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문학 쫌 아는 어른이 되고 싶어 - 읽으면 읽을수록 생각이 쌓이는 지식 탐사기
조이엘 지음 / 섬타임즈 / 202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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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어사전에 인문학은 언어, 문학, 역사, 철학 따위를 연구하는 학문이라고 소개하고 있는데 보통 언어, 문학, 역사, 철학, 과학 등 다양한 분야가 인문학에 포함된다. 인문학은 삶의 원리를 밝히는 학문이다. 문학, 역사, 예술 등 여러 분야의 학문을 단순히 공부하는 것을 넘어서 그것에서 인간과 인간의 근원문제를 생각하고, 자신을 비롯한 인간 세계에 대한 성찰을 위해 탐구하고 지식을 쌓는 것이 인문학이 아닐까 한다. 그래서 인간과 관련된 어떤 테마와 어떤 학문도 모두 인문학의 소재가 될 수 있는 것이다.


요즘 인문학은 하나의 트렌드가 되서 유행처럼 번지고 경쟁적으로 소비되고 있다. 그래서 인문학 관련 강의나 서적들도 쉽게 접할 수 있는데 대부분이 문학과 역사, 철학, 과학 등 몇몇 테마에 치중되어 있는 것 같다. 그런 인문학 강의를 통해 인간을 통찰하고 미래를 생각해보자고 말하는데 정말로 인문학 강의나 책을 보면 여러가지 지식과 상식도 쌓을 수 있고, 나름대로 어떤 교훈도 얻게 되고 자신에 대한 성찰과 미래를 생각하는 힘 등을 키울 수 있어서 개인적으로도 인문학에 관심이 많다.


[인문학 쫌 아는 어른이 되고 싶어]도 인문학 책이다. 앞서 말했던 것처럼 이 책에서도 역사, 예술, 종교, 철학, 문학, 과학은 물론 정치, 경제, 사회 등 다양한 분야의 이야기들을 하고 있다. 이렇게만 들으면 여타의 일반적인 인문학 책과 별반 다를게 없어 보일 수도 있지만 이 책은 그냥 여러 지식을 전하고 인생과 삶이 어쩌고 하면서 설교와 교훈을 늘어놓는 그런 평범한 책은 분명 아니다. 이 책의 가장 큰 특징은 책이 좀 냉소적이고 너무나 현실적이라는 것이다. 일단 이 책도 다른 인문학 책처럼 역사, 예술, 종교, 철학, 문학, 과학 등 여러 분야의 이야기를 하는 것은 똑같지만 그것을 2022년 현재의 대한민국 사회와 한국인의 삶으로 가져와서 덮어씌어놓고 지금 우리의 이야기로 바꾸어서 말하고 있다.


물론 인문학 강의가 현실을 반영하는 것은 너무나 당연하고 오히려 그것이 인문학의 목적이겠지만 현재 대한민국의 상황을 그것도 부정적인 면까지 이렇게 직접적으로 다루는 것은 많이 못 본 것 같다. 노인 혐오, 부자 청년의 질문, 빌딩 수집이 제일 쉬웠어요, 대환장 파티, 안보엔 좌우가 없다 등에서는 현재 한국 사회에서 큰 사회적 논란이 되고 있는 많은 문제들을 꽤나 날카롭게 비판하며 냉소적으로 바라본다. 아빠 찬스 아빠 페널티, 내돈내산 같은 것들은 과거의 역사를 지금 21세기 한국 사회의 문제와 결부시켜 은유적으로 비판하고 있는데 전체적으로 글 자체가 상당히 시니컬하다. 


그리고 다른 인문학 강의나 책들은 인간의 위대함, 인간의 따뜻한 마음, 인류가 쌓아온 깊은 지식과 찬란한 문화유산, 혹은 과거의 실수를 통해 우리가 지녀야할 마음가짐, 미래에 대한 희망 등을 말한다면 여기서는 뒤틀리고, 차찹고, 추악하고, 씁쓸한 우리의 현실을 이야기한다. 우리는 현실이 아름답고, 희망적이고, 도덕적이고, 선한 것이길 바라지만 실제로는 꼭 그렇지만은 않다. 물론 우리가 지향해야 하는 것은 그런 교과서적이고 도덕적인 이상향이겠지만 현재 우리의 현실은 판에 박힌듯한 좋은 말로만 옮길 수는 없다. 책에 나오는 얘기가 아니라 그것이 조금은 어긋나고 나빠보일지라도 지금 우리네 현실을 있는 그대로 얘기해보자는 것이다. 사람의 본성이 나쁘다면 나쁜 얘기를 하고, 인간의 추악함도 말해보고, 지금 우리 사회의 부조리나 사회문제도 건드려보면서 거기서 우리는 무엇을 보고, 어떤 것을 떠올려야 할지를 생각해보자고 말한다. 물론 책의 모든 내용이 이런 식은 아니지만 그러한 내용들이 있다는 것이 일단 신선하고 상당히 마음에 들었다.


외모의 중요성이란 파트가 있는데 일반적이라면 외모보다는 내면의 아름다움을 가꾸고, 어쩌고 하는 설교투의 이야기를 하겠지만 여기서는 오히려 우리 사회가 혹은 인간이 외모를 어떻게 생각하는가를 말한다. 세종대왕은 며느리를 뽑을 때 인성과 함께 아름다운 외모도 조건에 넣었다고 한다. 그리고 공자는 2500년 전에 외모가 뛰어나지 않으면 인정받기 어려운 세상이라는 말을 했다고 하니 예나 지금이나 인간은 외모를 중시여기는 건 변함이 없는가보다. 흔히 최근들어 세상이 너무 외모지상주의가 되었다는 말을 하지만 외모를 중시하는 건 옛날에도 똑같았다는 것. 외모보다 마음 같은 뻔한 얘기가 아니라 이런 것들을 통해 인간은 외모를 어떻게 생각하고 있는지를 더 현실적으로 알게 되고 여러가지를 생각하게 되는 식이다.


각 파트의 내용들은 마치 SNS에 쓰는 글처럼 짧게 요약된 형태로 되어 있고, 구구절절한 설명이나 저자의 감상, 주장, 의견은 거의 없다. 일반적인 인문학 책은 긴 설명문으로 어떤 정보를 제공하고 그것이 뜻하는 것은 무엇인지, 현재의 우리에게 어떤 교훈을 주는지, 우리가 생각해볼 것은 무엇이고 이야기의 결론은 무엇인지 하나에서 열까지 모두 정리해서 떠먹여주는데 말하자면 일방적으로 저자의 생각과 의견을 흡수하게 되는 것이지 그것을 통해 뭔가를 생각하게 되지는 않는다. 하지만 여기서는 짧은 이야기가 전부로 저자가 전하고자 하는 메세지는 그 속에 숨어 있을 뿐 특별히 이 이야기의 교훈은 무엇이고, 이 글에서 우리가 생각해봐야 할 것은 무엇인지 따위의 말을 하지 않는다.


그렇게 말을 최대한 아끼고 저자가 직접 결론을 내려주지 않음으로 책을 읽는 독자는 스스로 그 이야기의 의미는 무엇이고, 어떤 말을 하고 있으며 그것을 통해 생각해봐야 할 것은 무엇인지를 스스로 고민하고 답을 찾아가며 많은 생각을 하게 된다. 앞서 인문학이란 단순히 학문을 공부하는 것을 넘어서 그것에서 인간과 인간의 근원문제를 생각하는 것이라는 말을 했는데 여기서 '생각하는 것'에 방점이 찍힌다고 본다. 스스로 질문하고 그에 대한 답을 쫓아가는 것에서 우리는 생각의 깊이가 깊어지고 성찰하게 되는 것이지 저자가 제시한 질문과 정답을 읽기만 하는 것보다 더 많은 것을 얻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그냥 글을 읽고 넘기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서인지 중간중간 재미있고 흥미로운 문제 형태의 글도 많이 보인다. 이 글이 어떤 교훈을 주는 것일까요? 와 같은 질문이 아니라 말 그대로 퀴즈 같은 것들인데 의외의 답이 많아서 재미있다. 그런 의외성이 있는 퀴즈를 통해 몰랐던 정보와 지식을 쉽고 재미있게 배우게 된다. 또 글의 문체도 요즘 온라인상에서 많이 사용되는 젊은층의 말투가 쓰여서 딱딱하지 않고 재미있게 읽을 수 있는 것도 장점이다. 앞서 글의 형식이 SNS의 글 같다고 했는데 사용된 단어나 표현들도 딱 SNS 글 형식이라 친숙하고 부담없이 읽기 좋다. 간간히 온라인상에서의 드립 같은 것도 나와서 솔솔한 재미가 있다.


그리고 책의 구성이 꽤나 재미있는데 말 그대로 꼬리에 꼬리를 무는 이야기가 펼쳐진다. 책 타이틀에 '꼬리에 꼬리를 무는'이라는 상투적인 문구를 써놓은 책들이 참 많은데 막상 내용적으로 앞뒤 내용이 연결이 되면서 이어지는 건 그다지 없다. 그런데 이 책은 실제로 앞의 내용을 받아서 뒤의 내용이 이어지고 또 그것에서 새로운 다른 이야기가 진행되는 마치 원숭이 엉덩이는 빨개, 빨가면 사과, 사과는 맛있다 맛있으면 바나나~ 뭐 이런 식으로 내용이 흘러간다. 진정한 아름다움은 언행일치가 되는 것이라는 비아스의 말을 시작으로 언행일치 연예인인 오드리 헵번을 소개하고, 헵번의 명언과 비슷한 말을 했던 베토벤의 이야기가 나오고, 베토벤처럼 스스로 재능을 만들어간 고흐 이야기가 이어지고, 고흐에서 아를과 칼망으로 흘러가는 식이다. 어떤 하나의 내용을 주제로 그것에 관련된 이야기들을 하는 것이 아니라 의식의 흐름으로 계속해서 이야기가 흘러가다보니 그야말로 예측할 수 없는 다양한 지식과 이야기를 만나게 된다.



이 글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협찬받아 주관적인 견해에 의해 작성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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