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학.툰 - 5분뚝딱철학 순한맛
김필영 지음, 김주성 그림 / 스마트북스 / 2022년 8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철학 분야에 관심이 많지만 막상 공부를 하려고 하면 상당히 골치가 아프다. 우선 철학의 역사가 너무 오래되다보니 철학사에서 중요하게 다루어지는 철학자와 철학 사상들이 너무 많아서 각각의 사상과 사상의 흐름 및 그 상관관계를 이해하는 것부터 쉽지가 않다. 그리고 애초에 철학 사상 그 자체의 이해 역시 쉽지가 않다. 그래서 우선 관심을 가지고 있는 몇몇 철학자에 대해 공부를 하려고 해도 그 사상을 제대로 이해하기 위해서는 그 철학자만을 이해해서는 되는 것이 아니라 그 사상이 나오게 된 철학사적 배경과 흐름, 다른 철학자들과의 연관성 등을 알아야 좀 더 쉽고 제대로 해당 철학자의 사상을 이해할 수 있게 된다. 여기서 쉽게 이해하기 위해서는 더 많은 철학자와 철학사상을 알아야 한다는 모순이 발생한다. 하지만 앞서도 말했지만 각각의 철학 사상을 이해하는 것도 어려운데 철학사 전체를 모두 본다는 것은 철학 입문자들에겐 너무나 큰 진입장벽으로 작용한다.


이렇게 이해하기 어려운 내용을 쉽게 이해하는데 가장 효과적인 무기가 바로 만화다. [철학툰 5분뚝딱철학 순한맛]은 서양철학사를 쉽고 간결하게 재정리한 카툰북으로 철학 유튜브 1위 '5분 뚝딱 철학'이란 유튜브 채널에서 다룬 내용들은 책으로 재구성한 것이라고 한다. 흔히 만화라고 하면 내용이 부실하기 쉽다는 생각을 하게 되는데 아무래도 한정된 지면에서 그림이 차지하는 부분이 많아지는 만큼 정보를 전달하는 텍스트 파트가 줄어들어서 내용이 부실해질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데 반대로 텍스트를 길게 나열해서 설명할 내용을 만화라는 형태로 소위 데이터의 시각화를 통해 설명하려는 내용을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전달하고 있어서 내용이 부실하다는 느낌은 전혀 없다.


총 18개의 챕터로 구성되어 있는데 철학의 시작이라고도 할 수 있는 원조 자연철학자 탈레스에서부터 출발해서 현대의 논리실증주의자들에 이르는 서양철학사를 시대순으로 쭉 톺아본다. 각 시대별로 구분하여 철학자들을 정리해 놓아서 일단 그 시대의 철학자와 철학사상이 가지는 특징과 그런 철학 사조가 등장한 배경 등을 이해하기에도 좋고, 그 시대별 특징과 배경 또는 하나의 철학적 주제를 하나의 테마로 묶어서 당시의 유명한 네임드 철학자들을 소개하다보니 자연스럽게 서로의 차이점이나 서로의 상관관계도 쉽게 비교할 수 있다. 뭐 당연한 이야기겠지만 여기서는 해당 철학 사상을 깊이있게 파고들지는 않는다. 챕터 끝머리에 인터뷰 형식으로 하나의 테마로 묶어서 소개한 철학자들에게 질문을 던지고 마치 토론을 하듯 각자의 주장을 이야기하고 서로 반박하기도 하면서 보충설명 및 비교를 해준다.


전체적인 구성은 네임드 철학자들의 핵심 사상과 이론을 단순명료하게 요약하여 핵심 주제만을 알려주는 식으로 서양철학사의 전체적인 지도를 그린다고 생각하면 좋겠다. 이렇게 말하면 또 다시 내용이 너무 부실한 것이 아니냐고 걱정을 할 수도 있겠지만 이 정도의 내용조차도 모르던 입문자에겐 오히려 적당한 수준이 아닐까 한다. 처음부터 너무 복잡하고 어려운 내용을 말해봤자 이해하기도 어렵고 머리 속에 들어오지도 않는다. 이 정도 수준에서 각 철학자들의 핵심 아이어디만을 간추려서 머리 속에 정리하면서 서양 철학사에 대한 큰 틀을 잡아 놓는 것만으로도 철학에 대한 지식이 상당히 깊어진다고 하겠다. 그리고 비록 짧게 정리를 하고 있다고는 하지만 상당히 많은 철학자들을 다루고 있다보니 그 내용을 전부 이해하고 내것으로 만드는것도 결코 쉬운 일이 아닐 것 같다.


책의 설명에는 재미있는 병맛 코드의 만화로 되어 있어서 키득거리며 읽을 수 있다는데 그렇게까지 병맛이라거나 키득거릴 정도로 재미있다고는 느껴지지 않는다. 그렇다고 지루하다거나 너무 이론적이라서 재미가 없는 수준은 아니지만 흔히 말하는 온라인 상에서 유행하는 병맛 B급 코드가 난무해서 유쾌하게 읽히는 그런 수준도 아니라는 것. 물론 개인차가 있을 수는 있겠지만 개인적으로는 그랬다. 책 제목에서부터 '툰'이라는 말을 적어놓았듯 만화라는 것이 강조되지만 그렇다고 퀄리티가 높은 작화는 아니고 습작 수준의 디자인이지만 만화 그 자체를 즐기는 책은 아니라 설명을 쉽게 이해할 수 있게 도와주는 역할이라 별로 거슬리거나 나쁘다고 느껴지지는 않는다. 오히려 만화가 너무 퀄리티가 높으면 주객이 전도되서 그림에만 집중하다가 자칫 내용을 놓칠수도 있겠다 싶어서 차라리 이런 작화가 더 낫다고도 생각된다.


일단 내용 자체가 어렵지도 않고 설명도 상당히 쉽게 잘 요약해 놓아서 술술 잘 읽힌다. 만화로 되어있다보니 거부감도 훨씬 덜해서 중간에 포기하는 일도 없이 앉은 자리에서 끝까지 읽게 된다. 삽화처럼 들어가 있는 만화들이 자칫 복잡해질 수도 있는 내용을 이미지화시켜서 직관적으로 이해시키다보니 텍스트로만 내용을 이해하는 것보다 훨씬 빠르게 이해되는 점도 장점이다. 철학 사상에 대한 고찰이 아주 깊지는 않지만 서양철학사의 입문용으로는 상당히 좋은 것 같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