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렌디한 대화를 위한 지식 키워드 164
임요희 지음 / 문학세계사 / 2021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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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화를 할 때 입다물고 상대 이야기를 들어주는 것이 가장 좋은 대화법이라고들 말하지만 실제로 대화를 하다보면 그렇게 남의 말만 듣고 있을 수는 없다. 대화란 오고 가는 것으로 상대의 말에 대꾸를 하고 내 의견을 말하기도 해야 한다. 그런데 문제는 내가 아는 주제라면 말을 할 수 있지만 내가 모르는 주제가 나오면 그 때는 싫어도 입다물고 상대의 말을 경청할 수 밖에 없다는 것이다. 어떤 주제가 나오더라도 센스있는 리액션을 하고, 자연스럽게 꼬리를 물고 이야기가 이어질 수 있는 수준 높은 대화를 위해서는 다방면에 많은 지식이 있어야 하는데 그 정도 수준의 상식으로 알고 있어야 할 지식의 양은 의외로 꽤 많고, 빠르게 변하는 현대 사회에서는 신조어도 많이 생겨나고 있어서 트렌디한 대화를 위한 넓은 지식을 습득하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트렌디한 대화를 위한 지식 키워드 164]은 2021년 현시점의 한국에서 가장 화제가 되는 지금의 우리 사회를 가장 압축적으로 대표하는 164가지 키워드를 통해 뉴노멀 시대의 트렌디한 지식을 전달해준다. 여기서 '현시점'과 '한국'이라는 부분에 방점이 찍히는데 그 동안의 지식 백과사전은 외국의 책을 그대로 번역한 것이 많아서 한국의 사정과 한국 사회의 키워드를 제대로 보여주기에 어려운 점이 있었고, 다른 나라의 키워드를 가져오다보니 가장 최신의 키워드를 통해 시대정신을 담아내는 것도 부족한 점이 있었다. 그런 점에서 공간과 시간적인 한계를 뛰어넘어 지금 현재 한국인과 한국사회를 대변하는 키워드를 통해 말 그대로 가장 핫하고, 트렌디한 한국과 한국인의 키워드를 담았다는 점에서 매우 실용적이고 현실적인 지식을 배울 수 있다.


책은 사회·신조어, 역사문명, 문화예술과 건강레저, 정치·경제, 철학·과학의 다섯 파트로 되어 있어서 그야말로 다양하고 광범위한 분야의 지식을 골고루 얻을 수 있다. 과거에는 한우물을 깊게 파는 전문성을 중요시 했지만 요즘은 '알쓸신잡'이나 '지대넓얕'으로 대변되듯 전문성보다는 다양성을 중시하는데 이 책은 최근의 트렌드를 그대로 반영하여 여러 분야의 다양한 지식과 정보를 얻을 수 있게 구성되어져 있다. 특히 사회·신조어 파트가 가장 눈길이 갔는데 최근 사회적으로 가장 핫하거나 문제가 되고 있는 또는 많은 관심을 가지는 키워드와 요즘 세태를 그대로 반영하는 온라인 상의 신조어를 모아놓아서 최근 한국 사회의 사회상과 분위기를 알 수 있고, 이런 용어들은 대화나 뉴스에서도 자주 언급되는 단어들이라서 알아두면 시의적절하게 대화에 쓰일만하다.


그런데 책에 소개된 신조어 중에는 뇌피셜이나 빵셔틀, 덕후처럼 등장한지 꽤 오래되서 더 이상 신조어라는 생각이 들지 않는 낡은 느낌의 단어들도 있고, 신조어이긴 하지만 이제는 사회전반에 걸쳐 꽤나 많이 사용되며 인지도가 높아서 굳이 책에서 소개하지 않아도 많은 사람들이 익히 알고 있을만한 단어들, 예컨데 퀴어, MZ세대 같은 키워드도 있다. 특이하게 가스라이팅, 그루밍, 성인지 감수성, 메갈리아, 영혼 보내기 같은 최근 커다란 사회적 문제로 대두된 페미니즘과 남녀갈등, 여성문제와 관련된 키워드가 많이 보이는데 아무래도 저자가 여성이라 그런 것 같다. 또 확증 편향, 토착왜구, 밴드왜건 효과처럼 정치관련 뉴스에서 많이 보던 단어도 많이 나온다. 요즘 온라인 게시판에서 글 좀 써봤다 하는 사람이라면 익숙한 단어들이다. 그만큼 지금 실제로 많이 사용되는 단어들인 셈이다.


주제별 키워드에서 소개된 단어들도 최근 많이 언급된 키워드들이지만 비교적 잘 알려진, 많은 사람이 이미 알고 있을만한 키워드도 있고, 듣기는 많이 들어봤고 대략적인 의미는 알지만 그에 대해 설명을 하거나 구체적으로 대화가 시작되면 그것을 주제로 분명하게 말을 못하는 어설프게 알고 있는 키워드도 있으며, 완전히 생소한 키워드도 있다. 때로는 생소한데다가 왜 이 키워드가 선택이 된 것인지 배경도 모르고 있는 것도 있어서 책을 통해 한국에서 그 키워드가 언급되었던 사건이나 상황을 뒤늦게 확인하는 경우도 있었다. 일단은 책을 통해 기본적인 개념과 배경, 내용을 이해하고나서 필요에 따라 추가적으로 인터넷으로 관련 자료를 찾아보며 뒷배경이나 좀더 디테일한 상황을 살펴보며 살을 붙혀나가며 정보를 취합하는 형식으로 책을 읽으면 될 것 같다.


이런 식의 키워드를 소개하는 책에서는 어떤 키워드를 선정했느냐가 중요하다. 지금 현재 우리 사회에서 화제가 되거나, 커다란 사회문제로 대두되며 여러 사람의 입에 오르내리는 키워드, 그리고 온라인에서 젊은사람들이 많이 쓰는 신조어 등 실제 현실의 대화 속에서 많이 사용되고 있는 키워드를 담는 것이 핵심이다. 이 책의 목적은 실제로 대화를 할 때 써먹을 수 있게 이 정도 지식은 알고있자 라는 컨셉이므로 선정된 키워드는 당연히 화제성과 중요도를 모두 갖추고 있어야 하며 지금도 실제 대화 중에 많이 언급되고 있어야만 하는 것들이다. 그런 점에서 이 책에 선정된 키워드들은 과연 그런 동시대적 현상과 경험을 제대로 반영하고 있는가 하고 묻는다면 개인적으로는 그다지 와닿지 않는다.


어떤 키워드는 너무 쉽거나 낡았고, 또 다른 키워드는 평소 대화에서 쓸일이 없는 것들이며 나머지 키워드 정도만이 평소 알아두면 좋겠다고 생각했거나, 요즘 많이 언급되지만 크게 관심을 두지 않아서 정확한 의미를 알지 못한채 넘겨버렸던 것이다. 말하자면 개인적으로 알고 싶다고 생각이 드는 것은 이것저것 다 떼고 나면 30%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그런데 오히려 이런 점이 이 책이 균형잡혀있다는 반증이 될 수도 있다. 내가 평소 대화를 하거나 게시판에 글을 쓸 때 세상의 모든 주제, 모든 이슈에 대해 잘 알고 있고, 모든 에 관심을 가지고 대화에 참여하는 것도 아니다. 좁은 시각에서 내가 평소 보고 싶었던 주제, 알고 싶었던 이슈에만 관심을 가지고 있다보니 관심 영역의 키워드는 쉽게 느껴지고, 그 외 관심을 두지 않았던 분야의 키워드들은 전혀 모르고 있었던 것이다.


그래서 이렇게 내가 아주 잘 알고 있는 키워드와 전혀 모르는 키워드, 관심이 가는 키워드와 그렇지 않은 것들이 뒤섞여 있다는 것은 결과적으로 나의 시각의 편협함을 말해주는 것이고, 이 책을 통해 그동안 내가 관심을 가지지 않았던 우리 사회의 또 다른 단면을 이해하고, 지식의 확장을 가져올 수 있다는 뜻이기 때문이다. 그런 점에서 우리 사회를 보여주는 다양한 키워드들의 선택도 잘 되어있다고 하겠다. 단순히 단어적 설명이나 개념만을 해설하고 있는 것이 아니라 왜 그 키워드가 화제가 되었고, 어떤 사건이 있었는지도 함께 설명하고 있어서 그 키워드가 가지는 맥락까지 이해할 수 있으므로 관련 대화를 할 때 좀더 깊은 이야기를 할 수 있게 된다.


각 키워드들의 설명은 너무 어렵고 복잡하게 깊게 파고드는 것이 아니라 그리 길지 않게 대부분 한장 정도의 수준에서 마무리를 하고 있어서 개념과 배경만 간략하게 알고 넘어가는 수준이라 조금 어려운 주제의 키워드들도 크게 막힘없이 쉽게 이해할 수 있다. 중간중간 해당 키워드를 조금 더 설명해 줄 수 있는 문헌도 함께 읽어볼 수 있게 소개하고 있다. 여성인 저자의 성향 때문인지 여성향의 단어와 여성관련 키워드가 많은데 남성들에게는 지금 한국 여성의 관심사가 무엇인지 이해할 수 있는 계기가 될 것 같다.




이 글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협찬받아 주관적인 견해에 의해 작성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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