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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물리라면 포기하지 않을 텐데 - 광쌤의 쉽고 명쾌한 물리학 수업 ㅣ 지식이 터진다! 포텐 시리즈
이광조 지음 / 보누스 / 2021년 12월
평점 :

우리가 기억하는 물리는 여타의 과목과 마찬가지로 시험 문제를 풀기 위한 공식 풀이와 암기 뿐인 교과 수업이다. 그런데 요즘도 여전히 학교에서 가르치는 물리는 공식을 암기하고 거기 대입해서 문제를 푸는 것에 불과한 것 같다. 얼마나 더 많이 탄탄하게 암기하느냐로 갈리는 학교 수업 속에서 물리에 흥미를 잃고, 그야말로 물포자가 되는 사람도 많을텐데 그렇게 시험을 위해 억지로 암기한 내용은 시험이 끝나고 졸업과 함께 머리 속에서 삭 지워진다. 그리고 그 후로는 물리와 만날 일이 없게 되는 것이다. 일단 그동안 배워왔던 물리는 재미가 없다. 공식을 외우고, 계산을 하고, 문제를 풀어야 하다보니 상당히 어렵기도 하고 지루해서 거부감이 생긴다. 게다가 학교를 졸업하고 써먹을 데도 없는데 이제와서 굳이 공식을 외우고 문제풀이를 하면서까지 학생 때도 안 하던 물리 공부를 해보고 싶은 생각 자체가 안 들게 된다. 이렇게 물리와는 영영 멀어지게 되는 것이다.
교양으로서의 물리. 우린 그런 걸 배워본 적이 없다. 그런데 최근 들어서는 방송 등을 통해 학교 수업식의 강의가 아니라 물리를 교양으로 재미있게 배워보자는 기조가 새로 생긴 것 같다. [이런 물리라면 포기하지 않을 텐데]도 그런 컨셉으로 물리의 개념을 억지로 암기하기보다는 어떤 물리 개념을 접해도 이해할 수 있도록 물리의 기초와 원리를 확립하는 것에 초점을 맞춘다. 그동안은 공식 암기와 문제 풀이에 집중하다보니 물리의 기초와 원리를 제대로 이해하기 어려웠는데 복잡하고 지루한 공식과 암기를 걷어내고 재미있는 예시와 비유로 물리학 이론이 의미하는 본질에 쉽게 다가갈 수 있도록 설명을 하고 있다. 그럼에도 물리에는 기본적으로 수학이 들어가기 때문에 시작도 하기 전부터 꺼려질수도 있겠지만 저자는 물리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평균이나 삼각함수 정도의 기초적인 수학적 기술만 있으면 되기 때문에 의외로 쉽게 물리에 접근할 수 있다고 말한다.
책은 총 8장으로 되어 있고, 물리학에서 가장 기본이 되는 단위와 속력, 거리, 시간 같은 공식의 기본부터 뉴턴의 운동 3법칙, 뉴턴의 운동법칙인 F=ma, 2차원 운동 같은 중고등학교 물리 시간에 배웠던 기억이 있는 물리의 기초가 되는 법칙의 설명과 어려운 물리를 쉽게 이해하기 위해 앞에서 배운 기본 법칙을 응용하는 법도 알아보고, 시간과 공간이라는 측면에서 물리학을 알아보기도 한다. 전체적으로는 정확히 알지는 못해도 한번쯤 들어는 봤었던 내용들인데 힘과 운동, 일과 에너지 같은 물리의 본질을 쉽고 단순하게 설명하고 있어서 흐릿하게 있던 개념들이 명확하게 머리 속에 정립되는 것 같다. 우선 설명 자체가 어렵지 않고 생활 속의 일상적인 예시를 통해 쉽게 이해할 수 있게 설명을 해서 어렵게 느껴지던 물리가 큰 저항감 없이 조금 쉽게 다가온다. 물론 그럼에도 여전히 책에는 어렵고 복잡한 공식이 잔뜩 등장하고는 있다. 그러나 굳이 그런 공식을 외울 필요도 없고, 공식에 대입해서 문제를 풀어야하는 부담감도 없기 때문에 그런 건 간략하게 원리만 이해하는 차원에서 알고 넘어가면 될 것 같다.
앞서 수학 이야기가 나왔는데 실제로 물리가 어렵다고 느끼게 된 것에는 수학과 비스무리하게 공식을 이용, 계산을 해야한다는 점 때문이다. 안그래도 수학도 어려운데 수학을 활용하여 물리 계산을 하라고 하니 난감해지는데 앞서 말한대로 물리학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우선 평균과 삼각함수만 알면 된다고 한다. 그리고 책에는 따로 물리학 분석에 사용되는 도구인 평균과 삼각함수를 설명하고 있어서 수학에 자신이 없는 사람도 책에 나오는 간략한 수학 설명만 이해하면 충분히 따라갈 수 있을 것 같다. 수학을 잘해야만 물리를 잘할 수 있다는 말이 있다는데 저자는 꼭 그렇지는 않다고 말한다. 아인슈타인은 일반상대성이론을 설계할 때 미분기하학을 이용해 수학적으로 계산해야 했는데 본인은 계산을 못해서 수학자에게 시켰다고 한다. 즉, 아인슈타인조차 고급 수학은 몰랐고, 수학을 몰라도 책에 나오는 평균, 삼각함수 정도만 알면 충분히 물리를 공부할 수 있다는 것. 그러니 수학을 못한다고 물리까지 포기하지는 말라고 조언한다.
하나의 챕터가 끝날 때마다 물리학과 관련된 재미있는 토픽을 소개하는 쉬어가기 코너가 있는데 이것도 재미있다. 이 중 <'단, OOO은 무시한다'라는 문구가 중요한 이유>라는 게 있는데 이 문구는 물리 문제를 접할 때면 빠지지 않고 나오는 문구여서 굉장히 익숙하다. 그런데 매번 물리 문제를 풀 때마다 이 문구를 봐왔지만 딱히 왜 그런 말을 하는건지 깊이 생각해보지는 않았었다. 그런데 저자는 이 문구가 중요하다고 말하며 그 이유를 설명하고 있다. 물리학은 가능한 한 상황을 단순하게 만들어놓고 분석할 대상을 최소화 한다. 그래야 핵심 문제에 집중할 수 있기 때문이다. 물론 복잡한 상황과 많은 조건 속에서도 문제를 풀수는 있지만 그 과정이 너무 오래 걸리기 때문에 단순화하여 문제를 풀고 원리를 이해하는 것이라고 한다. 문제를 풀 때마다 봐왔던 문구 속에 그런 의미가 있는 줄은 미처 몰랐었다.
아무리 쉽고 재미있게 설명을 해놓았다고는 하나 물리가 기본적으로 쉬운 학문은 아니라서 그런지 어렵게 느껴지기는 한다. 그러나 시험의 부담에서 벗어나서 물리의 개념와 원리를 공부해보고 그동안은 보이지 않았던 물리의 본질에 접근하게 되면 물리라는 것도 어렵고 재미없기만 한 학문이 아니라는 걸 느끼게 된다. 특히 인터넷 게시판 같은 데서 양자역학이라던지 물리학의 여러 법칙들을 거론하며 글을 쓰는 것을 보면 뭔가 대단하게 느껴지면서도 일단 어렵다는 생각에 그대로 패스해버렸는데 이 책을 통해 적어도 기본적인 물리 개념은 파악하게 되서 거부감이 많이 사라진 것이 가장 큰 수확인 것 같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