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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픽 노블로 읽는 서양 철학 이야기 ㅣ 쉽고 재미있는 인문학 1
인동교 지음 / 시간과공간사 / 2023년 2월
평점 :

철학이란 인간과 세계에 대한 근본 원리와 삶의 본질, 세계관 등을 탐구하는 학문으로 모든 학문의 시작이라고 말해진다. 하지만 철학이란 학문은 어렵고 고리타분하여 관심을 가지고 공부해보려고 해도 혼자 책을 읽는 것으로는 이해하기가 쉽지 않다. 특히 역사가 긴 서양철학의 경우는 오랜 역사만큼 알아야 할 철학자와 철학사상도 많아서 어떤 것을 공부해야할지도 알기 어렵다. 요즘은 조금 가볍게 철학을 학문이 아닌 교양이나 인문학적인 측면에서 접근하는 시도도 많지만 서양철학은 깊이도 깊고 내용도 방대하여 사실 그 역시도 만만치가 않다.
[그래픽 노블로 읽는 서양 철학 이야기]는 어렵게만 느껴지던 서양 철학을 심플한 그림과 재미있는 글을 통해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설명하는 철학 인문학서이다. 가뜩이나 어려운 철학을 텍스트로만 읽으면 딱딱해서 지루하고 더 어렵게 느껴지게 되는데 책의 제목처럼 그래픽 노블이라는 형태로 설명하려는 내용에 딱 맞아떨어지는 그림이 곁들여지면 시각적인 설명이 부가되어 직관적으로 조금 더 이해하기가 쉬워져서 지루하지 않고 부담없이 서양 철학을 배울 수 있다. 책에서는 사람들과 끊임없이 논쟁하고 삶을 탐구하고 존재를 의심했던 서양 철학자 23명을 뽑아서 소개하고 있는데 아테네 시대, 헬레니즘 시대, 중세 시대, 근대와 현대로 구분하여 시대에 따른 철학의 변화와 각각의 시대를 대표하는 철학자에 대해 배워볼 수 있다.
23명의 철학자들은 교과서에 나오는 인물들을 중심으로 선택했기 때문에 이 책을 읽는 것은 교과 과정의 공부에도 도움이 될 것 같다. 책은 시대별로 철학자들을 중심으로 정리해놓았는데 첫시작은 그들의 철학사상만이 아니라 언제나 철학자라는 인물에 대해서 소개하고 있다. 어느 한 철학자의 철학사상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그 철학자의 삶과 인생, 그 철학자가 살았던 시대의 사회적 맥락 등을 이해하고 있어야 어떻게 그런 철학 사상을 만들어내었는지 이해할 수 있으므로 가장 먼저 '이 사람은 어떤 사람이야?'라는 질문으로부터 이야기를 시작한다. 가볍게 인물탐구가 끝나면 '그의 철학은 뭐야?'라는 두번째 질문이 이어진다. 여기서는 철학자들의 핵심 이론만을 뽑아서 개요 수준으로 철학자들의 철학 사상을 배워본다. 한 철학자이 주장한 철학 사상이 하나가 아닌 경우가 많다보니 대표적인 몇 가지 사상들을 차례대로 소개하며 어떤 것들이 있는지 알아보고 있다.
이렇게 철학자는 어떤 사람인지, 그의 철학은 무엇인지 두 가지의 공통 질문으로 철학자와 철학자의 철학 사상을 알아보고 추가적으로 철학의 의미나 철학자와 관련된 또 다른 유명한 에피소드나 트리비아 같은 질문이 이어지기도 한다. 예컨데 플라톤과 아리스토텔레스는 그렇게 사이가 안 좋았는지, 소피스트들은 정말 궤변론자였는지 같은 재미있는 질문인데 호기심을 불러일으키는 이런 질문으로 인해 지루하지 않게 책을 읽을 수 있다. 그런데 이런 질문들은 단순한 가십거리가 아니라 이걸 통해서 두 철학자의 사상을 비교하거나 철학 학파에 대한 이해를 위해 추가적인 설명을 하는 식이라서 재치있는 질문을 통해 재미있게 서양 철학에 대한 지식을 쌓아갈 수 있다.
책의 이미지는 카툰 형식으로 그려져있는데 카툰 이미지와 이미지에 딸린 대사나 지문은 약간 드립 식으로 재미를 추구하려고 노력한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솔직히 말하면 아저씨의 아재개그나 개드립 같은 수준이라서 그 자체로 빵빵 터지는 크게 재미있는 드립이라고 할 수는 없다. 단편적인 카툰 한컷 한컷이 그렇게 큰재미를 주는 것은 아니지만 적어도 시각적인 설명문으로서는 상당히 큰 역할을 한다고 하겠다. 카툰이 상당히 크게 그려져있는데 그런만큼 텍스트의 비중은 상당히 낮은 편이다. 텍스트가 해야할 설명을 이미지로 대체하여 시각적으로 설명을 하게 되는데 글자와 그림이 적절하게 배합이 되어서 보기에도 편하고 말하고자 하는 내용이 쉽게 머리 속에 들어온다. 그리고 그 아재개그로 설명하고자 하는 상황이나 내용이 무엇인지 이해는 되기 때문에 비록 재미는 없지만 이해는 꽤나 쉽게 되는 편이다.
물론 하나의 철학자와 그의 철학 사상을 깊이있게 이해할 수는 없겠지만 철학 사상의 핵심개념을 이해하고 서양철학사의 전체적인 윤곽을 그리는 수준에서는 상당히 유용한 철학입문서라고 하겠다. 어차피 어렵고 복잡한 철학책을 다 읽어도 머리 속에 남는 것이 없다면 책을 읽을 의미도 없거니와 어려운 책은 끝까지 완독하는 것조차 쉽지 않은데 이 책은 가볍게 읽을 수 있어서 누구라도 부담없이 읽으며 어렵게만 생각되던 철학이라는 학문에 편하게 다가가볼 수 있다는 점에서 장점이 있다.

이 글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협찬받아 주관적인 견해에 의해 작성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