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베르니 모네의 정원 - 수채화로 그린 모네가 사랑한 꽃과 나무
박미나(미나뜨) 지음 / 시원북스 / 2023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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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네는 인상주의를 대표하는 화가로 알려져있지만 동시에 감각적인 정원사이기도 했다. 43년을 머무르며 작품활동을 했던 프랑스 근교의 지베르니에 있는 모네의 집에는 모네가 죽을 때까지 혼신을 다해 가꾸었던 연못과 정원이 있는데 이게 상당히 유명한 모양이다. 모네는 정원과 연못을 직접 가꾸며 꽃이 만발한 정원을 화폭으로 옮겨놓았다. 그렇게 탄생 한 작품이 그 유명한 모네의 대표작인 수련 같은 작품이다. 말하자면 모네는 그냥 단순히 꽃이 핀 정원을 보며 꽃그림을 그린 것이 아니라 애초에 정원 그 자체를 아티스트의 감각으로 직접 가꾸며 멋지게 꾸몄고 그 그림 같은 정원을 그림 같이 그려냈다는 말씀이다. 모네가 만든 이 그림 같은 모네의 정원은 지금도 많은 사람들이 직접 방문하여 그 모습을 감상하고 있다고 한다.


[지베르니 모네의 정원 - 수채화로 그린 모네가 사랑한 꽃과 나무]는 수채화 작가인 미나뜨가 그린 모네가 사랑했던 지베르니 정원의 꽃과 나무 80종의 수채화 일러스트와 모네의 인생과 예술에 대한 80개의 명언을 함께 담은 일러스트북이다. 모네가 그린 그림을 모아놓은 것이 아니라 모네의 정원에 피어있는 꽃과 나무를 미나뜨가 그린 것이다. 모네가 그린 그림으로 착각하지 마시라. 모네의 정원은 모네의 작품 세계의 원천일 뿐만 아니라 그 자체로 모네의 예술적 손길이 묻어있는 하나의 예술작품이라고도 할 수 있다. 모네의 예술의 원천이 되는 지베르니 모네의 정원의 꽃과 나무를 미나뜨가 어떻게 해석하고 그려놓았는지를 보는 것이 이 책의 즐거움이다. 반대로 말하면 수채화 작가인 미나뜨를 좋아해야 책에 대해서도 기대감을 가지게 된다는 뜻이다.


미나뜨는 꽃과 식물 등 자연을 주제로 한 그림을 그리는 수채화 작가라고 한다. 처음 미나뜨 작가를 접한 것은 몇해전 출간된 [빨간 머리 앤의 정원]이라는 책이었는데 처음엔 미나뜨라는 작가에 대해서는 모른채 단순히 빨간 머리 앤을 좋아해서 그 책을 선택하였다. 빨간 머리 앤 소설 속에 나오는 꽃과 나무를 수채화로 담아냈다니 어떤 모습을지 궁금해서 책을 보게 됐는데 그림이 너무나 예쁘고 감각적이라 바로 좋아하게 되었다. 그 책의 구성도 [지베르니 모네의 정원]과 마찬가지로 꽃과 나무의 수채화 그림이 있고 빨간 머리 앤에 나오는 대사들이 어울어져 있는 형식인데 일단 꽃과 나무의 수채화가 상당히 좋았다. 회화에는 문외한이라 화풍이라던지 스타일이라던지 그런 것은 모르고 뭐가 좋았는지 구체적으로 말하기도 어렵지만 그림을 보고 있으면 마음이 힐링되는 것 같은 편안한 기분이 되었다.


이 책 역시 마찬가지로 여전히 꽃과 나무의 그림은 상당히 좋은 느낌이다. 일단 그림체가 너무 좋고, 사실적이며 상당히 디테일하게 그려져있다. 수채화가 주는 특유의 은은함과 따뜻함이 꽃이라는 피사체와 어울어져서 부드러운 자연의 느낌을 잘 전해준다. 모네가 그린 그림이 아니라는 이유로 평가절하하는 사람이 있을런지는 모르겠지만 모네의 그림과는 별개로 미나뜨의 수채화는 이것대로 감상하고 즐기면 될 일이다. 모네의 회화와 비교한다면 모네는 정원의 전체적인 큰 풍경을 담고 있어서 큰 틀에서의 구도나 어우러짐을 보이는 반면 이 책에서는 꽃 한송이에 집중하고 있어서 나처럼 회화를 잘 모르는 사람이 봐도 어렵지도 않고, 직관적이며 대중적이라서 누구나 좋아할만한 하다. 개인적으로는 이 책의 그림들이 상당히 만족스럽다.


책은 봄, 여름, 가을 그리고 나무로 구분하여 꽃과 나무를 담고 있다. 모네는 일년내내 정원의 꽃이 계속 피어 있도록 꽃마다 피고 지는 시기를 철저히 계산하여 정원을 가꾸었다고 하는데 그래서 지베르니 정원에는 꽃 달력이 있다고 한다. 요즘은 수목원에서도 이런 식으로 정원을 조성하는데 아마도 책에 그려진 꽃들도 그 꽃 달력에 맞게 차례대로 그림을 그리지 않았을까 추측해본다. 하지만 사실 책장을 한장한장 넘기는 것에서 꽃의 피고짐을 느낄 수는 없어서 꽃 달력에 따라 꽃을 나열했다 하더라도 뭐 그렇다. 꽃 그림 옆에는 모네가 남긴 말들이 한국어와 원어로 각각 수록되어 있는데 모네 개인의 그림과 정원 가꾸기에 대한 감상과 소견 같은 것들이라서 특별이 감동을 받거나 명언이라고 느껴지는 그런 류의 멘트는 아니다. 그냥 모네의 생각과 사념을 엿볼 수 있는 정도의 수준이지만 중간중간 꽤나 멋진 멘트들이 하나씩 갑툭튀하기도 하니까 그림에만 치우치지 말고 옆의 문장들도 꼼꼼히 읽어보도록 하자.


수록된 꽃의 면면을 보면 알고 있는 꽃도 있고, 생소한 꽃들도 있다. 지금 이 시기에 집 주변에서 볼 수 있는 꽃들도 있는데 그런 꽃들을 보면 반갑기도 하다. 잘 알고 있는 꽃 그림을 보면 실물과 비교하면서 내가 아는 그 꽃을 어떻게 그려냈는지 머리속으로 생활을 떠올려보며 감상하는 것도 나름의 재미가 된다. 모르는 꽃이 나와도 길가의 이름 모르는 들꽃을 보며 기분이 좋아지듯 이름은 모르지만 예쁜 꽃 그림을 보며 마음이 차분해지고 기분이 좋아지는 경험을 할 수 있다. 맞다. 책에 담겨있는 꽃 그림을 보면 실제 꽃을 보는 것처럼 뭔가 힐링이 되는 기분이 된다. 책의 뒷부분에는 정원의 사진이 수록되어 있는데 풍경이 상당히 멋있다. 다음에는 미나뜨 작가사 꽃 한송이가 아니라 그런 풍경을 그려줘도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 꽃을 좋아하고 수채화를 좋아한다면 이 책은 무조건 소장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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