맛의 과학 - 맛이라는 세계의 경이로움을 파헤치다!
밥 홈즈 지음, 원광우 옮김, 정재훈 감수 / 처음북스 / 202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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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맛'이라는 주제를 받아들면 어떻게 하면 음식을 맛있게 먹을지, 어떻게 하면 요리를 더 맛있게 만들지에 대한 것을 말한다. 혹은 자신이 좋아하는 맛이나 싫어하는 맛 같은 개인적 맛의 취향을 말하는데 그친다. 하지만 맛이라는 주제로 훨씬 다양하고 깊이있는 담론을 펼칠 수가 있다. '맛'이라는 것에는 단순히 음식을 먹었을 때의 느낌 그 이상의 과학적 의미가 담겨있다. 당연하게도 맛을 느낀다는 것은 혀의 미각에 의한 작용이라고 생각하는데 책에 따르면 맛은 입으로 느끼는 미각이라는 단일 감각이 아니라 시각, 청각, 촉각, 후각 등의 맛감각 체계라고 말할 수 있는 기저작용으로 맛을 인지하게 된다고 한다. 맛의 개념이 단순히 입으로만 느끼는 맛보기가 아니라 보기, 듣기, 만지기, 생각하기 까지 포함하는 넓은 개념이라는 뜻이다. 이렇게 우리는 맛이라는 것을 오해하고 있거나 그 체계에 대해 잘 알지 못하고 있다. [맛의 과학]은 우리가 간과하고 있었거나 알지 못했던 맛감각을 과학적이고 사회인류학적인 측면 등 다양한 시각으로 분석하고 알아본다.


후각과 미각은 연결되어 있다는 것은 많이 알려진 사실이다. 코를 막고 냄새를 맡지 못 하게 한채 음식을 먹으면 맛을 잘 구별하지 못 한다는 건데 후각 외에도 앞서 말했듯 시각, 청각, 촉각, 심지어 생각 까지 맛에 영향을 준다고 하는 굉장히 재미있는 내용이 소개되고 있다. 책에는 식사 경험에서의 선입견을 이용해 맛의 개념을 보여주는 일종의 실험을 소개하고 있는데 즉 우리가 맛을 느낀다고 하는 것은 다중 감각을 이용해서 마음 속으로 맛을 구축하는 것이라다고 한다. 맛이란 느끼는 것이 아니라 구축하는 것. 지금까지의 일반의 상식과는 상당히 거리가 있는 내용이라 재미있으면서도 놀랍다. 그런데 맛의 구축이라는 것은 단순히 과학적인 실험이나 해석 외에도 인류학적인 측면에서도 동일한 해석을 할 수 있어서 그또한 흥미롭다.


책에서는 맛이 행동을 주도하는 일종이 진화 시스템으로 설명하는데 가령 어떤 특정 음식이나 음료의 맛으로 상처를 받은 경험을 가진 사람은 그것을 멀리하게 되는 케이스를 예로 들고 있다. 개인적으로 오래전 오리 고기를 먹고 심하게 배탈이 난 적이 있는데 그 후로는 오리 고기를 절대 먹지 않고, 최근에는 굴을 먹고 배탈이 났는데 그 뒤로 굴을 멀리하고 있는데 말하자면 이런 상황을 말하는 것 같다. 반대로 긍정적인 경험도 마찬가지인데 우리의 뇌가 미각적인 맛, 후각적인 냄새, 질감 같은 분리된 상태의 감각을 하나로 통합된 지각으로 조립하기 때문이라고 한다. 즉, 머리 속으로 맛을 구축하고 그것을 먹을 후에 어떤 효과가 일어날지를 미리 연관 지을 수 있게 진화(?)했기 때문이라는 것


맛을 기억하고, 그것을 먹은 후에 어떤 효과가 일어날지 인식한다면 좋은 음식만 취하고, 나쁜 음식을 피할 수가 있다. 우리의 먼 선조들은 채집으로 먹을 것을 구했고, 잡식성이라 일단 이것저것 입에 막 집어넣었는데 이때 맛 지각이 작용해서 자기 몸에 좋은 것과 나쁜 것을 구별하여 먹을 수 있는 시스템을 가지고 진화를 해온 것이다. 이런 시스템은 일부 타고나지만 대부분은 경험을 통해 배우게 된다. 신생아들도 선천적으로 단맛을 좋아하지만 입에 쓴약에 몸에 좋다는 것은 경험적으로 배우게 되는 것이다. 맛을 느끼는 것은 감각적으로 자연히 좋고 나쁨을 구별하게 된다고 생각할텐데 맛 또한 개인의 경험이나 사회적인 경험을 통해 배우게 된다는 것도 재미있는 부분이다.


또 하나 재미있는 실험이 소개되는데 전혀 단맛이 없는 각기 다른 맛의 두가지 물을 쥐에게 마시게 했는데 그중 하나의 물을 마시면 위에 연결된 관을 통해 직접 설탕 용액을 위로 흘려보냈다. 말하자면 단맛이 나는 설탕물을 마시게 한 것이 아니라 단맛이 없는 밍밍한 물을 마시게 했고 설탕물의 칼로리는 맛과 상관없이 체내에 주입이 된 것이다. 그런데도 쥐는 시간이 지나자 두 가지 물 중 단맛이 나지 않아도 마셨을 때 설탕물을 흘려보낸 물만 마시게 되었단다. 즉, 단맛을 전혀 느끼지 못했음에도 칼로리가 있다고 인지하였다는 것이다. 맛과 영양소가 서로 반응을 한다는 재미있는 결과인데 쥐가 아닌 사람을 대상으로한 다른 실험에서도 비슷한 결과를 얻었다고 한다. 말하자면 맛이라는 것이 단순히 입으로만 느끼고 그에 반응하는 것이 아니라 위장이나 소장 같은 기관에 작용하는 반응과도 맛은 관여를 한다는 뜻인 것 같다.


책은 맛을 느끼는 맛 감각인 미각과 후각, 식감을 차례로 살펴보며 맛의 메커니즘을 알아보고, 그와 관련한 맛과 관련된 여러 실험을 소개하기도 한다. 또 현대의 맛 산업이라는 측면에서 식품 회사들이 특정 맛을 어떻게 만들어내는지에 대해서도 소개하는데 신기하면서도 재미있다. 식품 회사는 실제 수박이나 파인애플을 사용하지 않고도 수박맛, 파인애플맛을 만들어내는데 우리가 어떤 맛이라고 인식하는 식품의 특정한 맛이 원래 그 맛이 아니라 만들어진 맛이고 그 혼합물을 좋아하도록 학습까지 되었다는 점에서 우리가 아는 맛이라는 것이 얼마나 조작되고 학습되어진 것인지 느끼게 된다. 이 화학의 맛 이야기 파트는 상당히 재미있지만 어려운 화합물과 성분명이 많이 나와서 읽는데 약간 귀찮았다.


마지막 파트인 주방에서 맛 더하기 코너에서는 음식맛을 향상시키기 위해 이런저런 도전을 하고 실험을 하는 사람들의 이야기가 소개되는데 실용적으로 어떤 요리를 할때, 어떤 조리법에서 이런저런 방식을 활용하면 더욱 음식 맛을 향상시킬 수 있다라는 식의 팁이나 노하우가 아니라 어떤 사람이 이런 식으로 맛을 향상기키기 위해 연구를 한다는 식의 소개라서 실용적으로 따라서 해볼만한 것은 없어서 좀 아쉽다. 여기까지 왔으면 실제 주방에서 맛을 더할 수 있는 여러 실천적 방법 들이 소개되었더라면 좋았을텐데 그런게 없어서 상당히 아쉽다.


이 글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협찬받아 주관적인 견해에 의해 작성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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