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이 풍속화 그림책 조선시대 냥
냥송이 지음 / 발견(키즈엠) / 2022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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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 부끄러운 말이지만 평소 서양화나 서양의 화가들에겐 관심을 많이 가지면서도 동양화는 크게 관심도 없고 또 그만큼 잘 알지도 못했다. 좋아하는 화가나 작품이 뭐냐고 물어보면 바로 고흐의 작품을 좋아하고 괜히 잘난척하고 싶을 땐 렘브란트의 이름을 들먹이면서도 막상 김홍도나 신윤복 같은 우리나라의 화가들은 애초에 떠올린 적도 없다. 이런 차별하는 차별은 물론 서양화가 우리의 전통 풍속화보다 더 뛰어나다거나 예술적으로 가치가 있다는 식의 인식에서 비롯한 것은 아니다. 단순히 평소 어느 것을 얼마나 더 많이 접하는가에 따른 친숙함이나 익숙함의 문제라고 생각한다. 온라인 상이건 어디서건 서양화는 비교적 쉽게 접하게 되지만 전통 풍속화는 교과서가 아니면 그다지 접하기 어려운게 사실이고 관련된 서적도 서양화를 테마로 한 것이 많다보니 점점 관심도 일방적으로 치우치게 되는 것 같다.


아이들에게는 우리의 풍속화가 더욱 생소하고 조선시대의 생활상도 낯설게만 느껴질텐데 [고양이 풍속화 그림책 조선시대 냥]은 조금 어렵게도 느껴질 수 있는 조선 시대 생활상을 귀여운 고양이 그림으로 조선 시대 명화들을 패러디해서 쉽고 재미있게 보여준다. 신윤복이나 김홍도의 그림을 전부 고양이로 바꾸어서 그려놓았는데 인물들만 고양이로 바꾸었다 뿐이지 동작이나 행동, 포즈는 물론 구도까지 나름 원작을 충실하게 재현하고 있고 원작에서처럼 고양이들의 표정도 다 살아있어서 생각보다 생동감있게 패러디된 점이 좋았다. 말하자면 원작을 가져와서 배경이나 그런 것은 그대로 두고 사람만 고양이로 바꿔그린 것이 아니라 그림 전체를 작가가 새로 모작을 했는데 디테일한 부분까지 놓치지 않고 잘 구현했다는 것. 하지만 완벽하게 똑같이 배낀 것이 아니라 원작을 세세하게 구현하되 자신만의 그림체나 스타일을 적용한 것 같다. 예컨데 가로로 그려진 붓터치가 여기서는 세로로 바뀐다거나 하는 식이다. 물론 그런 작풍의 변화가 이상하다거나 작품을 망친하다거나 하는 것은 아니다.


총 12점의 작품이 소개되는데 역시나 김홍도와 신윤복의 작품이 대부분이고 김득신의 작품이 두 점 들어가있다. 그중 하나가 '야묘도추'라는 병아리를 물고 도망치는 고양이 그림인데 이것도 지금까지는 김홍도나 신윤복의 그림일 것이라고 잘못 알고 있었다. 애초에 조선시대 풍속화라고 하면 아까 말한 것처럼 김홍도나 신윤복 말고 다른 화가는 잘 모른다. 책에는 단오풍경, 씨름, 서당, 월하정인, 미인도 등 작품명까지는 모르지만 그림 그 자체는 굉장히 유명해서 한번쯤 본적이 있는 작품들이 소개되고 있고 쌍검대무나 고누놀이는 처음 본 것이다. 어쩌면 교과서에 나왔는데 기억을 못 하는 것일수도 있지만 아무튼 전체적으로는 이미 유명한 작품들이 소개되고 있어서 패러디 된 작품도 재미있게 즐길 수가 있다. 패러디라는 것은 익숙한 것이 다른 형태로 바뀌었을 때 재미를 느끼게 되는 것이라서 그런 점에서 작품 선정도 잘되었다고 하겠다.


초상화나 신화 그림 같은 것과는 달리 풍속화는 당시 민초들의 실제 일상을 그림으로 옮겼기 때문에 그 자체로 당시의 생활상을 엿볼 수 있는 아카이브의 역할도 한다고 하겠다. 그래서 전통 예술에 대한 이해와 감상은 물론 그림을 통해 당시의 생활과 문화, 전통을 알아보고 선조들의 삶을 이해하는 것도 큰 공부가 될 것 같다. 단옷날 머리를 감거나, 고누 놀이를 하거나, 참빗으로 머리를 빗고 서당에서 공부를 하는 것들은 지금은 사라진 전통인데 그림을 보며 그런 전통에 대해 설명을 해주며 우리 선조들이 어떻게 살았고, 어떤 문화를 가지고 있었는지를 알려주면 좋은 공부가 될 것 같다. 그리고 빨래 하는 아낙들을 훔쳐보는 남자나 벼타작을 하는 농부를 편하게 누워서 바라보는 양반의 모습을 통해 사회관계에 대한 인식도 넓어질 것 같다.


물론 옛 선조들의 생활상을 알아보고, 조선시대의 문화를 이해하고 하는 것은 부차적인 것이고 일단 고양이로 패러디한 그림이 너무 귀엽고 예뻐서 그걸 보는 그 자체가 일단 즐겁다. 귀염뽀짝한 고양이들이 한복을 입고 웃고 있는 그걸 보는 것만으로도 흥이 나고 흐뭇하게 미소 지으며 감상하게 된다. 12점의 패러디 작품 중 가장 좋은 것은 책의 표지로도 사용된 '야묘도추'이다. 고양이 부부가 툇마루에 앉아 한가로운 시간을 보내고 있을 때 도둑고양이가 병아리를 물고 도망가자 어미닭은 푸드덕대며 울고, 놀란 병아리들은 도망치고, 아저씨 고양이는 도둑 고양이를 쫓으려 곰방대를 휘두르는 모습이 너무나 귀엽다. 캐릭터가 고양이의 모습을 하고 있는데 도둑 고양이를 쫓는 상황부터 재미있고 귀엽다. 이 '야묘도추'는 컴퓨터 바탕화면으로 만들고 넣고 싶을 정도로 이쁘고 마음에 든다.


앞서서 서양의 회화와 작가들은 익숙하지만 우리의 전통 그림과 작가들은 생소하고 익숙하지 않다고 언급했는데 어릴 때부터 많이 접하지 않았기 때문에 비록 우리 전통의 문화예술이지만 거리감이 느껴지는 것이다. 어릴 때부터 이런 책을 통해 유아기 때부터 전통 예술을 자연스럽게 접하게 하고 눈에 익게 만들면 생활의 일부로 자리 잡아서 지금 우리가 서양 회화를 자연스럽게 받아들이는 것처럼 아이들은 우리 전통의 풍속화도 자연스럽게 받아들이게 되고, 더 나아가 우리 문화에 대한 경쟁력도 갖출 수 있게 될 것이다. 유아기에는 전통 예술에 대한 이해와 감상에 초점을 두는 교육이 중요하다고 한다. 그렇다고 우리의 전통 문화 예술을 알려주겠다고 원화를 그대로 보여주면 재미나 흥미를 느끼지 못할 수도 있으니 이렇게 귀여운 고양이로 패러디한 고양이 풍속화 그림책을 보여주고 그와 함께 원작도 끼워서 보여주면서 거리감을 좁히고 전통 풍속화를 가까이 접할 수 있게 하면 좋을 것 같다.



이 글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협찬받아 주관적인 견해에 의해 작성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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