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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자 이야기 ㅣ 부산대학교 일본연구소 번역총서 5
아쓰지 데쓰지 지음, 류민화 옮김 / 소명출판 / 2021년 10월
평점 :

한국어에서 한자의 비중은 상당히 높아서 국어사전의 명사 80%가 한자어고, 전체 주표제어 중에선 60%정도가 한자어라고 하니 이 말은 곧 한자를 알지 못하면 우리말의 70%정도를 제대로 알지 못한다는 뜻이 된다. 한글을 제대로 말하고 이해하고 사용하기 위해서라도 한자는 알아두어야 하는 것이다. 심지어 공부를 잘 하려면 한자를 알아야만 한다고 말하는데 공부는 개념을 이해하는 것이 중요한데 개념은 용어 안에 있고 용어의 70%는 한자로 되어 있으니 한자를 알아야 개념을 알 수 있고 공부를 잘 하게 되는 것이라는 의미이다. 그런데 요즘에는 한자 교육이 의무화가 되지 않아서 요즘 사람들은 한자에 매우 취약한 듯 하다. 그렇다고 학교에서 의무적으로 한자 교육을 시켜야 한다거나 국한문혼용체를 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것은 아니다. 한자 세대라고 그 세대가 전부 한자를 잘 아는 것도 아닐 것이기 때문이다.
개인적으로는 지금 조금이나마 한자를 알고 있는 의무 교육으로 한자를 배웠기 때문이 아니라 일본어를 하면서 한자 공부를 했기 때문에 한자를 조금은 안다. 최근에는 중국어를 배우는 것이 유행처럼 번지고 있는데 중국어를 공부하는 사람도 역시 한자를 알 것이다. 물론 한국의 번체자와 중국의 간체자는 다르긴 하지만 한자의 기본은 같을 것이기 때문에 일본어나 중국어 학습자라면 한자가 그리 낯설지는 않을 것이다. 일본어나 중국어를 공부하지 않더라도 앞서 말했듯이 한국어는 한자문화권에 있는 언어이고 한자의 비중이 높기 때문에 한자를 알면 한국어에 대한 이해도 상당히 높아지게 된다. 그런데 보통 한자공부를 하는 사람은 한자를 열심히 외우기는 하지만 한자 그 자체에 대한 이해나 고찰은 당연히 하지 않는다.
[한자이야기]는 한자 그 자체에 대해 생각해보고 표의문자로서 한자의 탄생과 과거, 현재, 미래에 대한 이야기를 한다. 책은 총 4장으로 되어 있는데 1장은 한자의 탄생에 관한 이야기로 갑골문자에서 출발해서 중국의 긴 역사를 거치며 그 속에서 어떻게 권력과 융화되어 왔는지, 그리고 종이의 발명이 한자에 미친 영향과 현대로까지 이어진 한자문화를 알아본다. 2장에서는 일본어에서의 한자에 대해 알아보는데 이 책 자체가 일본에서 쓰여진 것이라 일본어에서의 한자의 의미를 알아보는데 한국어에서도 한자의 비중이 높기 때문에 같은 형태로 우리말에서의 한자에 대해 이야기 했으면 더 좋았을거란 아쉬움이 생긴다. 3장에서는 한자의 구조, 성립, 배경 등에 대해 알아보고 사전 찾는 법이나 부수에 대한 고찰을 한다. 마지막 4장에서는 한자의 현재와 미래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예전에는 한자를 갑골문자라고 배웠던 것 같다. 고대 중국에서 점을 칠 때 사용한 거북이 등껍질에 나있는 문양을 글자로 옮긴 것이 한자라고 배웠는데 정확히는 갑골문자가 한자는 아니고 한자의 직계 조상격이라고 한다. 중국 어딘가에서 처음 한자가 만들어져서 그게 전역으로 퍼져서 널리 사용되다가 지금의 형태가 된 것이라고만 생각했는데 진시황이 중국을 통일하기 전에는 중국 각지에 독립왕국이 여러 개 있었고 각 나라마다 서체가 다 달랐다고 한다. 서체가 다르다는 게 폰트의 차이 정도가 아니라 아예 다른 문자처럼 차이가 났었던 것 같다. 그러던 걸 진시황이 중국을 최초로 통일 시키고 서체를 통일하면서 비로서 하나의 표준서체를 사용하게 되었다고 한다.
당나라 때 인쇄술이 발명되고 송나라 때 인쇄술이 크게 발전하게 된다. 한자에는 다양한 서체가 존재했는데 송나라 때 인쇄를 할 때 주로 해서체를 사용하였고, 그 때부터 중국에서는 해서체가 중심이 되었다고 한다. 명, 청 시대 때 만들어진 책도 전부 이 해서체로 만들어졌는데 한자의 역사라는 측면에서 보면 당나라 때부터 그 역사가 계속 이어졌다고 할 수 있다. 그러다가 중화인민공화국이 되면서 기존의 한자가 너무 어려워서 글을 읽고 쓸 수 있는 사람이 제한적이라는 이유로 문자개혁을 벌린다. 한자이 간략화 정책인 문자개혁으로 지금의 간체자가 나왔고 인쇄, 기록에도 이 간체자를 사용하게 되었다는 이야기.
일본에서도 한자를 혼용하고 있는데 한자는 컴퓨터나 휴대폰으로 글을 쓰기에 상당히 불편하다. 일단 일본어는 한자가 없어도 글을 쓸수는 있다. 예전에 전보를 보낼 때는 한자를 사용하지 않고 가타카나로만 글을 써서 보냈다고 하는데 가나만으로 쓰여진 문장은 오독을 하기가 쉽다. 가뜩이아 동음이의어가 많은 일본어라서 한자가 없으면 가독성이 매우 나빠진다. 그런 이유 때문에 휴대폰 이전에 사용했던 호출기는 고등학생 사이에서만 조금 유행했을 뿐 일반사회에는 거의 보급이 되지 않았다고 말한다. 호출기는 가타카나와 숫자로만 글을 써서 보낼 수 있었는데 한자를 쓰지 못한다는 점 때문에 장난감 정도로 취급받았다는 것이 저자의 주장이다. 반면 휴대폰은 한자까지 사용해서 문자를 보낼 수 있으므로 똑같이 전화 회선을 사용해서 상대방에게 메세지를 보내는 기계지만 호출기는 죽고 휴대폰은 살아남았다는 것이다. 그런데 이건 너무 비약적이라고 생각한다. 전화 통화가 가능한 휴대폰과 문자만 보내는 호출기를 한자라는 것만 가지고 단순비교한다는 자체가 애초에 말이 안된다고 생각한다.
아무튼 한자의 가장 큰 약점은 컴퓨터나 휴대폰 같은 전자기기로 글자를 쓰는 것이 매우 불편하다는 점이다. 한자를 쓰기 위해서는 영어발음으로 글을 쓰고 그 음독에 따라 한자를 찾아서 입력하는 방식인데 이걸 해본 사람이라면 알겠지만 굉장히 불편하다. 그리고 워드나 컴퓨터로는 쓸 수 없는 한자도 있다고 하는데 일본에서는 컴으로 한자를 쓸 때 JIS코드로 한자규격을 통일했는데 통 6,300자의 한자가 들어가 있다. 상당히 많은 수임에는 분명하지만 고전 문헌에 나오는 한자들은 빠져있어서 컴으로는 쓰고 싶어도 쓸 수 없다는 것. 반야심경도 컴으로는 다 쓸 수 없다고 한다. 일본인인 저자는 어떻게든 일본어를 쉴드치고 싶어서 기술의 발전으로 지금은 컴으로 마음껏 한자(일본어)를 쓸 수 있게 되었고, 컴으로 한자를 쓸 수 있다는 것에 무려 친근감을 느끼는 사람도 많다고 말을 하지만 그건 댁이 한글을 써보지 않아서 그런 것이다.
한자의 탄생과 현재 미래에 대해 생각하며 한자 그 자체를 인문학적으로 고찰해보는 것도 의외로 재미있다. 특히 3장 한자를 만드는 방법에서는 한자를 한 자 한 자 뜯어보고 풀이를 하며 그 속에서 의미를 찾아 보는데 마치 게임을 하는 것처럼 재미있다. 한자는 여러 글자를 합쳐서 하나의 의미를 가지는 글자를 만들었다고 했는데 그렇게 글자를 조합해서 새로운 의미를 만들 때는 당연히 그 당시 사람들의 사고방식이나 시대정신 같은 것들이 들어가 있다. 한자를 보면 그 시대의 사회가 어떠했고, 선조들이 어떤 생각을 했었는지도 알 수 있다.
이 글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협찬받아 주관적인 견해에 의해 작성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