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이 좋은 사람
이다 치아키 지음, 송수영 옮김 / 이아소 / 2024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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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흔히 말하는 집돌이 집순이에 해당되는 사람이다. 이불 밖은 위험하다는 말도 있는데 정말 밖에 나가면 위험하다고 생각해서 나가지 않는 것이 아니라 그냥 집에 있는 것이 편하고 좋기 때문에 집에 있는 것을 선호하는 것이다. 밖에 나가서 사람을 만나고 뭔가를 하는 것은 에너지를 빨리는 느낌이 들기도 한다. 막상 나가서 놀면 또 잘 놀지만 역시 집에 오면 굉장한 안도감과 편안함을 느끼게 된다. 친구 중에는 주말에 무조건 밖에 나가서 일단 사람들을 만나고 놀러가고, 외식을 해줘야 에너지가 충전된다는 사람도 있는데 나 같은 방콕족들은 집에 있는 시간이 충전시간이다. 집에 있는 시간이 많다보니 집에서 뭔가를 하게 되는 일도 자연히 많아지는데 말하자면 취미가 없어서 밖에 안 나가는 것이 아니라 집안에서 내가 좋아하는 일을 하며 집에 있는 시간을 즐기는 것이다. 누군가에겐 빈둥거리며 시간을 허비하는 것으로도 보이겠지만 휴식을 취하고 힐링하는 방식은 저마다 다른 법이다.


[집이 좋은 사람]은 집이 좋고 할일도 많다는 말에 공감하는 다섯명의 여성에 대한 그림 에세이다. 책은 프롤로그와 에필로그를 제외하고 총 다섯개의 챕터로 되어 있는데 사사, 가에, 나나코, 미도리, 아키라. 이렇게 총 다섯명이 각자의 집에서 일상적인 시간을 보내며 각자 자신만의 시간을 살아가는 짧은 이야기를 옴니버스식으로 묶어놓았다. 우선 작가인 이다 치아키는 일러스트레이터로 책표지나 삽화를 주로 그리는 인기작가라고 한다. 집과 일상, 생활, 가구, 잡화, 소녀 등을 모티브로 삼아 그림을 그리는데 따뜻하고 섬세한 묘사가 특징이다. 그림체가 깔끔하고, 배색이 따뜻하고 정감이 있어서 감성적으로 다가오기 때문에 호불호 없이 누구라도 좋아할만한 그림이라서 보고 있으면 특유의 포근함과 따뜻함에 괜시기 기분이 좋아진다.


먹을 것을 좋아하는 사사 편에서는 휴일 아침에 모처럼 일찍 눈을 떠서 토스트를 굽고 커피를 내려서 먹고서 다시 침대로 들어가는 이야기가, 가에 편에서는 귀찮은 몸을 이끌고 목욕하고, 머리 말리고, 밀키트를 요리해서 따뜻한 코타츠에 들어가서 먹는 이야기가, 섬세한 스타일의 나나코 편에서는 비오는 날 편안한 실내복으로 갈아입고 향초를 켠후 폭신한 의자에 앉아 간식을 먹으며 마녀가 나오는 영화를 보는 이야기가, 집에서 일을 하는 작가인 미도리 편에서는 밤늦게까지 작업을 하다가 잠시 쉬며 진한 코코아를 타서 베란다로 나가 한밤의 싸늘한 공기를 느끼며 코코아를 들이킨 후 다시 돌아와서 작업을 하는 이야기가, 처음으로 자취 생활을 시작하는 아키라 편에서는 이사온 첫날 짐을 풀고, 정리를 하고 새 집의 낯섬과 혼자 살기의 두근거림에 익숙해지는 이야기가 그려진다.


각 인물마다 앞서 소개한 내용에 하나씩의 에피소드가 더해져서 총 두가지의 이야기들이 그려지는데 정말 소소하고 평범하고 일상적인 이야기라서 일상성이 있어서 좋다. 평범하지만 특별하고 소중한 순간순간을 보내며 그 시간 속에서 행복함을 쌓아가는 그야말로 집에서 찾을 수 있는 소소한 행복이 있다는 것을 알게 해준다. 집에서 찾을 수 있는 특별하면서도 행복한 많은 일들을 통해 다섯 소녀들은 집에서 얼마나 편안함과 즐거움을 느끼며 그 순간이 행복한지를 말하는데 책을 읽는 집순이·집돌이들도 다섯명의 소녀들의 일상에 격하게 공감하면서 자신의 라이프 스타일을 책의 다섯 소녀들에게 투영하며 똑같이 행복함을 느끼게 된다. 솔직히 집에 있는 게 너무 좋지만 가끔씩은 집에서 시간을 보내다보면 시간을 허투루 쓰고 허비한 것이 아닌가 하는 자괴감에 빠질 때도 간혹 있었는데 책을 보며 '그래, 역시 이게 행복이지' 하는 공감의 마음으로 평온함을 되찾게 되었다.


그림체가 굉장히 섬세해서 인물들의 감정과 기분이 잘 전달되는데 그래서 집에서의 편안함과 즐거움이 그대로 느껴진다. 그림을 보고 있으면 실제로 내가 맛있는 커피를 한잔 마신 다음 폭신한 이불 속에 들어가서 편안함을 느끼는 듯한 기분이 들 정도이다. 특히 가구나 생활 잡화 등이 굉장히 섬세하게 묘사되는데 전부 일상성이 있고 내용 속에 잘 녹아들어서 리얼리티가 느껴진다. 가령 일본 망화 중에도 배경 등이 섬세하게 잘 그려진 작품들이 있는데 그런 것들은 그냥 잘 그렸네, 공을 들였네 라는 식의 생각은 들지만 결국에는 배경보다 캐릭터에 눈길이 가는데 이 책은 집의 배경 그 자체가 또 다른 주인공이라서 가구의 배치부터 색감, 자잘한 장식품들, 생활감이 그대로 묻어나오는 집이라는 공간의 매력에 빠져들게 된다.


집에서도 홈트 같은 액티브한 활동을 하기도 하겠지만 아무래도 집돌이·집순이에게 집이라고 하면 조용하고 정적인 휴식과 힐링이라는 이미지가 떠오르는데 책에 나오는 다섯명의 에피소드들도 힐링계 이야기라서 그걸 보고 있으면 역시 편안함을 느끼게 된다. 그림체부터 그 내용까지 편안함과 포근함이 풍겨오는 기분 좋음에 마음이 힐링된다. 집에 있는 게 좋고, 집에 있을 때 에너지를 얻는 사람들이라면 극공감할만한 너무 예쁜 그림 에세이다.




본 리뷰는 네이버 카페 북유럽의 소개로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무상으로 제공 받은 후 솔직하게 작성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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