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일파 열전
박시백 지음, 민족문제연구소 기획 / 비아북 / 2021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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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전 76회 광복절을 맞이했다. 조선이 일본으로부터 벗어난지 76년이나 지났지만 한국 사회는 아직도 친일파가 건재하고 여전히 그들이 친일매국적 행위를 일삼고 있다는 것에 통탄을 금할길이 없다. 특히 한국의 친일파는 박정희와 전두환이라는 군부독재를 거치면서 반공국치 사상과 혼합되어 끔찍한 혼종이 만들어졌는데 그런 친일반공매국노들이 기득권의 자리에 앉아 자신들만의 사익과 개인적 영달을 위해 우리 사회를 뒤흔들고 마음대로 농락하고 있는 것이다. 그리고 두 독재자들은 끊임없는 사상교육과 집체교육을 통해 전체주의적 사고를 심어놓아 그것에 전도된 수많은 사람들이 그 친일반공매국노들의 사상을 추종하게 되었다.


그런데 우리는 평소 친일파라고 하면 치를 떨고, 비난을 하고, 친일 청산을 하지 못한 것이 현재 대한민국의 모든 문제의 시작이라는 말을 하면서도 정작 친일파에 대해 잘 알지 못한다. 이완용으로 대변되는 을사오적과 만주 군관학교 출신인 다카키 마사오, 독립군을 때려잡았던 백선엽, 악질고문경찰 노덕술 같은 인물들만을 친일파라는 이름으로 기억할 뿐 그 외 어떤 인물이 어떤 친일 행각을 했는지 잘 알지 못한다. 그리고 친일이라는 말은 쉽게 하지만 정확히 어디까지를 친일이라고 봐야하는지에 대해서도 정확하게 규정되어 있지 못하다. 


당시는 어쨌건 일본 치하였고 개인의 성공이나 생계를 위해 일을 하는 것이 일본을 이롭게 하는 행위와 어느정도 겹쳐지는 시기였기 때문에 무작정 그 당시 공무원이나 경찰 등의 일을 했다고 무조건 친일이라고 말하는 것도 어폐가 있다. 그래서 친일파와 친일행적이라는 것에 대해 한번 깊히 고찰해보는 시간을 가질 필요가 있다. [친일파 열전]은 35년간의 일제강점기의 역사중 친일파의 역사만에 촛점을 두고 그 시간들을 돌아보는 책이다. 이 책에서는 153명의 친일파를 다루고 있는데 친일파로서의 행각이 극심한 경우와 함께 친일 행각이 덜하더라도 해방 이후 역사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특별한 경우의 친일파를 포함시켜 놓았다.


책은 만화로 되어 있어서 자칫 지루하거나 어려워질 수 있는 역사 이야기를 비교적 쉽게 접할 수 있게 구성해놓았다. 책은 총 3파트로 되어 있는데 우선 개항기부터 해방 이후까지 친일파들의 탄생과 행적을 전체적으로 쭉 정리해놓아서 친일파라는 인간들이 한국의 근대사에서 어떤 짓을 더러운 짓거리를 했는지 친일의 역사를 일목요연하게 훑고 지나간다. 그리고 귀족, 명망가, 관리, 경찰과 밀정, 군인, 문인, 예술계 인사, 언론 교육계, 종교계 등 다양한 분야로 분류하여 부문별 대표 친일파들을 소개하고 비판한다. 마지막으로 친일인명사전에 수록된 4,300명의 친일매국노들 중 대표적인 153명의 명단과 약력을 공개해놓고 있다.


책을 읽다보면 그야말로 가슴이 답답해지고, 한숨만 나온다. 이런 망할 인간들이 또 어디 있으며, 이들은 왜 해방 후 민족의 이름으로 처벌받지 않았으며, 어째서 그 친일매국노들의 자손들은 친일행각을 통해 얻은 부와 권력을 지금까지 그대로 유지하고 있는 것인지 참으로 화가 날 뿐이다. 책을 보면 사회 곳곳에서 친일을 하지 않은 부류가 없다는 걸 다시금 깨닫게 된다. 이 말은 지금도 여전히 건재하고 있는 친일의 후손들이 말 그대로 사회의 모든 곳에 포진해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그야말로 나라를 팔아먹고 일본에 영혼을 팔아먹은 친일파는 나라 곳곳에 기생충처럼 퍼져있었고 그들이 해방 후에도 친일 행각을 숨기고 여전히 기득권으로서 권력을 유지하고 있다는 것이다. 때론 이 매국 적폐세력이 너무 광범위하게 사회 곳곳에 뿌리박고 있어서 '친일파들은 열심히 살았던 사람들이고, 독립운동가들은 대충 살았던 사람들이었다' 따위의 극우 인사의 망언이 나오게 되는 배경이 되는 것이 아닐까 생각한다. 


앞서도 말했지만 우리가 알고 있는 친일 인사들은 그리 많지가 않다. 그래서 책에서 접하게 된 의외의 인물들이 친일파였다는 사실에 놀라게 되는데 독립선언문을 작성한 최남선도 친일로 전향했고, 2·8 독립선언문을 쓴 이광수도 친일로 돌아섰다. 3·1 만세시위를 이끌었던 최린도 친일로 돌아섰고, 독립협회의 회장이기도 했고, 애국가의 작사자라는 말도 있는 윤치호 또 안중근 의사와 의형제를 맺고 국내진공작전에 참가하기도 했던 엄인섭은 일본총영사관의 밀정이 되어 독립운동가의 정도를 일본에 넘겨주었다고 한다. 안타까운 것은 이렇게 조선의 독립을 위해 힘쓰던 인물들이 하나둘 일본쪽으로 돌아서서 친일을 하게 되었다는 점이다. 개인적으로야 친일을 하게 된 변명을 구구절절 말할 수 있겠지만 용납할 수 없는 일이다.


책에는 지금 현재에도 여전히 논란이 되고 있는 대표적인 친일매국노들도 소개되고 있는데 백선엽과 다카키 마사오가 그들이고, 친일 신문인 조선일보와 동아일보 따위가 그것이다. 조선과 동아는 지금도 일본에 대한 친일 성향을 노골적으로 드러내고 있다. 웃기게도 조선과 동아는 3·1운동의 결과로 탄생하게 되었는데 민족지의 위상을 얻기 위해 경쟁하던 두 신문(이라 쓰고 계란판이라 읽는다)이 노골적인 친일을 했다는 것이다. 동아일보의 사주 김성수와 조선일보의 방응모의 행적은 어떠한가? 김성수는 초반에는 나름 조선인들의 사랑을 받았고 그 덕에 광화문에 사옥도 세울 수 있었다. 그러나 점점 친일파의 본색을 드러내며 친일 행각을 노골적으로 이어갔다. 조선의 방응모는 동아와이 상업적 경쟁에서 이기기 위해 일본의 힘을 적극적으로 빌렸다. 물론 일본의 입맛에 맞는 기사를 쓰면서 일본의 비위를 맞춘건 두말할 것도 없다. 이런 친일 계란판들이 아직까지 일본을 칭송하고 한국 정부와 한국인을 비난하는 꼴을 보면 분노가 치밀어 오른다.


저자의 말처럼 친일파는 여전히 건재하다. 건재한 것을 넘어서 지금 한국의 기득권, 주류세력으로 자리매김하고 자신들의 자리를 더욱 견고히 하고 있다. 이제와서 친일파를 청산하기란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생각하지만 적어도 어떤 사람이 친일을 했고, 그들의 후손이 지금 어떤 자리에서 여전히 친일 행각을 벌이고 있는지는 파악하고 있어야만 한다. 이제 두번 다시 나라를 팔아먹고, 동포를 배신한 매국노들을 용서하면 안 된다. 그러기 위해서라도 우리는 친일파에 대해 알고 있어야만 한다. 아이들에게도 한국의 현실과 친일파의 민낯을 알려주기에 적당한 책이다. 잊으면 안 된다. 기억해야 한다. 역사를 잊은 민족에게 미래는 없다고 했다. 기득권을 잡은 친일매국노들이 지워버린 친일의 과거를 지금이라도 기억해야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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