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속 뉴욕 산책 - 뉴욕을 배경으로 한 46편의 명화, 그 영화 속 명소를 걷다
정윤주 지음 / hummingbird(허밍버드) / 2022년 8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헐리우드는 이상하게 뉴욕을 사랑한다. 헐리우드 영화에는 뉴욕이 단골로 등장하는데 뉴욕이 배경이 되는 영화는 수도 없이 많고, 단순히 영화의 무대라는 차원을 넘어서 뉴욕 그 자체가 영화의 중요한 소재가 되기도 하고, 아예 영화 타이틀에 뉴욕을 박아 넣거나 영화 메인포스터에 뉴욕의 랜드마크를 보여주며 뉴욕 이야기라는 것을 감추지 않는다. 저자가 인용한 버트 랭카스터의 I love this dirty town란 말처럼 뉴욕은 화려하면서도 더럽고 번잡하고 낭만적인 수없이 많은 다양한 얼굴을 가진 도시로 이런 변화무쌍하면서도 이중적인 매력 때문에 여러 영화의 무대가 되었던 것 같다.


[영화 속 뉴욕 산책]은 뉴욕을 배경으로 하는 46편의 영화를 소개하고, 그 영화의 무대가 된 실제 뉴욕의 장소를 저자가 직접 찾아가서 그 거리를 걸으며 영화의 감동을 몸소 체험하는 영화책이자 여행수필집이다. 책에는 수많은 장소가 소개되고 있는데 지금은 사라진 쌍둥이빌딩부터, 록펠러 센터, 센트럴파크, 허드슨강, 엠파이어 스테이트 빌딩, 브루클린과 맨해튼 브릿지, 소호 거리, 할렘과 브롱스, 매디슨 스쿼어 가든, 자유의 여신상, 구겐하임 미술관, 메트로폴리탄 미술 박물관, 증권거래소의 황소 동상 그외에도 뉴욕 대법원, 컬럼비아 대학교 등 아주 많은 명소가 소개되고 있다. 뉴욕은 헐리우드 영화에 자주 등장한다는건 알고 있었지만 이렇게 쭉 정리를 해놓고 보니 생각보다 훨씬 많은 공간, 랜드마크가 있다는 걸 알게 되었다.


책은 하나의 영화를 간략하게 전달하고 그 영화의 무대가 되는 장소를 소개하거나, 영화 속에서 인상 깊었던 사람들이 많이 알만한 장면을 언급하며 그 장면이 촬영된 뉴욕의 명소나 지역에 대한 이야기로 스무스하게 넘어간다. 그 장소가 있는 위치나 역사, 개요 등을 먼저 간단히 말하고 저자가 그 곳을 찾아가는 과정과 그 곳을 접한 후 작가의 인상비평, 감상, 소회 등을 수필 형식으로 담아내었다. 글의 비중이나 내용만 보면 영화 이야기보다는 여행수필 쪽에 더 가깝다고도 하겠다. 말하자면 영화 테마 여행 정도라고 할텐데 그래도 너무 여행이라는 측면에만 빠지지 않게 중간중간 영화에 대한 이야기를 계속 끼워넣고 있어서 균형을 맞추고 있다.


일단 이런 영화 관련 책에서 개인적으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소개되는 영화의 리스트이다. 어쩌면 당연한 것이겠지만 어떤 영화를 소개하고 있는지, 어떤 영화가 선정되었는지가 상당히 중요하다. 예컨데 젊은 작가들의 경우 자신들이 직접 극장에서 봤거나 또래들 사이에서 자주 언급되는 아무래도 비교적 최근의 영화를 선정하는 일이 많을 것이다. 반대로 나같은 옛날 사람에게는 그런 식의 최신 영화 목록은 아무래도 감동이 덜하거나 크게 와닿지 않는 경우가 많다. 내가 어릴적 감수성이 풍부할 때 봤던 옛날 영화가 기억에 더 많이 남아 있기 때문인데 그래서 옛날 영화, 고전 영화 쪽에 눈길이 먼저 가게 된다.


그런 면에서 이 책은 비교적 예전의 오래된 영화들도 꽤 많이 다루고 있어서 만족스러운 편이다. 비율적으로는 21세기 영화와 20세기가 거의 반반 정도로 구성되어져 있어서 올드 팬의 입맛을 상당히 충족시켜 준다. 물론 최대한 겹치지 않게 뉴욕의 장소나 랜드마크를 하나씩 소개하려다보니 옛날 영화까지 쓰지 않을 수 없었던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이유야 어떻든 영화 선정면에 있어서는 최근 나온 영화관련 서적 중에서도 마음에 드는 편이라고 하겠다. 물론 개인적으로는 20세기 영화 중 뉴욕을 배경으로 하는 더 멋진 영화들도 떠오르지만 이 정도만 해도 나쁘지는 않다.


대신 영화 장르는 상당수가 로맨스물에 치우처져 있다. 어벤저스나 조커, 맨인블랙 같은 영화도 나오지만 90%이상이 멜로, 로맨스 영화인데 여성인 작가의 취향 같은 것도 있겠지만 아무래도 멜로나 드라마 장르일 때 조금 더 그 장소가 인상깊게 다가오는 이유도 있을 것 같다. 가령 블랙팬서에서 부산의 자갈치 시장과 도심이 모습이 나왔지만 그걸 보고 영화에 나온 부산의 그 거리에 가고 싶다고 느끼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하지만 책에 소개된 여러 멜로 드라마를 보고는 남주와 여주가 만나고, 식사하고, 함께 거닐던 그 곳을 가보고 싶다고 느끼게 될텐데 그래서 멜로와 드라마가 많이 선정된 건 어쩔 수 없다고도 하겠다.


뉴욕하면 바로 떠오르는 감독은 단연코 우디 앨런이다. 당연히 책에도 우디 앨런의 영화도 소개되고 있는데 우디 앨런의 레이니 데이 인 뉴욕, 에브리원 세즈 아이 러브 유, 한나와 그 자매들, 맨해튼 무려 4편의 영화가 소개되고 있다. 그 다음으로 뉴욕하면 마틴 스콜세즈가 떠오르는데 아쉽게도 여기서는 한편도 나오지 않는다. 대신 노라 에프론 감독이 리즈 시절의 맥 라이언과 함께 찍었던 일련의 로맨스 영화들인 시애틀에서 잠 못 이루는 밤, 유브 갓 메일, 해리가 샐리를 만났을 때가 소개되고 있다. 맥 라이언이 출연했던 이 세편의 영화들은 뉴욕이 정말 사랑스러워 보이게 만들어주었다.


그외에도 원스 어폰 어 타임 인 아메리카의 맨하튼 브릿지는 당연히 나와야 하고, 티파니에서의 아침을에서 5번 애비뉴 거리에서 오드리 햅번이 보석상 쇼윈도에서 보석을 보던 장면이라던지, 어벤져스에서 가장 인상 깊은 파크 애비뉴 장면, 설리 허드슨강의 기적에서의 허드슨강 등 여러 영화에서 인상 깊었던 장소들도 소개하고 탐방한다. 영화를 보고도 영화의 배경이 뉴욕인줄 몰랐던 경우도 있었는데 책을 통해 영화의 배경이 뉴욕이란 것을 새롭게 알게 된 영화도 있다. 영화 속에 등장한 장소의 실제 모습은 어떠한지 보는 것도 재미있고, 이를 통해 뉴욕의 새롭고 다채로운 모습을 발견할 수 있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