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릴 게 없는 냉동 테크닉
니시카와 다카시 지음, 김선숙 옮김 / 글로세움 / 2021년 8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예전에 '냉장고를 부탁해'란 프로그램을 즐겨봤는데 거기서 연예인들의 냉장고 속을 들여다보는 코너가 있었다. 게중엔 정말 정리를 잘 해놓는 사람들이 있었는데 정리가 잘 된 냉장고를 보면 괜히 요리도 잘할 것처럼 보이고 우리 집에 와서 우리집 냉장고도 그렇게 정리해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곤 했다. 그런데 깔끔하니 잘 정리된 냉장고가 좋아보이면서도 한편으론 그냥 대충 살지 귀찮게 왜 굳이 저렇게까지 하는건지 참 피곤하게 산다라는 생각을 한 것도 사실이다. 그만큼 냉장고 정리하는 게 나에겐 매우 귀찮고도 버거운 일이기 때문이다. 귀찮기도 하고 정리하는 노하우도 없다보니 우리 냉장고 속은 항상 어지러운 카오스 상태다. 특히 냉동고 상태가 더 혼란스러운데 냉장실은 대충 정리가 좀 되는데 냉동고는 그야말로 어지럽다. 냉장고 정리정돈 잘하고 못하고는 냉동실에서 결정이 난다고 생각한다.


냉동고 정리를 잘하는 사람들은 내용물이 보이게 투명한 통에 담아서 차곡차곡 쌓아놓고, 재료들을 소분해서 따로 정리해놓고, 앞에 견출지까지 붙여서 날짜와 내용물을 적어놓는 등 정리에만도 많은 시간을 투자할 것처럼 보인다. 반면 정리 못하는 나같은 사람들은 검은 비닐 봉지에 둘둘 말아서 계속 밀어넣기만 해서 안에 뭘 넣어뒀는지도 모르고 나중에 마치 유적지에서 유물을 발굴하듯 냉동고 깊숙히 박혀있던 딱딱하게 얼어버린 비닐을 꺼내서 내용물을 확인하며 이게 뭐지?를 연발하기 일쑤다. 애초에 냉동고에 보관한다는 것은 오랫동안 거들떠보지도 않겠다, 한동안은 찾지 않겠다는 작은 다짐이기도 하다. 말하자면 나에게 냉동고란 식재료와 먹고 남은 음식의 무덤 같은 곳이다. 하지만 냉동고라고 하면 말그대로 당장 처치 곤란한 재료나 음식을 냉동시켜 장기보관하는 그 이상의 활용법을 상상하기 힘들기 때문에 겨우 그 정도로만 사용하고 있다.


집에서 밥을 먹기는 하지만 먹는 양이 많지 않다보니 항상 만들어놓은 음식이 남게 되고, 재료를 사더라도 빨리 해치우지 못해서 냉장실에 넣어둬도 물러지거나 상하는 일도 가끔 있다. 그래서 할 수 없이 냉동실에 냉동보관을 하게 되는데 냉동을 시키면 맛이나 식감 등이 현저히 떨어지고, 얼어붙은 덩어리를 떼어내는데 애를 먹기도 한다. 냉동보관은 여러가지로 불편한 점이 많아서 냉동을 시키면 더욱 손이 잘 안 가서 냉동실에 보관하는 시간만 길어진다. 심지어 냉동고에 묵혀두다가 도저히 관리가 안되서 다시 버려지는 일도 가끔 발생한다. 우리집처럼 먹는 양이 적은 가정은 냉동 보관을 필수적으로 하게 되는데 이게 참 말처럼 쉽지 않은 일이다. 


식재료를 잘 보관하는 것도 음식을 맛있게 만드는 것만큼이나 중요한데 남은 식재료를 제대로만 보관한다면 맛과 식감도, 영양 보존도 가능하다고 한다. 손질을 잘하여 냉동 보관하면 요리하는 시간도 줄이고, 맛있고 균형 잡힌 건강한 식생활을 즐길 수 있다. 그러기 위해서는 냉동보관 테크닉과 냉동재료를 활용한 레시피를 알아야 하는데 [버릴 게 없는 냉동 테크닉]은 냉동실을 냉동하는 목적 이상으로는 사용하지 못하는 나같은 사람을 위한 냉동실 완벽 활용법을 알려준다. 책에서 다루는 것은 크게 4가지로 기본적인 냉동 보관법과 식재료를 맛있게 만들기 위해 냉동할 때 밑간을 해서 냉동하는 밑간 냉동 보관법, 그리고 고기, 해산물, 채소, 과일, 가공식품 등 각 식재료에 적합한 냉동 보관법을 알아보고 냉동해둔 식재료를 활용해서 맛있는 요리를 할 수 있는 냉동식품 레시피를 알려준다.


냉동 보관을 하면 식재료를 신선한 상태로 오래 보관할 수 있고, 냉동하기 전에 양념으로 밑간을 해둘 수 있어서 요리시간이 훨씬 단축된다. 또 냉동하면 맛과 영양이 떨어진다는 인식과는 달리 냉동해두면 더 맛있고 영양가가 풍부해지는 식재료도 있어서 잘 활용하면 냉동이 맛과 영양을 살려준다고 한다. 냉동을 하면 아무래도 신선도가 떨어지고, 냉동을 할 때에도 원재료 그대로 넣어둬야지 밑간을 해서 냉동한다는 생각은 해본 적도 없다. 그리고 냉동보관은 처치곤란한 식재료를 장기 보관하기 위해 냉동실에 처박아두는 것이라고만 생각했는데 미리 재료를 손질해서 냉동보관을 해두면 요리하는 시간을 줄여주고, 식재료의 낭비를 최소화해주는 역할도 한다니 책에 나오는 내용들은 기존의 인식을 완전히 뒤집는 내용들이라서 그야말로 냉동보관이라는 것에 대한 개념을 완전히 바꾸어준다.


기본적으로 냉동은 '유지'시키는 기술이다. 그렇기 때문에 식재료들은 신선할 때 냉동하고, 조리된 반찬은 맛있을 때 냉동해야 신선함과 맛이 '유지'된다. 쓰고 남은 재료, 먹다 남은 반찬을 냉동하는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발상의 전환을 가져오는 냉동의 원칙이다. 냉동 시 가장 중요한 것은 공기와의 접촉을 막는 것이다. 냉동 식품의 품질이 떨어지는 것은 건조로 인해 식감이 푸석해지고 공기와 접촉한 지방과 단백질이 산화하여 맛과 냄새가 변하기 때문인데 건조와 산화는 지퍼백이나 밀폐용기를 사용하면 공기를 차단해서 품질이 떨어지는 것을 막을 수 있다. 이것이 냉동의 가장 중요한 원칙 같다. 그 외에도 냉동을 할 때는 빠르게 냉동을 해야 식감과 풍미가 떨어지지 않기 때문에 가능하면 재료를 뭉쳐서 넣지 말고 넓게 펴서 빨리 냉동할 수 있게 하고, 같은 크기로 만들어서 냉동하는 것이 좋다고 알려준다.


책에는 이런 기본적인 냉동의 테크닉을 바탕으로 식재료를 밑손질하는 법과 싸는 법을 알려주고, 해동하는 테크닉도 알려준다. 냉동이 중요하다면 그만큼 해동도 중요하다. 그동안은 상온에 놔두고 녹기를 기다리거나 물에 담궈 놓거나 국물류는 바로 냄비에 넣고 끓이는 방식으로 해동을 했는데 재료에 따라 해동하는 방식도 달라서 맛과 풍미를 손상시키지 않게 적절한 해동법으로 해동을 할 필요가 있을 것 같다. 책을 통해 여러가지 냉동 테크닉을 배울 수 있는데 단순히 이렇게 해라는 방법만을 알려주는 것이 아니라 왜 그렇게 해야하는지 냉동과 해동의 메커니즘을 이해할 수 있게 설명해 놓고 있어서 냉동 테크닉의 원리를 알고 따라할 수 있게 해놓은 것이 좋았다. 무작정 이유도 모르고 그냥 따라하다보면 나중에는 귀찮아져서 중간의 과정을 빼먹거나 조금 더 신경써서 해야할 곳을 놓치게 될 수도 있는데 왜 그런 작업을 하고, 그런 과정을 거쳐야 하는지 원리를 이해하게 되니 그런 일은 없을 것 같다.


식재료를 보관할 때는 재료별로 구분해서 보관하거나, 요리에 들어가는 재료들을 하나의 지퍼백에 모두 담아 보관하기도 한다. 또 미리 밑간을 해서 그 상태로 냉동시키기도 하는데 마트에서 야채나 고기를 사와서 미리 손질을 해서 쓰기 편하게 소분한 다음 냉동시켜놓으면 나중에 꺼내서 쓰기도 편하고, 가장 신선할 때 냉동을 시키는 것이므로 시선한채로 오래 보관하며 먹을 수 있을 것 같다. 전에는 일단 냉장실에 넣어뒀다가 시들해질 것 같으면 냉동을 시켰는데 식재료 보관 방법을 완전히 바꿀 필요가 있을 것 같다. 그리고 잘 손질해서 소분해 놓은 식재료를 이용해서 실제로 요리를 만드는 방법도 알려주는데 레시피가 그리 어렵지 않아서 쉽게 따라할 수 있고, 레시피를 통해 냉동 식재료를 어떻게 활용하는지를 배워서 냉동 식재료를 활용한 다른 음식들도 응용해서 만들어볼 수 있을 것 같다.


책을 읽으니 그동안 냉동이라는 개념을 상당히 잘못 이해하고 있었고, 식재료를 냉동보관하는 방식도 잘못되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냉동하면 막연히 맛과 품질이 떨어지기 때문에 가급적이면 냉동을 안 하는 것이 좋다고 생각했는데 오히려 냉동을 잘 하면 맛과 영양을 살릴 수 있다는 것도 알게 되었고, 그렇게 하면 버려지는 식재료가 없이 오랜 시간을 신선하게 유지하며 편하게 꺼내 쓸 수도 있는 여러가지 장점이 있었다. 냉장고 정리정돈이 서툴고, 남는 식재료는 통째로 검은 비닐 봉지에 둘둘 말아서 냉동실에 짱박아두고, 고기며 야채가 냉동실에서 오랫동안 잠자고 있다면 이 책을 통해 발상을 전환을 할 필요가 있을 것 같다. 레시피는 둘째치고라도 냉동실을 효율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수많은 테크닉을 배울 수 있어서 매우 실용적이고 유익하다.




이 글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협찬받아 주관적인 견해에 의해 작성했습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