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보통 시 - 서울 사람의 보통 이야기 서울 시
하상욱 지음 / arte(아르테) / 2024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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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보통 시] 정말 오랜만에 하상욱 시인의 시집이 새로 출간되었다. 첫 시집 '서울 시'가 나온지 거의 10년 만이다. 처음 하상욱의 시가 나왔을 때 꽤나 화제가 되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블로그나 인터넷 커뮤니티에도 하상욱의 시가 올라오고, 작가 본인도 여러 방송에 나와 강연 같은 걸 할 정도로 인기가 있었다. 그때 나도 그 시집을 구입했었는데 아마 태어나서 처음으로 사본 시집이었을 것이다. 그런데 하상욱의 시는 사실 시라기 보다는 말장난에 가깝다. 그리고 시집이 아니라 sns에 올리는 형식이 더 어울리는 형태의 문장인데 그래서 하상욱 류의 시를 sns시라고 따로 분류해서 부르기도 하는 것 같다. 하상욱은 아마 sns 시인 중의 원조라고 할 수 있을텐데 그만큼 가장 유명하기도 하다. 그리고 하상욱 작가의 시가 개인적인 취향에 가장 잘 맞기도 해서 상당히 좋아한다.


시의 구성과 형식에서 벗어나 짧고 간단한 문장으로 여러 사람의 공감을 얻는 것이 sns시라고 정의할 수 있을텐데 여기서 가장 중요한 요소가 아마도 "공감"이 아닐까 한다. 보통 일반적인 시는 함축성, 암시성, 애매성 등의 구조적인 특성을 가지는데 소위 말하는 함축적이고 은유적인 의미로 인해 시가 가지는 의미를 파악하는데 조금 어렵기도 하다. 하지만 sns시는 그것과는 다르게 굉장히 쉽고 직관적이다. 그래서 시를 읽는 사람에 따라 의미가 달라지거나 다르게 해석되는 일이 적고 시에 쓰이는 언어들도 일상에서 흔히 쓰이는 말들이고 주제 또한 생활밀착형인 주제가 많다. 그래서 전달력이 높고 시를 읽는 즉시 공감하게 되고 바로 감정적으로 즉각 반응하게 되는 것 같다. 그리고 앞서 말한 것처럼 말장난 같은 언어유희는 의외로 큰웃음 빅재미을 준다. 말장난이라는 게 폄하하는 의미가 아니라 공감과 페이소스를 뜻하는 것으로 어쩌면 문학이나 문화의 본질이 아닐까도 생각해본다.


특히 하상욱 작가의 글은 이런 sns시의 특징이 더욱 두드러지게 나타난다. 다른 작가들은 약간 젠체하는 게 있는데 일단 하상욱 작가의 글에는 그런게 없어서 담백하고 너무 좋다. 다른 작가의 글은 괜히 감성이라는 걸 내세워서 유려하고 일부러 더 감각적인 문장을 쓰려고 하는 것이 보이는데 흔히 약간 비하의 뜻으로 말하는 sns감성글 같은 느낌이 많이 묻어난다. 한마디로 너무 신파적이라는 것. 하지만 하상욱 작가의 글은 일부러 억지 감동을 주려거나 감각적으로 보이려고 노력하지 않는다. 그러기에는 지나치게 짧은 문장으로 구성되어 있기 때문에 그런 신파를 집어넣을 여지가 없고, 애초에 글의 주제도 위로라는 부분보다는 공감이라는 측면이 강하다. 괜히 '힘내세요', '혼자가 아니에요' 따위의 어줍잖은 위로의 내용이 아니라 그저 일상에서 누구나 마주하게 되는 평범하디 평범한 일들을 약간 다른 시각으로 바라보고 농담을 던지듯 툭 한마디 하는 식이다. 그래서 격하게 공감을 하면서 기막힌 반전에 웃음꽃이 절로 피어난다.


기막힌 반전의 매력. 처음에 시를 읽으면 일반적인 상황설정이 머리에 떠오를 것이다. 애초에 그렇게 일반적인 상황을 떠올리라고 글을 써놓았다. 그런데 시의 제목을 확인하면 금방 떠올렸던 일반적인 상황이 아니라 전혀 다른, 하지만 그 제목과 너무 꼭 맞아떨어지는 새로운 상황이 펼쳐진다. 오히려 그 제목의 단어를 그렇게 잘 표현한 문장이 또 없을만큼 핵심을 찌르는 반전이 있다. 그게 하상욱 시의 맛이다. 한장한장 읽다보면 '미친!!' 소리가 절로 나온다. 어떻게 이런 기막힌 생각을 할 수 있는지 정말 존경스럽기까지 하다. 누구나 한번쯤 겪어봤거나 접해봤을법한 상황이라서 바로 내 이야기를 하고 있으니 공감이 안 될 수가 없다. 그리고 그런 상황을 뒤집고 돌려서 생각하게 하는 반전으로 공감에 힘을 싣는다. 똑같은 상황을 그리더라도 있는 그대로 말하는 것보다 한번 꼬아서 말을 하니 공감이 배가 된다. '맞아맞아'라며 맞장구를 치게 되고, 폭소를 하게 만든다. 그런데 마냥 웃음만 있는 것이 아니라 가끔씩 진하게 페이소스가 느껴지는 시들도 있어서 한번씩 감동도 짠하게 밀려온다. 주로 부모님이나 인생과 관련된 시가 그런 것들이다.


이번 [서울 보통 시]는 전작 '서울 시'와 똑같은 형식과 구성으로 완벽한 속편이라고 하겠다. 심지어 '작가 소 개'와 '작가의 말' '목차'의 이미지까지 똑같다. 그렇다면 책의 제목이 왜 보통 시인가? 부제인지까지는 모르겠지만 '서울 사람의 보통 이야기'라는 문구가 책의 표지에 음각으로 새겨져 있는데 (부산 사람으로서 서울 사람이라는 말이 조금 그렇지만) 아마도 추측하건데 표준어를 정의할 때의 '서울'이라는 느낌으로 사용하려 한 것 같다. 말하자면 이 책이 보통 사람들의 보편적인 정서를 담고 있기 때문에 이런 제목을 쓴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드는데 그래서 보통 사람이라면 누구나 공감할만한 내용으로 채워져 있다는 것을 의미하는 제목이라고도 하겠다.


이 시집의 시들은 한장 한장이 바로 스포일러가 된다. 그래서 책의 내용을 직접적으로 언급하며 책을 리뷰하는 건 적절하지 않은 것 같다. 실제로 시집의 마직막에 [서울 시 1권부터 2권까지의 모든 페이지를 캡쳐해서 올리신 어느 블로거님의 반전 맺음말 "불펀금지"]라는 시가 나오는데 이 시 하나로 책의 내용을 언급하는 게 얼마나 좋지 못한 생각인지 알 수 있다. 그래서 이 시집을 평가하는 건 하상욱의 시가 얼마나 재미있고 공감되었는지를 반복적으로 말하는 수 밖에 없다. 개인적으로 이런 식의 말장난을 너무 좋아해서 하상욱의 시를 더 좋아하는 것일수도 있지만 아마도 하상욱의 '서울 보통 시'는 보통의 사람이라면 누구나 재미있게 읽을 수 있을 것이라고 장담한다. 이건 무조건 추천이다.



이 글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협찬받아 주관적인 견해에 의해 작성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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