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깟 취미가 절실해서 - 퇴근하고 낭만생활
채반석 지음 / 꿈꾸는인생 / 202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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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의 제목만 보면 어른들을 위한 취미생활 가이드나 잘 알려지지 않은 다양한 취미의 영역을 알려주는 취미 소개서 또는 설명서 같은 것으로 오해하기 쉬운데 그런 류의 책은 아니다. 일명 '조립식'이라 불리는 프라모델 만들기를 취미로 하는 저자의 프라모델 만들기 예찬론 혹은 그러한 취미를 가진 어른의 낭만적인 취미 생활에 대한 에세이라고 할 수 있겠다. 어른의 가치는 그 사람이 놀 수 있는 놀이의 갯수에 비례한다는 말을 들은 적이 있다. 젊었을 때야 특별한 취미가 없어도 친구들끼리 모여서 술마시고 웃고 떠드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즐겁다. 그 때는 취미는 자소서의 항목을 채워넣을 때만 자신의 취미가 뭘까 하고 생각을 하는 게 전부였는데 나이를 먹을수록 취미라는 것이 중요하다는 걸 느끼게 된다. 혼자서도 즐기며 시간을 보낼 수 있는 취미라는 것이 절실해진다. 언제까지나 술에 컴터 게임만 할 수는 없으니까 말이다. 무언가 열중해서 빠져들 수 있는 즐길거리가 필요하다.


많은 취미 중에서도 저자가 즐기는 취미가 바로 이 조립식, 프라모델이다. 개인적으로도 소식적에 만들기를 꽤 많이 샀었는데 주로 밀리터리류를 사모았는데 비용적인 문제와 아이도 아닌데 '장난감'을 가지고 논다는 인식 때문에 어느 순간 그만두게 되었다. 프라모델은 덕후스럽다는 사회적 인식과 다 큰 어른이 '장난감'을 가지고 논다는 이미지 때문에 아직까지는 마이너한 취미로 여겨지고 있다. 그래서 이런 걸 드러내놓고 즐기는 게 약간 꺼려지게 되는 경향이 있는 것 같다. 최근에는 키덜트가 등장하고 뉴트로가 새로운 문화로 대두되면서 그런 부정적인 인식이 흐려지긴 했지만 여전히 이런 취미를 가진 사람은 저자의 말처럼 찐따 취급하고, 또 그런 사회적인 인식과는 별개로 이걸 제대로 즐기려면 비용이 꽤나 들어가기 때문에 나처럼 중도하차하는 사람도 많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물론 거의 모든 취미 생활이 제대로 즐기려면 비용이 발생하지만 그저 아이들이 가지고 노는 '장난감' 정도로 생각하고 시작했다가는 비용이 감당되지 않을 것 같다. 즉, 이쪽 길을 걸으려면 찐따(덕후) 이미지와 비용의 압박이라는 두 가지 어려움에 시달리게 된다.


프라모델에도 여러가지 종류가 있는데 일반적으로 많이 하는 게 밀리터리나 로봇류가 아닐까 한다. 그 외에도 기차라던지 자동차, 비행기 같은 것을 만드는 사람들도 간혹 있지만 아마 대부분이 밀리터리나 로봇일 것이다. 이중에서 로봇은 크게 건담류와 나머지로 나눌 수 있겠다. 그만큼 건담의 비중이 큰데 오죽하면 건프라(건담 프라모델)이라는 용어가 따로 있을만큼 건담은 하나의 하위장르를 이루고 있다. 그런데 저자는 꼭 건프라 뿐만 아니라 다른 로봇까지 다양하게 섭렵한다고 한다. 저자의 프라모델의 첫기억은 학교앞 문방구에서 팔던 500원짜리 '만들기'라고 한다. '만들기'라는 말은 정말 오랜만에 들어봤는데 우리 때는 프라모델이라는 쎄련된 말은 몰랐고 그냥 만들기라고 불렀다. 아무튼 저자가 성인이 된후 다시 로봇 프라모델의 세계로 회귀한게 2010년 중반 경이라는데 이때까지도 소위 용자 로봇 관련 제품은 드물고 시중에서 구할 수 있는 로봇 프라모델은 건담류 밖에 없었단다.


용자 로봇이란 쉽게 말해서 TV에서 방영해주는 로봇 만화영화(에니메이션이 아니라 만화영화다!)의 로봇 캐릭터라고 생각하면 되겠다. 용자물 로봇은 변신이나 합체를 한다는 특징이 있는데 트랜스포머처럼 소방차, 경찰차 등의 탈것이 로봇으로 변신을 하는 것이 포인트란다. 그리고 인공지능을 가진 로봇이 인간 실존에 대한 고민을 하게 한다는데 솔직히 아이들이 보는 '만화영화'에서 인간 실존에 대한 고민이 나오면 얼마나 나오겠나. 그냥 아이들 눈높이에서의 고민 정도라고 하겠다. 아무튼 TV에서 방영하는 로봇 만화영화는 사실상 장난감을 팔아먹기 위한 움직이는 브로마이드이다. 일본에서는 로봇 장난감을 팔아먹기 위해 만화영화를 만들어서 TV에서 방영하는데 우리는 만화만을 수입해와서 틀어줄뿐 로봇 프라모델에 대한 수요는 없다보니 비교적 최근까지도 용자물 관련 프라모델을 구하기 힘들었던 것이다. 그래서 젊은 사람들이 새로 로봇 프라모델의 세계로 입문하게 되면 선택지가 없는 상태에서 거의 강제로 건프라만을 선택되어지는 진형이 구축되어버린 것 같다.


밀리터리 관련이건 로봇 관련이건 어릴 때는 그냥 부품들을 하나씩 뜯어서 뽄드로 붙여서 완성시키는 것이 전부였지만 조금 전문적으로 들어가면 부품 하나하나를 섬세하게 도색까지 하는 레벨까지 가게 된다. 프라모델을 그냥 만드는 것은 아이들의 놀이의 느낌이지만 도색을 하면서부터는 그야말로 전문적인 취미의 영역으로 들어서는 느낌이다. 도색을 하기 위해서는 생각보다 꽤나 많은 장비가 필요하다. 전용 도료에서부터 공기압으로 락카를 칠하는 도구인 에어브러쉬는 기본으로 있어야 하고, 이런 도색 장비 외에도 유해가스를 내보내는 환기장치나 도색된 부품을 안전하게 말리는 건조대까지 생각지도 못한 장비와 공간을 필요로 한다. 저자는 아무것도 모르던 시절 무작정 도색작업에 뛰어들었고 처음에는 장비도 없이 락카와 이쑤시개 같은 것으로 도색을 했었다고 한다. 장비라고 말하기도 어려운 도구들로 도색을 했는데 그 완성품의 성취는 생각보다 더 컸다고 한다. 도색 전에는 85점 짜리가 도색 후에는 92점이 되었다고 하니..


처음 장비를 구입할 때는 이 취미를 오래 하지 않을 거란 생각에 도구를 다 갖추지도 않고, '비싼 도구를 살 돈이면 프라모델을 하나 더 살 수 있는데'라는 생각으로 그나마도 가장 저렴이를 사서 썼단다. 아마 누구라도 그렇겠지만 이걸 얼마나 할지도 모르는데 무턱대고 비싼 걸 구입하는 건 꺼려진다. 부속을 떼어내는 니퍼를 가장 싼 걸 사서 사용했더니 부속이 깔끔하게 떨어지지 않아서 다시 커터칼로 다듬는 작업을 해야만 했단다. 즉, 비싸고 좋은 니퍼로 작업을 했다면 한번에 쉽게 끝날 작업이 손이 많이 가고, 시간이 걸리고, 힘들어지는 것이다. 그때까지만해도 어차피 부품을 잘라내는 기능은 똑같은데 비싼 장비라고 해봤자 얼마나 다르겠냐는 생각을 했었는데 막상 비싼 장비를 사용해보니 과연 확실히 편하고 저자의 표현에 따르면 취미 생활의 퀄리티가 달라졌다고 한다. 결국엔 취미는 장비빨이다. 말하자면 프라모델을 구입하는 비용에 좋은 장비를 구입하는 비용까지 부담은 두배가 되고, 그만큼 진입장벽이 되는 셈이다. 사실 나 역시 성인이 된 후 어릴 때 하던 프라모델을 다시 해보고 싶은 생각이 없진 않지만 여러가지 비용이나 공간 등에 대한 부담과 제약 때문에 쉽게 결정을 못 하고 있다.


책에는 저자가 성인이 된후 다시 프라모델을 시작하고, 그 재미를 느끼면서 점점 좋은 장비를 사고, 프라모델 만들기를 즐기는 과정이나 어려움은 물론 같은 취미를 공유하는 온라인 커뮤니티에 대한 이야기, 중고거래와 관련된 에피소드 등 관련된 여러가지 재미있는 경험담이 소개되고 있어서 프라모델을 취미로 삼기 위한 가이드로서의 역할을 톡톡히 한다. 개인적으로도 프라모델을 취미생활로 누려보고 싶다고 꿈꾸는 사람으로서 저자의 글이 상당히 공감되기도 하고, 프라모델 입문에 대한 조언을 받는듯한 기분도 들어서 프라모델에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한번쯤 읽어봐도 좋을 것 같다. 



이 글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협찬받아 주관적인 견해에 의해 작성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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