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둠의 미술 - 무섭고 기괴하며 섬뜩한 시각 자료집
S. 엘리자베스 지음, 박찬원 옮김 / 미술문화 / 2023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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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하리만치 사람들은 어둡고 음침하고 기괴하며 불쾌한 것들을 터부시 하면서도 반대로 묘한 관심을 가진다. 두려워하고 터부시하면서도 알고 싶어하고 궁금해하고 관심을 가지는 이 이중적인 마음은 비단 현대의 인간들 뿐만이 아니라 과거의 사람들에게서도 찾아볼 수 있는 현상으로 특히 사람 내면속의 악을 이야기하는 종교인이나 인간의 빛과 어둠, 선과 악이라는 이분법적 주제에 이끌린 예술가들에게는 말하자면 끝없는 화두였다고 할 수 있다. 인간의 잔인함과 사악함 그리고 마음 속의 어두운 부분 역시 인간이 가지고 있는 인간 본연의 특성이라는 측면에서 아름답고 관능적인 것을 탐미하는 본능처럼 어두운 부분에도 자연스럽게 이끌리는 것이 아닐까 한다. 수많은 예술가들은 이런 부분에 집중했고 인간의 원초적 두려움을 작품으로 담아내었다.


[어둠의 미술]은 끔찍한 악몽, 피할 수 없는 죽음, 적막한 폐허, 으스스한 유령, 신비로운 마법 등의 인간의 원초적 두려움을 건드리는 그림을 통해 우리를 시각적으로 매혹시키는 공포의 악의 본질을 파헤치고 있다. 책에는 죽음과 어둠, 괴물, 유령 같은 보이지 않는 공포를 다룬 예술작품 150여 점을 소개하고 있는데 단순히 해당 예술작품만을 나열하며 시각적으로 보여주는 것에 그치지 않고 작가에 대한 소개와 작품의 성향 및 예술사조에 대한 정보 등도 제공하고, 해당 작품에 대한 해설과 함께 작품에 사용된 소재에 대한 배경 설명도 하고 있다. 그래서 우리에겐 생소한 다른 나라의 악령이나 귀신, 괴물이나 신에 대한 이야기도 알 수 있다.


책은 총 4파트로 파트1에서는 인간의 마음속, 혹은 머리속을 어지럽히는 꿈과 악몽, 정신적 고통에 대한 작품을 살펴보고 파트2는 질병과 고통, 타락과 파괴를 파트3은 야만과 신비한 풍경과 폐허를 그리고 있으며 파트4는 신과 괴물, 섬뜩한 존재에 대한 이야기다. 이렇게 나누어진 주제 중에서 파트2가 조금 재미있는데 저자는 질병과 고통, 타락과 파괴, 필멸을 인간의 조건이라고 칭하고 있다. 인간이라는 존재는 결함으로 가득해서 실수를 하기 마련이다. 그리고 우리의 몸뚱이는 나이가 들어감에 따라 천천히 썩어간다. 우리 심장 속에서는 선과 악이 싸움을 벌이는데 우리는 언제나 우리 내면의 나약하고 추악한 면을 목격하게 된다. 인간의 유한한 시간 속에서 우리는 '옳은 일'을 해야만 할테지만 우리 가슴 속 깊숙히 숨어있는 추함, 폭력, 고통, 죽음 등을 외면할 수도 없다. 그것들 역시 모두 우리 인간의 일부이기 때문이다.


그런 점에서 질병과 고통, 타락과 파괴는 인간이 인간으로 살아가는 동안 필연적으로 마주하게 되는 인간의 조건이라고 말한다. 육체적 한계를 느끼고, 육체에 배신당하며 늙어가는 것을 느끼고, 병마와 싸우거나 굴복하기도 하고, 고통을 느끼기도 한다. 이 모든 것은 우리가 살아있기 때문에 경험하게 되는 것으로 감정을 가진 인간은 필연적으로 우리의 삶 속에서 질병과 고통이 감정적으로나 정신적으로 영향을 끼치고, 예술가들은 그런 것들을 작품으로 표현하는 것이다. 작가 스스로 경험한 질병의 고통이나 가족과 주위 사람이 고통받는 것을 보며 예술로 표현하기도 한 것이다. 왜 굳이 질병이나 아픔, 고통을 그림으로 그려냈는가 하는 것에 대한 답은 결국 그것이 인간의 삶의 한 부분이고 필연적인 과정이기 때문이라는 것.


이렇게 이 책은 '시각 자료집'이라는 타이틀을 달고 있지만 오히려 인간 내면에 대한 탐구나 인간의 어두운 부분을 고찰하고 그것에 탐미했던 사람들의 보편적 심리를 알아보는 이론적일 수 있는 내용도 많다. 예술가들이 주목했던 인간 내면의 깊고도 축축한 어둠이나 두려움과 공포심, 생명에 필연적으로 따르는 고통과 아픔, 과학적으로는 설명할 수 없는 신화와 오컬트 초자연현상 등을 담아낸 기기괴괴한 작품을 통해 예술의 근원이나 작품의 기저에 깔린 심리와 철학을 연구하고 있다고 해도 좋을 것이다. 이런 설명을 통해 왜 불온한 주제들이 예술작품이 되고 미학적으로 사유할 수 있는지에 대해 생각해 보게 된다.


물론 이런 이론적일 수 있는 내용들은 건너뛰고 작품에만 집중해도 충분히 재미있다. 우리는 애초에 공포, 분노, 고통 같은 부정적인 감정들에 관심이 많고 때로는 철학 같은 합리적 학문 보다는 감성과 감정 같은 비합리적인 부분에서 생각지 못한 인간다움을 발견할 수 있게 되므로 복잡한 글보다는 한편의 그림에서 많은 영감을 얻을 수도 있다. 책에 나오는 작품들은 하나같이 기괴한데 일부러 기괴한 감정을 주기 위해 가공된 느낌이 많이 나는 현대미술이나 일러스트 같은 느낌도 있고, 정신이 아득해지는 괜히 오싹해지는 회화도 있다. 이상하게도 일부러 작정하고 기괴하게 그려낸 일러스트 이미지보다 예전 회화에서 알 수 없는 두려움이나 공포가 더 크게 느껴진다. 그리고 그 두려움과 공포심, 불쾌함에서 예술적인 미학과 인간의 본질을 발견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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