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한지를 한 번도 안 읽어볼 수는 없잖아 - 열 번은 읽은 듯한 빠삭함! 한 번도 안 읽어볼 수는 없잖아
Team. StoryG 지음 / oldstairs(올드스테어즈) / 202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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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국지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초한지를 모를 수가 없다. 초한지는 한나라가 만들어지는 이야기고 삼국지는 초한지에서 통일된 한나라가 다시 사분오열되어 서로 싸우는 군웅할거의 시대를 다루고 있어 시대적으로 초한지가 삼국지 이전의 이야기라서 삼국지연의를 읽다보면 삼국지 등장인물들이 초한지의 인물들을 수도 없이 인용하기 때문에 삼국지를 읽은 사람이라면 초한지 속의 이름을 모를 수가 없다. 한편으로는 삼국지를 읽다가 그런 이름이 나올때면 과연 그들이 어떤 인물이었는지 초한지를 통해 직접 확인하고 싶어지는게 인지상정이라 지금까지 몇번인가 초한지를 읽어보려고 도전해봤지만 그때마다 번번히 중도포기하고 말았다.


우선 초한지 역시 삼국지만큼 양이 상당히 방대하다. 삼국지도 읽으려고 시도했다가 포기하는 사람이 많다고 알려졌는데 초한지 역시 너무 방대한 양에 시작하기가 부담스러운 측면이 있다. 그나마 삼국지의 경우는 게임이나 영화 등을 통해 많이 접하다보니 등장인물도 비교적 잘 알고 있어서 상대적으로 다가가기가 쉬운데 초한지는 그렇지가 못하다. 누가 누구인지도 모르고, 시대상황이 어떤지도 모르는 상태에서 빼곡하게 적힌 텍스트를 통해 마치 공부하듯이 등장인물과 배경 등을 파악하며 내용을 이해해나가는 것은 꽤나 지루하면서도 쉽지 않은 일이다. 그래서 높은 진입장벽 때문에 읽으려는 시도는 해봤지만 완독은 하지 못했었다.


[초한지를 한 번도 안 읽어볼 수는 없잖아]는 어려워서 중간에 읽기를 포기했거나 한 번쯤은 읽어보고 싶지만 엄두가 나지 않아서 시작도 하지 못했던 사람들을 위해 초한지의 내용을 한권으로 요약하여 완독할 수 있게 만들어놓은 책이다. 게다가 텍스트가 아닌 만화로 구성되어 있어서 누구나 쉽고 재미있게 접할 수 있다는 것이 가장 큰 장점이라고 하겠다. 방대한 내용을 한권으로 요약하는 과정에서 지루한 부분은 다 빼버리고 굵직굵직한 핵심적인 사건과 상황들만 골라서 큰 흐름으로 이야기를 진행시켜 나가므로 일단 지루하지 않고 재미가 있다.


보통 초한지 소설은 삼국지보다는 분량이 적지만 그래도 꽤 양이 많은데 그것을 한권으로 줄이다보니 상당히 편집이 많이 되어있다. 지루하게 느껴질만한 곳은 다 빼버리고, 그 중에서도 스토리 상 중요한 부분과 재미있는 부분에 집중해서 초한지의 큰 흐름을 따라가며 전체적인 맥락을 잡을 수 있게 구성되어져 있다. 총 8장으로 한우와 유방이라는 걸출한 영웅이 등장하여 서로 자웅을 겨루다가 결국 천하를 통일하게 되는 일련의 과정을 큰 틀에서 맥락을 잡아갈 수 있기 때문에 초한지의 전체적인 내용을 쭉 이해한다는 측면에서는 간략하게 잘 정리가 되어 있다고 하겠다. 하지만 내용을 요약하는 과정에서 삼국지도 마찬가지지만 이런 류의 소설에서 가장 흥미있고 재미있는 파트인 전쟁을 벌이는 부분이 어쩔 수 없이 빠질 수 밖에 없는데 그런 것은 좀 아쉽기는 하다.


만화의 구성은 기본적인 3행 9프레임으로 통일되어 있어서 안정적이고 깔끔하다. 그림체는 좀 못 그린 웹툰 같은 스타일이고, 배경 같은 건 없이 캐릭터 그림과 말풍선만 있어서 전체적으로는 간략한 구성이다. 만화 자체의 그림체를 보고 즐기는 책이 아니라 방대하고 긴 내용의 초한지를 간략하게 전달하는 게 목적이므로 오히려 배경이 복잡하게 그려져 있고, 그림이 빼곡하면 간략하게 읽는다는 컨셉에 위반되므로 이런 점에서는 이런 간략한 그림체가 컨셉에 더 어울린다고 하겠다. 작화가 일본 단행본 만화처럼 멋스럽지 않다 뿐이지 만화로서의 기능은 충분히 하고 정보 전달에도 적합하므로 이게 단점이라고 할 수도 없다.


이렇게 웹툰 같은 느낌의 만화로 구성해놓았다는 것은 형식에 구애받지 않고 웹툰처럼 재미있게 이야기를 풀어가겠다는 뜻이다. 실제로 만화는 여러가지 드립과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쉽게 볼 수 있는 밈이나 짤을 패러디 하기도 하고, 카톡 화면을 가져오는 등 현대적인 느낌까지 섞어가며 재미있게 그려놓았다. 방대한 분량을 한 권이 책으로 전달하고, 그나마도 만화라는 형식을 취하고 있다보니 아무래도 필연적으로 설명이 극도로 줄어들 수 밖에 없는데 그런 것을 효과적으로 채워줄 수 있는 것이 이미 기존에 잘 알려진 캐릭터나 이야기 등을 가져와서 초한지 스토리에 대입하는 것으로 설명을 보충하는 것이다.


그래서 온라인 밈이나 드립, 패러디를 더 적극적으로 활용했다면 훨씬 재미도 있고, 캐릭터나 상황을 더 잘 이해할 수 있었을텐데 그런 점이 부족해서 좀 아쉽다. 그리고 기대했던 것보다 드립이나 패러디, 인터넷 밈 같은 것이 그렇게 빵빵 터지지도 않고 크게 재미도 없다는 것 역시 좀 아쉬운 부분이다. 비록 개그적으로는 크게 재미는 없지만 유명한 짤이나 밈을 사용함으로써 짤과 밈이 가지는 맥락이 추가되어 상황에 대한 이해는 조금 더 잘 되는 효과는 있다. 그리고 각 장이 시작되기 전에 시대별로 바뀌는 각 등장인물들의 관계도를 보여주며 이해를 도와준다. 의외로 인물관계도가 내용을 이해하는데 상당히 도움이 된다.


또 알아두면 쓸데있는 초한지 잡학사전이 나오는데 내용이 압축되면서 더불어 부족해진 캐릭터에 대한 설명이나 여러가지 뒷 이야기를 써놓아서 이해를 돕는다. 초한지의 내용이 궁금하지만 방대한 양이 부담스러워서 아직 도전하지 못했거나 도중에 그만둬서 완독하지 못한 사람이라면 이 책으로 가볍게 초한지에 입문해보면 좋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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