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내 기분은 철학으로 할래 - 디즈니는 귀엽고 코기토는 필요하니까
마리안 샤이앙 지음, 소서영 옮김 / 책세상 / 2022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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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속에서 철학적인 의미를 찾아내려고 하거나, 영화를 철학적으로 생각하고 읽어내려는 시도는 새로운 것은 아니다. 감독이 의도하고 철학적 함의를 채워넣은 경우도 있고, 영화를 만들 땐 의도하진 않았지만 만들어진 결과물에서 철학적 의미를 부여할 수 있는 장면도 있을 것이다. 그것이 눈에 너무 빤히 보여서 감독이 너무 쉽게 의미부여를 한다고 평가절하 당하는 경우도 있고, 때로는 너무 심오하게 그 의미가 꼭꼭 숨어 있어서 대다수의 관객은 그것을 놓치고 말지만 몇몇 사람들에 의해 발견당하고는 뒤늦게 화제가 되는 일도 있다. 어쨌건 철학적 관점으로 영화를 보는 것도 영화를 재미있게 즐기는 하나의 방법이 된다. 반대로 어려운 철학적 개념을 대중적인 영화를 통해 설명하는 경우도 있다. 특히 그런 철학과는 별로 관계가 없을 것 같은 영화 속에서 철학적 개념을 찾아내고 그것으로 철학을 설명한다면 철학을 쉽게 배울 수 있을 뿐 아니라 새로운 관점에서 영화를 읽어내는 하나의 방편이 될 것이다.


[오늘 내 기분은 철학으로 할래]는 대중에게 매우 익숙한 디즈니 애니메이션의 영화와 캐릭터, 사운드트랙을 통해 플라톤, 칸트, 니체 등의 위대한 철학자의 사상과 쟁점들을 소개한다. 앞서도 말했듯이 철학이라고 하면 어렵게만 느껴지는데 철학을 사람들에게 익숙한 디즈니라는 대중문화에 대입하여 철학을 쉽게 배울 수 있고, 반대로 그저 웃고 즐기기만 하던 디즈니 영화를 조금 더 철학적으로 깊게 고찰하고 분석하며 영화읽기를 할 수 있다는 점에서 철학을 배우고자 하는 철알못이나 디즈니 영화를 새로운 관점에서 분석하고 싶은 영화광을 모두 만족시켜줄만한 재미있는 영화 철학책이라고 하겠다. 개인적으로는 철학을 배우고 싶기도 하고 영화도 좋아하다보니 기쁨 두배의 만족감을 얻을 수 있다.


책은 총 6장으로 되어 있는데 '욕망과 행복' '악당의 철학' '실재와 허구' '자연, 생명체, 인간' '기계, 장난감, 정신' '의식, 정체성, 자유'란 테마로 각각 몇 편의 영화를 선정하여 영화란 그릇에 철학을 담아 설명한다. 중복되는 영화도 있는데 총 22개의 테마로 20여편의 영화가 다루어지고 있다. 백설공주, 피노키오, 피터팬 같은 초기 전성기 작품부터, 인어공주, 라이온 킹, 알라딘 같은 90년대 제2의 전성기 때의 작품, 그리고 헤라클레스, 포카혼타스 같은 침체기 때의 작품도 있고, 업, 윌-E, 겨울왕국과 인사이드 아웃 같은 21세기 명작들까지 골고루 작품 선정이 되어있어서 그 점이 좋았다. 아무래도 21세기에 나온 작품들이 작품성도 인정받고 있고, 인지도도 높다보니 작품 선정에서 이러한 최근 영화에 치우쳤을수도 있을텐데 과거의 작품과 상대적으로 흥행하지 못한 작품까지 골고루 다룬 것이 좋았다. 다만 개인적으로 가장 좋아하는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가 없어서 아쉬웠다.


각각의 챕터는 타이틀 바로 밑에 영화 제목과 영화를 읽어내는 철학 사상이나 철학자 등을 해시태그로 그 챕터에서 다룰 개념들을 먼저 소개하고 있다. 일단 '포카혼타스'로 누가 야만인인지 말하는 것이나 '로빈 훗'으로 도적과 의적은 한 끗 차이라고 말하는 것, '미녀와 야수'에서 진짜 괴물은 누구인가 하는 것, '라이온 킹'으로 사는 게 힘들 땐 하쿠나 마타타를 외려라는 주제 같은 것은 사실 여타의 영화평 등에서도 자주 언급되는 내용이었다. 이런 주제를 담고 있다던가, 그런 것에 대한 철학적 함의가 있다는 식으로 말이다. 그래서 철학을 모르는 사람도 왜 이 영화에서 이런 주제를 끄집어 내었는지 이해가 되는 측면도 있다. 그런데 보통은 직관적으로 그런 주제가 있다고만 알고 넘어가지 그 '철학적 함의'라는 것이 정확히 어떤 것인지 철학적, 이론적으로 따져보지는 않았었다. 책에서는 직관적으로 말해지던 그 '철학적 함의'를 분석해본다.


물질적 아름다움은 유일하게 의미가 있는

예지적 아름다움의 그림자일 뿐이다


아주 못생긴 것으로 유명한 철학자가 있다. 바로 소크라테스이다. 플라톤은 '향연'에서 소크라테스의 외모를 언급하는데 자신의 스승을 못생겼다고 디스할 정도니 어지간히 못생기긴 했는가보다. 하지만 프랑수아 라블레는 '가르강튀아'에서 소크라테스를 '감히 가치를 매길 수 없는 보물'이라고 칭송했는데 지성, 용기, 절제력, 의연함, 자신감, 초연함 등을 가졌다며 극찬을 했다. 미녀와 야수에서의 야수는 겉으로는 추하지만 속은 아름다운 것이 소크라테스를 닮았다. 플라톤은 소크라테스와 대비해서 알키비아데스의 외적인 아름다움을 다루고 있는데 알키비아데스가 소크라테스에게 사랑을 고백하는데 (참고로 둘다 남자이다) 소크라테스는 알키비아데스의 육체적 아름다움은 덧없는 것이라며 차는 장면을 연출한다. 플라톤은 외양은 사물의 그림자에 불과하기 때문에 신뢰할 수 없다고 생각했다.


신으로 향햐는 초월 혹은 상승은

타인에 대한 사랑에서 시작합니다


디즈니 영화에서 미녀와 야수와 함께 백설공주와 일곱 난쟁이는 외모, 美의 가치를 전면에 내세운 대표적인 동화이다. 미녀와 야수에서는 플라톤의 향연을 인용했는데 이번에는 플라톤의 향연을 주해서로 쓴 마르실리우스 치피노의 '사랑에 관하여'의 분석을 인용한다. 여왕 그림하일드는 나르키소스처럼 매일 거울 속에서 관조하는 자신의 이미지에 사로잡혀 있다. 그림하일드는 등장부터 거울에게 질문을 던진다. 반면 백설이는 우물을 보며 자기가 투영된 이미지에는 눈길을 주지 않고, 다른 이가 나타나길 기원한다. 백설은 우물에서 변하지 않는 진실한 사랑을 보고 싶어한다. 자신을 사랑하는 그림하일드 여왕과 다른 이를 사랑하고자 하는 백설. 신으로 향하는 초월 또는 상승은 타인에 혹은 사랑에서 시작한다는 파치노의 말을 떠올려보면 진정한 사람을 백설공주는 상승을 시작해 더 우월하고 지적인 아름다움으로 향해 가는 것이다. 단순히 외모에 대한 교훈이나 여왕을 나르키소스에 비유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피치노로 설명하는 것이 새롭다.




이 글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협찬받아 주관적인 견해에 의해 작성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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