드라마 같은 대중문화나 먹거리 같은 것을 떠올릴 수도 있지만 이 책에서는 조금 더 역사적으로 파고들어서 일제강점기에 일본으로 건너간 조선인 학생들을 물심양면으로 후원했던 야나기하라 기치베에 대한 이야기와 일본으로 많은 문화를 전해준 백제인 왕인의 이야기, 안중근을 존경한 일본 사람들의 이야기가 나온다. 항상 일본의 문화에 대한 이야기를 하면 우리 나라에 있는 일본의 문화, 일본의 잔재 이런 것들을 먼저 말하게 되는데 이렇게 일본에 있는 우리의 문화나 일본인이 존경하는 위대한 한국인에 대한 이야기가 나와서 새롭고 신선하게 느껴진다. 그리고 과연 한일 관계에 대해 시각이 달라지게 되는 것을 느낀다.


또 일본의 역사를 다루는 파트도 꽤 재미가 있다. 특별히 공부를 하지 않는 이상 한국 사람이 일본의 역사에 대해 알기는 어렵다. 기껏해야 한국의 역사와 접점이 있는 부분 정도는 알까 그 외에는 알지 못하는데 이 책에는 최근 영화 파묘의 소재로도 쓰인 세키가하라 전투나 에도 막부 같은 대중문화에서 많이 차용되는 시대의 역사 이야기가 나와서 상식적으로도 읽어두면 좋겠다. 그리고 한국어와 비슷하면서도 많이 다른 일본어 파트도 일본어를 공부하는 입장에서 꽤나 재미있게 읽었다. 언어라는 것에는 그것을 사용하는 사람들의 문화적 맥락이 함축되어 있다. 어느 나라의 언어를 배우고 이해하는 과정은 단순히 말이 아니라 언어 문화를 배우는 과정이어야 한다. 그 언어에 녹아있는 문화적 맥락을 이해했을 때 그 의미를 정확히 이해할 수 있기 때문이다. 가깝지만 먼 나라라는 말처럼 일본어는 한국어와 비슷하지만 다른 문화적 배경으로 인해 차이가 나는 표현들도 많이 있다. 책에는 그런 차이나는 표현들을 몇가지 소개하며 한국어와 일본어의 언어 문화를 이야기하는데 이게 흥미롭다.


일본은 가깝고도 먼 나라라는 상투적인 말을 많이 하는데 그만큼 비슷한 부분도 많지만 그 못지 않게 약간씩 우리와 정서가 다른 부분도 많은데 일본의 정서를 알게 된다면 일본과 일본인을 이해하는데 도움이 될 것이다. 그런 차원에서 일본인의 정서를 알아보기도 하는데 사회 전반에서 찾아볼 수 있는 일본인들만의 독특한 정서를 알아본다. 알고 있던 것도 있었지만 그런 정서를 가지게 된 역사, 사회적 배경 같은 것도 함께 설명이 되어 있어서 그들만의 정서를 조금 더 잘 이해할 수 있고, 여러가지 정서를 쭉 모아서 보니 일본인에 대해 더 잘 이해할 수 있게 되는 것 같다.



이 글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협찬받아 주관적인 견해에 의해 작성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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