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산 우리 산나물
오현식 지음 / 소동 / 2022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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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처에 산에 가끔 가는데 지금 시기면 온갖 풀들이 많이 고개를 내민다. 물론 봄나물도 있어서 할머니들이 삼삼오오 모여서 쑥을 캐는 모습도 자주 보게 된다. 나도 산을 다니면서 가끔 쑥 비스무리하게 생긴 것을 보지만 그게 정말로 쑥인지 풀인지는 확신할 수는 없다. 모르는 사람 눈에는 산에 빼곡하게 나 있는 풀들은 그저 다 똑같아 보이기 때문이다. 꼭 작년 이맘때 지인이 집에 왔다가 아파트 단지 뒤의 산에서 나물을 뜯어 오셨다. 내가 보기엔 그저 길에 흔하게 나있는 푸성귀처럼 보였는데 먹을 수 있는 무슨 나물이라고 하며 한가득 뜯어와서는 조금 나눠주고 한봉다리를 가져가셨다. 매번 그 산길을 오다니며 수없이 봤을 나물이었는데 그게 먹을 수 있는 산나물인지는 전혀 몰랐다. 그런 걸 어떻게 구분하는지 참 신기하고 약간 부럽기도 했다. 


산에 다니는 사람이라면 그런 것들을 한눈에 척척 구별하고 알아내는 것에 대한 약간의 로망 같은 것이 있다. 꼭 산나물을 찾아서 따와서 먹고야 말겠다는 이유 때문이 아니라 자연을 느끼고 교감하고 싶은 이유 때문이다. 지금은 산에 오르는 목표가 그저 정상이나 목적지까지 열심히 올라가서 반환점 찍고 내려오며 다리 운동을 하는 것이지만 사실은 산을 둘러보고, 그 길에서 보이는 풀과 나물을 찾아서 사진도 찍고, 계절의 변화와 자연을 느꼈으면 하는 바람이 있는 것이다. 하지만 풀과 산나물을 구분해내는 건 어지간한 사람에겐 불가능에 가깝다. 평소 자주 먹는 산나물조차 다른 풀과 섞여 있으면 알아보기 어렵다.


[우리 산 우리 산나물]은 산나물에 얽힌 이야기와 함께 재배법 탐방법 요리법 효능 등을 알려주는 본격 전국 산나물 탐방 가이드북이다. 야생초나 풀꽃, 나무 같은 것을 모아놓은 도감은 있지만 꼭 찍어서 산나물만을 정리해놓은 도감은 이 책이 처음이 아닐까 하는데 그만큼 특이점이 있다고 하겠다. 보통 식용으로 이용하는 산나물은 100여가지가 된다고 하는데 이 중 산에서 쉽게 만날 수 있는 60가지의 산나물을 선정해서 산나물의 특징과 맛, 향, 효능, 재배 기술 그리고 요리법까지 산나물의 모든 것을 알려준다. 또 새싹부터 꽃, 씨앗까지 산나물의 생장 과정을 사진으로 모두 담아 놓았는데 산나물이라고 하면 흔히 먹을 수 있는 잎만을 떠올리게 되고 잎만으로 산나물을 구분하려고 한다. 그러나 잎은 다 비슷비슷하게 생겨서 그것만으로는 구분하기가 힘든데 꽃이나 새싹의 모양까지 알고 있으면 산나물을 구분하는데 조금 더 용이할 것 같다.


책의 첫머리에는 산나물의 형태와 구조에 대해 설명을 해놓고 잇는데 산나물의 잎의 모양과 잎 차례, 잎 가장자리의 모양, 잎이 줄기에 붙는 형태 등 상당히 디테일하게 하나하나 구분하여 설명을 해놓고 있다. 그리고 꽃도 꽃모양, 꽃잎 형태, 꽃차례로 나누어서 설명하고 있고, 뿌리와 열매도 일러스트로 특징을 살려 보여주며 설명한다. 산나물의 잎은 다 비슷하게 생겼다고만 생각하고 있었는데 잎의 모양이나 가장자리 모양도 상당히 다르게 생겼고, 그런 특징을 잘 알고 있으면 과연 똑같아 보이는 산나물도 구분해낼 수 있을 것도 같다. 물론 일러스트로 특징을 잡아내서 묘사한 것을 보는 것과 실물을 보며 그 특징을 잡아내는 것은 차이가 있겠지만 적어도 이런 식의 차이를 보인다거나, 이런 종류가 있다는 것을 알게 되는 것이 중요하다고 하겠다.


책에 소개된 산나물은 가나다 순으로 정렬되어 있는데 그것과는 별개로 약초, 화초, 나물, 잎으로 구분하여 산나물을 종류별로 모아놓고 인덱스를 만들어놓기도 했다. 총 60가지의 산나물이 소개되고 있는데 예로부터 식용하던 것은 100여 가지에 이른다고 한다. 무슨 산나물이 100가지나 되나 싶은데 실제로 책에 소개된 산나물의 대다수는 생소하다. 고사리, 곤드레, 곰취, 다래, 더덕, 두릅, 도라지, 머위, 방풍나물, 옻나무, 참나물 처럼 자주 먹거나 적어도 이름 정도는 들어본 나물도 있지만 그 외의 대부분은 처음 들어본 것들이다. 책에 소개된 사진을 보면 그냥 야생초나 풀잎처럼 생겼는데 이런 걸 먹어도 되나 하는 생각이 드는 것도 있다. 산에서 이런 산나물을 봐도 도무지 식용하는 산나물이라고 생각 못 할 것 같다.


보통 이런 식물들은 무리지어 군락을 이루고 있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책에 실려있는 산나물의 사진도 단독샷과 함께 군락샷을 함께 보여줘서 산나물들이 모여있을 때는 어떤 느낌인지도 함께 보여준다. 확실히 식물 하나와 무리지어 있을 때의 느낌은 다르고, 산행을 할 때는 주로 군락을 이루고 있는 식물들을 한눈에 알아차리기가 쉽지 길을 가면서 식물을 하나하나 자세히 뜯어보긴 어렵다. 그런 차원에서라도 이렇게 무리지어 있는 사진을 보는 것이 산나물을 발견하는데 실질적인 도움이 될 것 같다. 또 단순히 식물의 형태만이 아니라 그 산나물이 주로 서식하고 있는 곳의 모습도 함께 담고 있어서 해당 산나물의 특징을 파악하기에도 도움이 된다.


책에 나오는 사진들은 의외로 굉장히 디테일하다. 산나물의 부분부분을 상세하게 보여주고, 자라면서 모양이 달라지는 경우에는 그 변화하는 모습까지도 비교하여 보여주고 있다. 또 서로 비슷하게 생긴 산나물끼리도 비교하여 보여주면서 그 미묘한 차이를 알려주는 노력을 한다. 이렇게 사진 자료가 굉장히 충실하고 사진 한장한장에 대한 설명도 잘 해놓았다. 그리고 산나물에 대한 텍스트 설명도 그저 식물 도감처럼 식물에 대한 개요와 생태 등에 대해 적어놓은 것이 아니라 중간중간 에세이처럼 저자가 식물을 만나게 된 상황과 그 때의 감정을 적어놓기도 하고 그 산나물과 관련된 재미있는 트리비아 같은 것도 소개하고 있어서 딱딱한 식물도감이 아니라 재미있는 식물 가이드처럼 읽을 수 있는 점도 좋다.


이 글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협찬받아 주관적인 견해에 의해 작성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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