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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국지를 한 번도 안 읽어볼 수는 없잖아 - 열 번은 읽은 듯한 빠삭함! ㅣ 한 번도 안 읽어볼 수는 없잖아
Team. StoryG 지음 / oldstairs(올드스테어즈) / 2022년 5월
평점 :
구판절판

삼국지를 한번도 읽지 않은 사람과는 친구도 하지 말고, 삼국지를 세 번 읽지 않은 자와는 이야기 하지 말며 삼국지를 열 번 이상 읽지 않은 자와는 인생을 논하지 말라는 말이 있다. 삼국지를 읽으면 상식이 풍부해지고, 그 속에서 삶의 지혜를 익힐 수 있게 된다는 것을 표현하는 말이다. 실제로 삼국지에는 야망과 음모, 배신을 비롯해 인간군상이 겪는 희로애락이 모두 담겨있고, 각종 고사성어를 포함한 상식을 배울 수도 있다. 그리고 삼국지는 대중 문화에서 하나의 하위장르로 자리잡아 게임, 만화, 영화 등 다양한 문화 콘텐츠로 사용되고 있다.
삼국지는 상당히 많이 인용되고, 여러 곳에서 패러디되며, 삼국지 그 자체가 하나의 테마로 콘텐츠를 이루는 일도 상당히 많다. 특히 서브컬처에서 삼국지 밈이 많이 사용되기도 하는데 이는 단순히 삼국지를 읽음으로써 상식과 지혜를 배울 수 있다는 차원을 넘어서 삼국지를 모르면 이런 젊은이들의 대중문화를 제대로 즐기지 못한다는 의미도 된다. 그러나 그런 것을 위해 삼국지를 읽는 것은 좀 부담스러울수도 있다. 일단 삼국지 원전이 워낙 길고, 등장인물이나 장소 등의 고유명사도 많다보니 그런 걸 다 고려하면서 책을 읽는 건 분명 부담스럽다.
또 한두번 삼국지를 읽었다고 해서 그 내용을 빠삭하게 이해할 수 있는 것도 아니므로 아직 삼국지를 접해보지 않은 사람으로서는 난감하게 느껴질 것이다. [삼국지를 한 번도 안 읽어볼 수는 없잖아]는 이렇게 삼국지에 관심이 있지만 전권을 다 읽기에는 부담스럽고, 읽다가 도중에 포기했던 사람 그리고 한두번 읽었지만 너무 내용이 길고 방대해서 삼국지를 완벽하게 이해하지 못한 사람들이 삼국지를 완독하고 이해할 수 있게 하기 위해 삼국지의 내용을 한권에 모두 담은 삼국지 핵심 요약본이다. 게다가 만화로 되어 있어서 삼국지가 가진 분량의 압박이나 빼곡한 텍스트가 주는 부담감이라는 진입장벽을 완전히 없애버렸다.
보통의 삼국지 소설은 10권으로 되어있는 경우가 많은데 그것을 한권으로 줄이다보니 상당히 편집이 많이 되어있다. 지루하게 느껴질만한 곳은 다 빼버리고, 그 중에서도 스토리 상 중요한 부분과 재미있는 부분에 집중해서 삼국지의 큰 흐름을 따라가며 전체적인 맥락을 잡을 수 있게 구성되어져 있다. 총 8장으로 되어 있는데 대부분의 삼국지가 그러하듯 황건적의 난으로 시작하여 반동탁연합, 군웅할거, 삼국지 3대 대전인 관도대전과 적벽대전, 천하삼분지계, 유비 사후의 제갈량의 활약, 마지막으로 천하통일에 이른다.
일단 유관장과 제갈량이라는 촉나라 시점으로 주로 이야기가 진행되는데 원래 삼국지연의가 촉의 입장이 많이 반영된 것도 있고, 또 아무래도 유관장과 제갈량의 인지도가 삼국지 내에서도 매우 높고 인기도 많으며, 유비와 제갈량의 인생 스토리가 상당히 드라마틱하기 때문에 그 자체로 굉장히 재미있어서 삼국지가 익숙하지 않은 사람에겐 어필하기가 좋기 때문일 것이다. 많은 삼국지 단편이나 만화 등도 이런 형태로 구성이 되기 때문에 적절한 컨셉이라고도 할 수 있다.
만화의 구성은 기본 3행 9프레임으로 통일되어 있어서 안정적이고 깔끔하다. 그림체는 좀 못 그린 웹툰 같은 스타일이고, 배경 같은 건 없이 캐릭터 그림과 말풍선만 있어서 전체적으로는 간략한 구성이다. 만화 자체로 재미를 주거나 그림을 보는 책이 아니라 방대하고 긴 내용의 삼국지를 간략하게 전달하는 게 목적이므로 오히려 배경이 복잡하게 그려져 있고, 그림이 빼곡하면 간략하게 읽는다는 컨셉에 위반되므로 이런 점에서는 이런 간략한 그림체가 나쁘지는 않다.
이렇게 웹툰 같은 느낌의 만화로 삼국지 이야기를 한다는 것은 형식에 구애받지 않고 웹툰처럼 재미있게 이야기를 풀어가겠다는 뜻이다. 실제로 만화는 여러가지 드립과 현대적인 느낌까지 섞어가며 재미있게 그려놓았다. 그런데 기대했던 것보다 드립이나 패러디, 인터넷 밈 같은 것이 많이 않는 것은 좀 아쉬운 부분이다. 방대한 분량을 한 권이 책으로 전달하고, 그나마도 만화라는 형식을 취하고 있다보니 아무래도 필연적으로 설명이 극도로 줄어들 수 밖에 없는데 그런 것을 효과적으로 채워줄 수 있는 것이 이미 기존에 잘 알려진 캐릭터나 이야기 등을 가져와서 삼국지에 대입하는 것으로 설명을 보충하는 것이다. 그래서 온라인 밈이나 드립, 패러디를 더 적극적으로 활용했다면 훨씬 재미도 있고, 캐릭터나 상황을 더 잘 이해할 수 있었을텐데 그런 점이 부족해서 좀 아쉽다. 대신 중간에 알아두면 쓸데있는 삼국지 잡학사전이 나오는데 내용이 압축되면서 더불어 부족해진 캐릭터에 대한 설명이나 여러가지 뒷 이야기를 써놓아서 이해를 돕는다.
이 글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협찬받아 주관적인 견해에 의해 작성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