컬러愛 물들다 - 이야기로 읽는 다채로운 색채의 세상
밥 햄블리 지음, 최진선 옮김 / 리드리드출판(한국능률협회) / 2022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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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은 18색 크레파스로 세상을 하얀 도화지에 모두 담아낸다. 어린 아이들이 그림을 그릴 때 사용하는 색은 많지 않지만 특정 사물이나 인물에는 반드시 어떤 특정한 색깔을 사용하는 식으로 색구성에는 나름의 규칙이나 법칙이 존재한다. 하늘은 파랑, 나무는 녹색, 우체통과 소화전은 빨간색, 신호등의 3색, 남자를 상징하는 파랑과 여자를 상징하는 핑크, 병원은 하얀색, 무섭거나 네거티브한 의미가 담겨있는 것은 검정색으로 칠하는 식이다. 아이들은 그러한 색에 대한 인식을 사회적 통념으로 받아들이고 규칙처럼 색을 사용하게 된다.


자연의 색이 아니라 사람이 인위적으로 지정한 색에는 그 나름의 이유와 의미가 있고 규칙처럼 그것을 받아들이고 사회적인 함의를 통해 그것을 계승한다. 앞서 말한 우체통이나 소화전이 빨갛고, 신호등이 3색인 것은 '어떤 이유'에서 그렇게 임의로 정하고, 사회적 통념으로 받아들이고 있는 것이다. 그렇다면 색이 가지는 의미란 무엇일까? 우리는 그다지 관심을 기울이고 있지 않지만 색은 세상을 이루는 기본적인 요소다. 우리는 컬러에 둘러쌓여 있고 우리를 둘러싼 여러 사물들의 색은 우리에게 알게 모르게 영향을 미치고 있다. 그 영향이라는 것은 단순히 신호등의 색에 따른 행동규범 같은 것만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색은 스치듯 지나더라도 사람의 감성과 감정, 기분까지 자극하는 힘을 가진다.


[컬러애물들다]는 우리가 매일 접하는 우리 주변의 자연과 일상에 깃든 컬러에 담긴 의미를 알아보고 색이 대중문화와 디자인, 언어, 과학, 일상생활에 이르기까지 우리 삶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를 알아보는 재미있는 컬러 잡학 교양서이다. 처음 책의 제목을 봤을 때는 색과 관련된 사람의 감정이나 기분의 변화, 색이 사람에게 미치는 심리적 영향 같은 것들을 다룬 색깔의 심리학 같은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그런 심리학적인 것이 아니라 심리적인 것을 포함하여 색의 기원, 어원, 자연현상, 색과 관련된 재미있는 트리비아 등 여러 다양한 분야의 수많은 샐깔 이야기를 다루는 컬러 인문 교양서다.


목차에는 빨강, 노랑, 파랑, 주황, 보라, 녹색으로 목차를 달아놓았는데 해당 색깔에 맞게 색상별로 묶어서 이야기를 하지는 않고 있고 실제 책에서는 검정, 하양 등 다른 색깔도 다루고 있어서 목차의 컬러 구분이 어떤 의미인지는 모르겠다. 늘쌍 보아왔기 때문에 당연하게 받아들이고 있어서 거기에 어떤 특별한 의미가 있을 거라곤 생각하지 못했던 것들도 많은데 가령 고속도로 표지판은 녹색 바탕에 하얀색 글자로 되어 있다. 미국도 똑같은 것 같은데 표지판의 배경이 녹색이면 빨강, 주황, 노랑처럼 눈에 빠르게 들어오지는 않는다. 오히려 자연을 닮은 색상으로 표지판을 만들면 운전자가 잘 보지 못하고 그냥 지나칠 수 있는데 그런데도 이런 배경색을 한 것은 밤에는 오히려 글씨가 선명하게 보이기 때문이라고 한다.


가끔 도로에서 컨테이너를 싣고 달리는 트럭을 볼 수 있는데 컨테이너의 색깔은 제각각이다. 컨테이너가 햇빛에 장시간 노출될 경우 컨테이너 색깔에 따라 내부 공기도 바뀔 수 있다고 한다. 어두운 색 계열은 태양열을 흡수해서 컨테이너 내부 온도와 습도를 높이고, 흰색, 회색 등의 밝은 계열은 햇빛을 굴절시켜서 컨테이너 내부를 약간 시원하게 만든다고 한다. 사람도 여름에는 하얀 계통 옷을 입는 것이 시원하다고 하는데 같은 맥락인듯. 화물을 수송하는 과정에서 온도와 습도의 변화를 고려해서 컨테이너의 색을 고려하게 되었고 화물 선적의 ㅍ준화된 지침이 마련되었단다.


순백의 웨딩드레스는 순수, 고결, 아름다움 등을 떠올리게 한다. 이런 하얀색이 웨딩드레스가 유행하기 시작한 것은 1840년 영국 왕실에서라고 한다. 빅토리아 여왕이 하얀색 드레스를 입었는데 상당히 화려한 드레스였나보다. 그 모습을 사람들은 하얀색 드레스에 열광했고 전 세계에 하얀 웨딩드레스 열풍이 불었다고 한다. 그런데 웨딩드레스의 흰색이 신부의 순수함과 순결함을 상징하고, 신랑에게 순종하겠다는 때 묻지 않은 마음을 전달하는 색으로 적합하다고 인식하는데 지금의 페미니즘적인 관점에서는 없어져야할 유물 같은 것이라고 하겠다.


개인적으로는 보라색을 좋아하는데 이 보라색은 영국에서 왕실을 상징하는 색이었다고 한다. 일본에서도 보라는 귀족들의 특권과 부를 상징하는데 보라색 염료를 채취하기가 어려웠기 때문에 그런 것 같다. 보라색은 역사적으로 황제, 사제, 치안판사 등의 권력자, 특권층이 독점한 색이었다고 한다. 색의 의미는 야망, 품위, 독립을 듯하고 고귀한 가치를 상징한다. 그래서 페미니스트들은 페미니즘 운동을 할 때 대의명분을 이루기 위해 보라색을 사용했다고 한다.


생각없이 무심코 흘려보냈거나 크게 신경쓰고 있지 않았는데 인위적으로 사용된 색깔에는 의외로 나름의 타당한 의도가 담겨 있어서 신기하게 느껴진다. 블랙박스가 사실은 검은색이 아니라 오렌지색이라는 것처럼 이미 알고 있던 내용도 있지만 상당수는 모르고 있던 정보들이라서 의외로 꽤 재미있게 읽을 수 있다. 여러가지 테마로 다양한 분야에서의 색깔과 관련된 정보를 다루는 인문 교양서라서 책을 읽고나면 잡학상식이 꽤나 많이 늘어난다.





이 글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협찬받아 주관적인 견해에 의해 작성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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