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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어 어휘 지식 백과 : 인문 교양 편 - 어휘에서 어원으로, 어원에서 배경으로, 배경에서 교양으로 이어진 ㅣ 영어 어휘 지식 백과
이지연 지음 / 사람in / 2022년 11월
평점 :

요즘 MZ세대들은 한자세대가 아니라서 한자어가 많이 약하다고 한다. 그래서 사흘, 금일, 심심한 사과 등과 같은 어휘들을 둘러싸고 논란 아닌 논란이 일어나기도 했는데 그래서 최근에는 이런 기사에 한자어를 쓰지 말자고 하는 댓글이 달리기도 한다. 하지만 한국은 한자 문화권에 속하며 한국어의 40% 정도가 한자어인 만큼 한자어를 모르고는 혹은 한자를 빼고는 우리 한글을 정확히 이해하기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그리고 이미 언어(문자)는 문화라는 영역과 불가분의 관계이므로 한자는 한국의 역사와 지식, 생활 속에서 깊게 뿌리하고 있다. 말하자면 한자어 그 자체가 한국어인 셈이라 한자어를 빼고 한국말을 알 수는 없고, 반대로 말하면 한자를 이해하면 한국어와 한국의 문화 전반에 대한 이해가 가능해진다고 하겠다.
영어도 마찬가지다. 영어의 뿌리는 그리스어와 라틴어라고 알려져 있는데 영어 단어의 70% 이상이 라틴어와 그리스어에서 파생되었고, 라틴어의 접두사 어원과 접미사를 익히면 자연스럽게 영어 어휘력이 풍부해지고 작문과 독해력이 향상된다고 한다. 한국말을 잘하려면 한자어를 알아야 하듯이 영어를 잘하려면 영어의 어원을 익혀야 한다는 뜻이다. [영어 어휘 지식 백과 인문 교양 편]은 영어 어휘의 뿌리와 그 어휘의 개념에 대해 인문학적으로 알아보는 영어 어휘 인문교양서이다. 영어의 어휘는 언어라고만 인식해서 그것을 해석하는데만 신경을 쓰다보니 영어 어휘를 인문 교양과 연결시키지 못하는데 영어 어휘라는 것은 미국의 역사와 문화가 뒤섞여 탄생하게 된 결과물이므로 그 어휘가 탄생하게 된 배경을 알면 단순히 단어 하나의 뜻을 아는 차원을 넘어서 인문교양의 토대가 되는 여러 지식을 함께 쌓을 수가 있다.
영어 어휘라는 말 때문에 영어 공부를 위한 학습서라고 생각하기 쉬울텐데 책을 통해 다양한 분야의 영어 단어를 배울 수도 있지만 그것보다는 영어 어휘와 관련한 인문교양서라고 보는 것이 더 좋겠다. 이미 시중에는 영어 어휘의 어원를 다루는 책들도 많이 있는데 보통은 어원을 중심으로 단어를 설명하고 단어를 암기하는 어학의 측면에서 다가가고 있다면 이 책은 교양 인문학적 측면으로 접근하고 있어서 영어를 잘 못하는 사람은 물론 영포자라 할지라도 영어 실력과는 상관없이 책을 읽는 것에는 크게 어려움이 없고, 꼭 책에 나오는 영어 어휘들을 암기할 필요없이 가볍게 어휘와 관련된 교양을 쌓을 수 있게 구성되어 있다.
어휘라는 것은 어느 순간 갑자기 툭 튀어나온 것이 아니라 그 언어를 사용하는 사람들의 역사와 생활, 가치와 철학 등이 뒤섞여 하나의 어휘가 만들어지는 것이므로 그 어휘에 담긴 맥락을 이해한다면 그 해당 어원이 그 뜻을 지니게 되는 배경지식을 인문교양으로 함께 습득하게 된다. 이런 차원에서 영어 어휘를 우리말에 대응하는 단어의 해석이라는 개념이 아니라 인문 교양의 배경으로 어휘를 다루면서 어휘 하나를 소재로 하여 인문 교양으로 지식을 확장시켜 간다.
책은 총 7챕터로 성격과 가치관, 관계와 정신, 철학과 종교, 삶과 죽음, 예술, 인간의 몸, 자연과 우주라는 테마로 나뉘어서 인간이 태어나서 죽는 순간까지 우리의 삶에 관계하며 삶과 죽음의 전반에 영향을 미치는 모든 것들에 대한 영어 어휘를 배워본다. 하나의 테마에 대해 인문 교양적인 스토리를 설명하고 거기 나온 어휘들의 어원을 따로 정리하여 보여주는 형식으로 진행된다. 인문 파트는 여타의 인문서적에서의 형식이므로 부담없이 읽을 수 있고, 어원을 설명하는 어원 파트는 보케블러리 학습서의 느낌이다.
일상적으로 자주 사용하는 영단어지만 그 뜻을 모른채 관용적으로 그 말을 사용하는 경우가 많다. 가령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영화 파트에 나온 어휘를 예로 들면 영화 중에 느와르라는 장르가 있는데 헐리우드의 50년대 범죄 영화를 지칭하는 말로 홍콩 느와르라는 표현까지 만들어져서 상당히 익숙한 말이다. 그런데 정작 느와르란 어휘가 뜻하는 것은 알지만 그 단어의 원뜻, 어휘는 모르는 사람도 많을 것이다. 느와르는 검은색이란 뜻의 라틴어 niger에서 파생된 프랑스어로 어둡고 냉소적이며 불길한 분위기가 특징인 일련의 영화를 느와르라고 불렀던 것. 이렇게 어원을 알고나니 느와르 영화에 대해 조금 더 명확히 이해할 수 있게 된다. 사진의 이미지를 구성화는 최소 단위인 픽셀이란 말은 picture element의 줄임말이라고 한다. 그 자체로 그냥 하나의 단어인 줄 알았는데 줄임말인 것은 처음 알았는데 원래 말을 알게 되니 어떤 의미가 함축된 말이라는 것이 명확해진다.
미술 파트에 나오는 어휘들은 미술 관련 인문학 강의에서 많이 봤었던 내용이 나와서 반가웠다. 교회 등의 유리창에 사용된 모자이크는 라틴어 musa에서 생겨난 단어인데 그래서 중세 모자이크 양식들은 음악의 신 뮤즈에게 바쳐지기도 했다고 한다. 로코코 양식은 조개껍질 등으로 곡선이나 자연 형상을 장식한 것이 특징인데 로코코의 어원이 프랑스어 rocaille이 조가비 세공이라고 하니 말 그대로의 의미였다. 이런 내용은 상식적으로 알아두면 관련된 주제에 대해 대화할 때 아는척하기 좋은 것들이라서 관심이 간다.
앞서 말했듯 다양한 분야를 아우르는 어휘들가 담겨 있고, 그 어휘에서 파생된 심화 어휘까지 잘 정리해놓아서 책에서 다루는 어휘들은 실로 방대하다. 많은 어휘들을 배울 수 있는 것은 물론이고 어휘에 담긴 속뜻이나 배경까지 이해하면서 어휘를 익힐 수가 있어서 그러한 배경지식을 알고 있다면 원서로 된 문학작품 등을 읽을 때 내용을 좀 더 깊게 이해할 수 있는 문해력까지 늘어나므로 영어 실력이 상당히 늘어날 것 같다. 물론 꼭 영단어를 외우고 어휘와 표현을 암기하지 않더라도 자신이 좋아하는 분야에서의 영어 어휘들에 대한 배경 지식과 인문학적 소양이 깊어지며 교양서로서의 역할도 충실히 한다.
이 글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협찬받아 주관적인 견해에 의해 작성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