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트] 브랜든 1~2 세트 - 전2권 사람 3부작
d몬 지음 / 푸른숲 / 2022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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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랜든]은 d몬 작가의 웹툰을 책으로 엮은 것으로 [데이빗] [에리타]에 이은 작가의 소위 사람 3부작의 마지막 이야기인데 이 시리즈는 전부 인간에 대한 철학적 주제를 담고 있다. [브랜든]은 할렘가에 사는 흑인 남성 브랜든은 우연히 포탈을 통해 다른 차원으로 넘어가는데 그곳에서 높은 지능체인 올미어를 만나게 된다. 그런데 그 올미어는 스스로를 사람이라고 말하며 브랜든은 인간으로 인정하지 않는다. 올미어가 있는 차원에서의 사람의 개념은 브랜든이 있는 지구에서의 사람의 개념과는 다른 것이었기 때문인데 그래서 브랜든은 이제 자신이 인간임을 증명해야 하는 처지가 된다.


올미어는 브랜든을 마치 벌레와 다름없이 취급한다. 벌레가 인간으로 인식되는 세상에 살고 있던 벌레가 지금 우리의 세계로 오면 어떻게 될까?라는 식으로 가정하지 않더라도 이미 인류의 역사 속에서도 이런 경우는 많이 있어왔다. 백인들은 아메리카 원주민이나 아프리카인을 인간이 아닌 마치 벌레나 유인원처럼 취급하였다. 물론 정말로 '벌레'나 '유인원'이라고 생각한 것은 아니었겠지만 적어도 자신들과 똑같거나 동등한 '사람'이라고는 생각하지 않았다고 생각한다. 같은 인간끼리도 그런 시선으로 바라보는데 올미어가 브랜든을 벌레취급 하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것인지도 모르겠다. 말하자면 브랜든의 경우는 다른 모습과 기능적인 차이로 아메리카 인디언보다 약간 더 차별을 받았을 뿐이다.


인간이란 무엇인가 하는 것은 철학이나 SF서브컬처에서의 단골 주제인데 우리들은 스스로가 인간이라는 것을 당연하게 여기고 있고 거기에 일말의 의심도 하지 않는다. 사람들 틈에 섞여 살아가면서 자신이 인간임을 증명할 필요가 없었지만 만약 스스로가 인간임을 증명해야 한다면 과연 어떻게 증명해야 하는 것일지 생각해보게 된다. 그 이전에 도대체 인간이라는 것은 무엇이며 인간이 되기 위한 기준이 있다면 무엇일까? 올미어가 브랜든을 사람이라고 인정하지 않는 이유는 올미어도 말을 하지만 올미어가 가지고 있는 '사람'이란 기준에 브랜든이 충족되지 않기 때문이다. 브랜든은 사람의 정의에 대한 답을 얻기 위한 과정을 그리고 있는데 독자들은 브랜든을 따라가며 우리가 인식하고 있는 사람이라고 하는 존재의 필요충족조건은 무엇인지 생각해보고 브랜든과 함께 사람의 정체성을 알아가고, 사람의 정의에 대한 답을 내리게 된다.


2권에서 브랜든은 다시 차원의 이동을 통해 라키모아가 사는 세상으로 가게 된다. 라키모아들은 인간과 유사한 형태를 가지고 있는데 몸에 털이 가득하다. 인간들처럼 이족 보행을 하며 사회를 이루고 살아가는 모습까지 인간과 닮아있다. 라키모아 부족은 브랜든을 신과 자신들을 이어주는 신의 대리인으로 생각하고 올미어와는 다르게 브랜든에게 우호적으로 대한다. 브랜든은 라키모아를 인간으로 받아들이고 그들의 말을 배우고 그들 속에 섞여 함께 평화롭게 살아간다. 인간 세계에서 아싸였던 브랜든은 라키모아 세계에 와서는 '사람'사이에 소속되어 '사람'으로 살아가게 되는 것이다. 사람으로 살아간다는 것은 단순히 생김새나 생물학적 기능 뿐만 아니라 사회성, 다른 사람과의 유대감 같은 것도 영향을 주는 것이 아닌지 생각해보게 된다


일단 그림체는 아주 멋지다고는 하기 힘들다. 최근의 웹툰 중엔 상당히 높은 퀄리티의 그림체를 보이는 작품들도 많다는 것을 감안하면 역시 그림 자체는 밋밋하고 좀 심심한 편이다. 그리고 기본적으로 휴대폰 화면에 맞게 그려지는 웹툰의 특성상 단행본으로 옮겨놓으니 페이지가 상당히 비어보이는 것은 어쩔 수가 없다. 가뜩이나 원작 자체가 캐릭터만을 그리고 배경 같은 것은 묘사하지 않는 작화라서 페이지는 더욱 비어보인다. 그래서 만화의 '보는 맛'은 좀 떨어지는 편이다. 만화라고 하면 그림 자체를 '보는' 재미라는 것도 분명 존재하는데 d몬 작가의 웹툰은 그런 재미가 낮은 편이라고 해야겠다. 반대로 사람에 대한 정체성과 사람의 정의와 같은 내용적인 측면에서는 읽어볼만하고 여러가지로 생각해볼 메세지가 많아서 읽어볼만한 철학적인 만화라고 할 수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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