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자는 어떻게 공부의 무기가 되는가
한근태 지음 / 클라우드나인 / 202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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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는 책의 서문에 한 정치인이 공식석상에서 무운을 빈다는 말을 했고 그것을 無運 운이 없기를 바란다는 뜻으로 해석을 하는 사람이 있어서 약간이 소동이 벌어졌다는 에피소드를 소개해놓았다. 어떤 내용인지 찾아보니 야당의 대표가 다른 당의 대통령 후보로 나온 사람에게 무운을 빈다고 말하자 그것을 한 방송사 기자가 운이 없기를 빈다고 잘못 해석하면서 시작된 논란이었다. 아무리 지금 한국의 언론이 기레기로 전락했다고는 하나 그래도 기자짓을 해먹으려면 기본적인 어휘력은 필수일 것이고, 나름 공부 좀 한다는 애들이 기자질을 한다고 언론사에 들어갔을텐데 이런 것도 몰라서 이상하게 해석을 했다는 것이 좀 충격이다. 그런데 더 놀라운 건 요즘 젊은 세대에겐 이런 것이 보편적으로 보이는 현상이라는 것이다.


개인적으로는 한자 세대이고 학교에서 한자공부를 했었기 때문에 한자를 잘 아는 건 아니라도 적어도 한자에 거부감은 없는데 요즘 젊은 사람들은 한자 공부를 하지 않아서 한자가 매우 생소한 문자로 취급당하는 것 같다. 바로 며칠전 자신의 이름도 한자로 쓰지 못하는 사람이 있다는 기사를 봤었는데 그런 기사를 보면 어른들은 요즘 아이들이 무식하다거나 상식이 없다는 말을 한다. 그런데 상식이라는 것은 사람이 보통 알고 있거나 알아야 하는 지식을 말하는데 요즘 아이들이 보편적으로 모두 한자에 대한 지식이 없다면 한자를 모르는 것이 상식이라고 할 수 있지 않을까? 그러니 한자를 모른다고 마냥 무식하다고 말해서는 안된다.


하지만 국어사전의 명사 80%가 한자어고, 전체 주표제어 중에선 60%정도가 한자어라고 하니 이 말은 곧 한자를 알지 못하면 우리말의 70%정도를 제대로 알지 못한다는 뜻도 된다. 한글을 제대로 말하고 이해하고 사용하기 위해서라도 한자는 알아두어야 하는 것이다. 그리고 의외로 학생들 중의 상당수가 한자 공부가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본인 스스로가 공부를 하는데 있어 한자를 모르면 어휘 부문에서 어려움을 느끼게 때문인데 한마디로 공부를 잘 하려면 한자를 알아야만 하는 것이다. 이 말이 빈말이 아닌 것이 공부는 개념을 이해하는 것이 가장 중요한데 개념은 용어 안에 있고 용어의 70%는 한자로 되어 있으니 한자를 알아야 개념을 알 수 있고 공부를 잘 하게 되는 것이다.


일상 생활에서는 분명 한자가 그다지 중요하게 여겨지지 않지만 글을 쓰거나 공부를 할 때는 분명 한자가 많은 영향을 미친다. 한자를 몰랐을 때는 한자어가 어렵게 느껴지고, 의미도 이해가 안되고, 마치 영어 단어를 외우듯 무자정 외우게 되겠지만 한자를 알수록 그 뜻을 풀이해서 생각하고 이해하게 되므로 오히려 더 정확히 오래 기억할 수 있게 될 것이다. [한자는 어떻게 공부의 무기가 되는가]는 우리말의 70~80%를 차지하는 한자 단어를 하나하나를 뜯어서 어떻게 만들어졌는지를 알려준다. 흔히 한자는 상형문자라고 생각하는데 기본적으로 표의문자이고 형태, 소리, 의미, 기호 등 다양한 방식으로 글자가 만들어졌다. 이중 한자가 가진 가장 재미있는 부분은 두 글자 이상의 글자를 합쳐서 조합된 글자가 연관된 새로운 뜻을 가지는 글자를 만드는 것이다. 가장 대표적인 예가 남자(男)와 여자(女)가 만나니 좋구나(好)하는 것이 아닐까 싶다.


파자라고 해서 한자를 분해해서 그 의미를 새롭게 조합하는 게임이나 수수께끼 같은 것이 있는데 그런 식으로 한자를 한 자 한 자 뜯어보고 풀이를 하면 의외로 재미도 있고 그 속에서 의미를 찾을 수도 있다. 그리고 평소 자주 쓰는 말이지만 별다른 인식을 하지 않고 사용했었는데 알고보니 그 단어가 한자로 어떤 의미를 가지고 있었다거나 하는 것도 많이 찾을 수 있다. 가령 동맥과 정맥은 그 속에 어떤 의미가 있을 것이란 인식을 하지 않고 그냥 하나의 단어로 생각하고 사용했었는데 한자에는 그 의미가 담겨 있었다. 동맥은 움직이는 맥, 정맥은 조용한 맥이라는 뜻인데 동맥은 심장에서 신체 각 조직으로 산소와 영양분을 공급하는 역할을 한다. 힘차게 움직이며 몸의 구석구석까지 피를 통하게 해야 하는 반면 산소와 영양분을 다 공급한 후 다시 심장으로 돌아오는 피는 동맥처럼 힘찰 필요가 없기 때문에 조용히 움직이는 것이다. 그래서 힘차게 움직이는 동맥과 조용한 정맥이라 부르는 것이었다. 이런 원리를 이해하니 동맥과 정맥을 구분하는 것도 쉽다. 그리고 재미있다.


한자는 여러 글자를 합쳐서 하나의 의미를 가지는 글자를 만들었다고 했는데 그렇게 글자를 조합해서 새로운 의미를 만들 때는 당연히 그 당시 사람들의 사고방식이나 시대정신 같은 것들이 들어가 있다. 한자를 보면 그 시대의 사회가 어떠했고, 선조들이 어떤 생각을 했었는지도 알 수 있다. 女가 포함된 글자를 보면 유독 부정적이고, 여성을 무시하는 글자가 많다. 글자에 여성에 대한 편견이 심하게 들어가 있는데 가령 간음할 간(姦)은 남자는 없고 여자 뿐이다. 간음은 남녀가 함께 하는 것이네 남자는 쏙 빼고 여자에게만 잘못을 묻고 있다. 방해할 방(妨)은 여자가 사방으로 손을 내밀어 방해한다는 뜻이고, 망령이 들었다는 뜻의 망(妄)도 여자(女)+망할 망(亡)으로 여자만 망령이 나는 것처럼 묘사하고 있다. 반대로 남자는 잘났다는 남성 제일주의 사상을 깔고 있다. 법을 뜻하는 법규(規)는 지아비 부(夫)+볼견(見)으로 구성되었는데 말하자면 지아비가 보는 것이 곧 법이라는 뜻인 셈이다. 


또 유사한 뜻을 가지는 비슷한 말이 가지는 그 미묘한 뉘앙스의 차이도 한자를 알면 쉽게 파악할 수 있다. 피로와 피곤은 비슷한 뜻으로 그 의미를 정확히 구분하기 힘든데 한자로 풀이해서 보면 피로(疲勞)는 일할 로(勞)가 들어가 있는 것처럼 일을 한 결과 피로한 것이라는 것을 뜻하고, 피곤(疲困)은 곤란할 곤(困)이 쓰였는데 곤(困)은 에워쌀 위(口)에 나무 목(木)이 들어가 있는 글자로 곤란함은 정신적 스트레스 같은 것을 나타낸다고 한다. 피로는 육체적인 느낌이고 피곤은 정신적인 느낌이라는 것. 이렇게 따져보니 두 말의 뉘앙스가 조금 이해가 되는 것 같다.


한자를 알고 나면 평소 사용하던 말의 의미가 조금 다르게 다가오는 것도 있다. 유쾌상쾌통쾌는 말 그대로 기분 좋고 짜릿한 느낌이라고 인식하고 있다. 그런데 여기서 통쾌의 통은 아플 통(痛)이라고 한다. 전혀 생각지도 못했다. 왜 기분이 좋은 것을 뜻하는 단어에 아픔, 고통을 뜻하는 痛이 사용되었나? 아픔 다음에 오는 쾌함이 정말 쾌함이기 때문이란다. 저자는 이걸 스포츠 경기의 역전승으로 설명하는데 처음부터 이기는 경기보다 지고 있다가 역전을 했을 때의 쾌감이 더 짜릿하고 크다. 그런 식으로 힘든 상황 뒤에 오는 쾌감이 더욱 시원하게 느껴지고 열광적으로 되는데 그런 상황이 이 말에 들어가 있다는 것이다.


책을 읽다보면 한자 공부라는 생각보다는 한자로 우리 말이 가진 속뜻을 살펴보고, 우리 말을 분석한다는 느낌이 더 강하다. 앞서 살펴본대로 흔히 사용하는 말이고, 그 뜻을 모르지 않는 말이지만 의외로 그 말이 가진 원래 의미는 모르고 있거나 속뜻을 다르게 알고 있는 경우도 많아서 한자가 아니라 우리말을 새롭게 알아가게 된다. 뜯어볼수록 재미있고 개념을 이해하게 되니 생각이 깊어져서 공부가 되는 것 같다. 개인적으로는 한자 공부도 따로 하고 있는데 이렇게 개념을 뜯어보며 이해하니 한자를 좀 더 정확히 오래 기억할 수 있게 될 것 같다. 실제로 요즘 한자 공부를 할 때는 이런식으로 같은 부수나 비슷한 개념의 한자끼리 묶어서 외우는 연상 암기법을 많이 활용하는데 그런 식으로 한자를 이해하고 배워보니 효과적으로 공부를 할 수 있다.



이 글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협찬받아 주관적인 견해에 의해 작성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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